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최고 연봉을 받은 전문경영자는 누구일까. 지난 4월씨티은행과의 합병을 발표한 금융복합기업인 트래블러스그룹의 샌포드 웨일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모두2억3천만달러(3천2백억원)를 벌어들였다. 기본급은 7백만달러지만스톡옵션을 행사해 억만장자가 됐다.코카콜라의 로베르토 고아주에타 사장의 총연봉은 1억1천1백만달러. 4백만달러의 기본급에다 스톡옵션을 행사해 거액을 챙긴 것이다. 3위는 건강관리업체인 헬스사우스의 리처드 스쿠르시 회장.14년전 동료 3명과 회사를 설립한 그는 지난해 기본급 보너스 그리고 스톡옵션을 통해 1억8백만 달러를 벌었다. 이밖에도 인텔사의앤디 그로브 회장도 지난해 5천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3백30만달러의 기본급에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부를 축적한 것.미국의 컨설팅업체인 펄 마이어 앤드 파트너스사에 따르면 미국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은 지난해 평균 7백8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96년 5백80만달러에 비해 35%나 늘어난 금액이다. 기본급과 보너스스톡옵션 등을 모두 합한 액수다. 일반적으로 미국 전문경영인들의연봉은 크게 4가지 항목으로 이뤄진다.◆ 기업은 현금 지출없어 스톡옵션 선호기본급(Base salary), 보너스 등 단기보상책(short termincentive), 스톡옵션 등 장기보상책((long term incentive), 각종회원권이나 고급주택제공 등의 복리후생 등으로 대별된다. 최근억만장자 전문경영인들의 탄생은 전적으로 스톡옵션을 포함한 장기보상책 덕분이다.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스톡옵션 등을 선호한 것은 물론 아니다.70년대는 기본급 등 현금을 선호했다. 인플레이션이 만연하고 있어현금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반부터 스톡옵션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기본급과 보너스가 인기를 끌었다.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스톡옵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미국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시적 성과를 맺으면서 미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월트디즈니의 아이스너회장과 언론그룹 워너사의 스티브 로스회장 등이다. 이후 전문경영인들의 스톡옵션 선호는 일종의 「유행병」으로 자리잡았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룬 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돈방석에 앉았다. 즉 주당 1백달러로 1만주를 사는옵션을 부여받은 전문경영인이라면 주가를 1백5달러만 끌어 올려도이익을 본다. 1주에 5달러씩 모두 5만달러의 시세차익을 얻는 셈이다.기업입장에서도 스톡옵션 부여가 기본급이나 보너스 등 단기보상책보다 유리하다. 기본급이나 보너스 등은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지만스톡옵션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만 부여하면 된다. 순이익중 한푼도 회사밖으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전문경영인들은 스톡옵션 행사가격보다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므로 다양한 경영혁신전략을 구사하는 등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한다.전문경영인의 헌신은 결국 주주와 종업원의 이익과 자신의 경제적이해를 일치시켜 소위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해결한다.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해서 장기적으로 회사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유혹에 빠지는 위험이 적다는 얘기다. 전문경영인과 기업의 이해가 일치해서 스톡옵션 등 장기보상책은 급속히 확산됐다.전문경영인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미국기업에만 국한된현상은 아니다. 유럽과 일본기업도 전문경영인들의 의욕을 높여주기 위해 이를 도입하는 추세다. 지난해 독일의 상장회사중 10%정도가 스톡옵션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독일의 대표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와 자동차업체인 벤츠 등이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일본은 스톡옵션 도입을 가능케 하는 법을 제정했다. 현재 도쿄증시에 상장된 3천여개 회사중도요타 자동차, 금융회사인 오릭스 등을 포함해서 40여개사가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옵션은 「대리인 문제」의 유력한 수단전세계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스톡옵션 등 전문경영인들에 대한보상책은 기업의 장기발전 전략과 밀접하게 관련있다. 능력있는 전문경영진의 확보와 이들이 주주와 종업원들을 위해 헌신하도록 유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IBM은 강력한 지도력과 애사심을 가진전문경영진을 세계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유지하는 최고의 동력으로간주한다. 이같은 인식아래 각종 보상체제를 운용한다. 급여와 업무성적을 연계시킨다. 특히 보너스와 스톡옵션같은 성과급의 비중을 높여 근무의욕을 고취시킨다.그러면 전문경영인의 업무성적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기업마다 다양한 평가방법이 동원된다. IBM은 순이익, EPS(주당순이익), 자본조달능력 등과 같은 재무성적, 경쟁업체와 비교한 회사의 경영실적, 회사의 장단기 목표의 달성여부 등을 고려해서 보상위원회에서결정한다. GE는 매출증가, 생산성, 품질향상, 해외사업부문의 매출, 자산구조의 최적화정도 등이 판단기준이다. 이같은 심사기준에 합격해야 보너스나 스톡옵션같은 보상이 주어진다. 실적이 부진하면 스톡옵션 대신 「해임통지서」를 받는다.스톡옵션같은 장기보상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의 에드워드 라지에르교수는 『스톡옵션이 전문경영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지가 불명확하고 기본급이나 보너스 등 직접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보다 오히려 기업이부담하는 비용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 전문경영인들의 옵션행사에 따른 주식증가로 EPS를 떨어뜨려 주주이익을 침해한다는 주장도나온다.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문경영인들의 몸값은 당분간 상한가를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커지고 이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 지는 추세다.특히 전문경영인들이 미국경제 부흥의 1등공신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이들에 대한 보상책은 더욱 개발될 전망이다. 국내 전문경영인들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