96년9월, 강원도 지역에서 창고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던 한국네슬레는 임대료 상승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네슬레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를 감수하느니 강원도 지역에 대한 물류를아웃소싱하는 편이 유리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침 제일제당이강릉에 새로운 유통센터를 완공했고 한국네슬레는 강원도 지역에대한 제품 배송을 제일제당 물류개선실에 위탁하기로 했다. 한국네슬레 이종근 과장은 『강원도 지역 물류를 제일제당에 위임한 이후물류비가 이전보다 약 25%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한국네슬레 전체 물량중 강원도 지역으로 배송되는 물량은 약 10%가량. 한국네슬레는 현재 강원도 지역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물류 아웃소싱을 점차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검토중이다.한국네슬레의 강원도 지역 물류를 담당하는 제일제당의 물류개선실은 올 3월 제일제당에서 분리돼 CJ GLS(Cheil Jedang GlobalLogistics Service)란 별도 회사로 독립했다. 명실상부한 물류 전문회사로서의 출발을 선언한 것이다. 민병규 CJ GLS 이사는 『제일제당이 그동안 쌓아온 물류 인프라와 전산시스템, 노하우 등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물류를 별도의 수익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다. 제일제당 자체의 물류비 절감을 위해 투자해온 시설과 기술을 다른 업체와 공유함으로써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물류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민이사는 『고객 기업의 물류비를 20% 이상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다』며 『이미 제일제당 이외에 한국존슨 사조산업 동산C&G태양산업 이루세(중소 화장품업체들의 공동 화장품 브랜드) 등2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말한다.올 6월말부터 전체 물류업무를 CJ GLS에 위임한 동산C&G의 경우 물류 아웃소싱을 통해 28%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동산C&G 천안공장 물류팀의 박영민씨는 『지금까지는 제품을 공장에서 각 영업소 옆의 작은 창고에 배달했는데 그러다 보니 영업소직원이 물류 업무까지 책임져야 하는 등 업무에 비효율이 많았다』고 말한다. CJ GLS에 물류 업무를 아웃소싱한 후부터는 CJ GLS가동산C&G 천안공장에서 전국 유통센터로 제품을 배송한 뒤 이곳에서다시 전국의 동산C&G 영업소 및 대형 유통업체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물류 형태가 바뀌었다. 동산C&G는 물류에 관한한 전혀 신경을쓸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규모 경제 통한 물류 효율 기대CJ GLS는 회사 출범 첫 해인 올해 약 2조3천억원의 물량을 취급,물류 대행 수수료로 약 7백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제일제당 물량이지만 CJ GLS를 찾는고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고객사 물량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70여개의 회사가 CJ GLS와 물류 대행 상담을 벌이고있다는게 차동호 영업팀장의 설명이다.제일제당은 88년부터 물류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때 일본의JMAC라는 회사와 물류 컨설팅 계약을 맺고 처음으로 물류비라는 것을 계산해 봤다고 한다. 89년에는 물류 코스트 관리체제를 도입,물류비에 대한 체계적 접근을 시도했다. 차팀장은 『88년부터 물류비 절감을 시도, 전체 매출액의 8%였던 물류비(부두에 원료가 도착한 이후 제품으로 생산돼 소매점에 들어갈 때까지의 전체 비용)를90년에는 6.8%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말한다.그러나 91년부터 물류비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유통 관행이다품종 다빈도 소량으로 변하면서 같은 상품을 대량으로 취급할 때발생하는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차팀장은 『이 때 제일제당 단독으로는 물류비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한다. 즉 제일제당의 물류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의 물류까지도 함께 수행해야 다품종 다빈도 소량유통에 대응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물류 효율을 기할 수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제일제당은 이런 판단에 따라 물류비 절감을 위해 유통센터를 집약화함으로써 유통센터 숫자를 줄이는 기존 전략에서 선회, 유통 거점을 전국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유통센터 건설에는 적지 않은돈이 필요했지만 장기적으로 다른 업체를 대상으로 물류 대행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생각에 물류 거점 확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않았다. 이 결과 제일제당은 전국적으로 18개의 유통센터를 확보하게 됐다. 이 유통센터들은 현재는 모두 CJ GLS 소속이다.CJ GLS는 또 각 유통센터의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문정보를 한 곳으로 통합했다. 각 지역의 주문센터에서 제각기 주문을 받다 보니 주문 정보가 일괄적으로 관리가 안돼 바로 옆 지역의유통센터에 재고가 쌓여 있는데도 공장에 생산 주문이 새로 들어가는 등 비효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전국의 주문센터를 모두 없애고 주문은 서울의 고객주문센터 한 곳으로 통합했다. 이곳에는 40여명의 파트타임 직원들이 24시간 전화나 팩스,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전자서류전송시스템)등을 통해 주문을 받고 있다. 고객주문센터에는 전국의 모든 주문이 모이는데다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전국 유통센터의 재고량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적정량의 재고를 유지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적시에 물품을 배송하는 일이 가능하다.민이사는 『CJ GLS는 기업들의 물류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고 우리에게 물류를 아웃소싱할 경우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며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물류를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의미에서도 아웃소싱이 가져다 주는 효과는 적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유통 경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물류 아웃소싱을 통해 매출액 증가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조산업의 경우 「제조는 사조산업에서, 판매는 제일제당에서」라는 내용의 아웃소싱을 통해 판로확대에 성공, 20%의 매출 신장을 예상하고 있다.★ 인터뷰 / 김진수 한국존슨 사장『물류아웃소싱을 시작한지 4개월 정도지만 물류비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20명이던 물류인력이 반으로 줄었고 유통망은 훨씬 확대됐다.』살충제와 방향제 업계에서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존슨의 김진수 사장은 물류아웃소싱 효과에 상당한 만족을 나타냈다. 한국존슨은 미국 존슨사가 1백% 투자한 현지법인으로 지난해 매출은 6백억원이었다.▶ 물류 아웃소싱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제일제당이 먼저 제의를 해 왔다. 아웃소싱을 고려해본 결과 물류비 절감을 통해 이익을 늘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또 제일제당은 약국과 슈퍼마켓 등에 대해 광범위한 물류망을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CJ GLS를 이용하면 더 많은 매장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기업기밀 누출 우려도 있었을텐데.영업비밀이 알려질까봐 아웃소싱을 꺼리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회사는 CJ GLS측과 영업비밀보장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정보 유출의 위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판매량이나 재고등의 비밀이 누출된다고 해도 회사의 경쟁력에는 별 지장을 주지않는다고 본다.▶ 물류비 절감 효과는.지난 여름철 성수기의 경우 물류비가 총매출액의 3.2%를 차지했다.올 6월까지의 물류비는 2.6%를 기록했다. 올해 에프킬러 브랜드를인수해 생산량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당부분 감소한 것이다.▶ 아웃소싱이후에 나타난 문제점은.재고물량이 이전보다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웃소싱 전에는한국존슨의 배송센터 한곳에서만 재고를 관리했기 때문에 재고관리가 쉬웠지만 지금은 CJ GLS의 여러 창고에서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창고마다 재고가 쌓이게 됐다. 이런 부분은 CJ GLS와 협의해 개선해 나갈 것이다.▶ 물류분야에서 앞으로의 과제는.월마트와 같은 대형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대량의물건을 경제적으로 포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별포장을 생략하고포장용 랩을 필요 이상으로 여러 겹 두르는 등의 낭비요소를 없애면 물류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포장에 걸리는 시간도 절약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