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ㆍ과잉투자 해소, 제2도약으로 기회 삼아야

빅딜의 장점으로는 재벌그룹의 업종전문화와 중복·과잉투자의 해소를 들 수 있다.한계기업을 퇴출시켜 기존 시설과 투자가치를 완전히 사장시키기 보다는 이를 우량기업에 넘겨 「매몰비용」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빅딜의 최종목표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결집,경쟁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시너지효과의 창출이다.그러나 이 과정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해당업종의시장여건은 물론,금융시장의 동향도 무척 중요하다. 한계기업을 인수했다가 부채비율이 늘어날 수도 있고 과잉설비와 인력을 보유할수도 있다. 반드시 1위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한다는 원칙도 없다.어차피 「딜」인만큼 다른 이해관계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이에따라 빅딜여부를 성급히 점치기 전에 현재 주요업종들의 국내외 시장여건과 개별 기업들의 경영현황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래의 분석은 최근 재정경제부가 관련업계의 흐름을정리한 「대기업 빅딜 추진문제 검토」라는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반도체=삼성 LG 현대등 6개사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매출순위는 삼성전자 7위(18조5천억원), 현대전자 22위(3조5천억원), LG반도체 23위(2조원)등이었다.국내 기업의 주력부문인 메모리분야에서는 삼성이 1위를 차지했고현대와 LG는 각각 3위와 6위를 마크했다. 재무 건전도를 나타내는부채비율(총부채/자기자본 100)은 삼성이 2백96%로 가장 좋았고LG(4백86%) 현대(6백88%)등이었다.작년 당기순이익은 삼성만 1천2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두 개회사는 적자를 봤다.반도체의 장단기 사업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우선 메모리분야의 경우 올해는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함에 따라매출액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윈도 98」의 출시지연과 개인용컴퓨터의 수요증가세 둔화도 이롭지않다.WSTS(세계반도체 통계기구)는 올해 D램 반도체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27% 축소될 것으로보고 있다. 그러나 99년부터는 주요 기업들의 투자감축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메모리분야의 경기가 회복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작년 2백93억달러였던 매모리 반도체의 시장규모가 올해 2백42억달러로 줄어들게 되나 99년에 2백89억달러,2000년에 3백66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이 업종에서 빅딜을 주도할 회사로는 단연 삼성이 꼽히고 있다.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데다 높은 수익률을올리고 있기 때문이다.◆자동차=현대 기아 대우 삼성등 4개사가 전세계 생산량의 5.2%를차지하고 있다. 국내 총수출의 7.9%, 제조업중 생산비중은 9.6%,제조업중 고용비중은 7.5%에 달하는 메머드 업종이다. 세계시장에서 현대는 13위(1백30만대), 기아는 17위(77만대), 대우는 21위(54만대)에 각각 랭크돼 있다. 작년 기준 매출액은 현대가 11조6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6조4천억원) 대우(5조8천억원)등이었다. 부채비율도 현대가 4백90%로 가장 양호하고 대우와 기아는 각각 7백19%와 8백14%로 높았다.현재 국내자동차 시장은 극심한 내수침체 및 수출부진으로 가동률이 사상최저 수준인 40%선을 맴돌고 있다. 내수는 작년에 비해 절반이상 감소한 반면 수출은 1.7% 증가한데 그쳤다. 경기침체의 지속에 따른 구매심리의 위축과 유류 특소세인상에 따른 기름값 인상등으로 당분간 자동차내수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도 아시아시장의 불황으로 인해 오는 2000년까지 연간 2천만대가 초과공급될 것으로 전망돼 수출전망도 어두운 실정이다.현재 전세계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약 7천만대수준으로 74∼75%의 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북미지역이 90%, 서유럽이 84%인반면 아시아지역은 60%의 낮은 가동률을 나타내 가장 많은 초과공급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그럼에도 미국 일본 유럽등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상호 합병또는 제휴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어 군소규모의 국내 자동차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로 부즈알렌사는 2000년대에는전세계적으로 8개 자동차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 주요 연구소들도 자동차산업의 최소효율 규모를 2백만대로 잡고 있어 국내 업계의 빅딜이 절박한 실정이다. 현대가 기아와삼성을 인수하게 되면 일단 2백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된다.◆석유화학=국내 업계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세계4위로 세계시장에서 5.6%를 점유하고 있다. LG SK 대림 삼성 현대등 47개사가 진출해 있으며 저마다 주력 생산제품이 달라 제품의 수도 40여개에달하고 있다. 설비규모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요인임에도 불구,중소규모의 업체들이 난립해 있어 빅딜의 필요성이 높은 업종으로지목되고 있다. 97년 기준으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생산능력이 가장 높은 업체는 현대(1백10만5천t)이다. 그 뒤를 대림(89만t) SK(63만5천t) 대한(62만t) 한화(59만5천t) 삼성(57만t)LG(50만5천t)등이 잇고 있다.유화업계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신증설 설비의 본격 가동에 따라 생산과 수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동남아 경제위기에 따른수출단가의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원료(나프타)의 국제가격이 지난해말 t당 1백86달러에서 최근 1백40달러수준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상승은 생산비용 감소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게다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동남아와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수요위축으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년대비 기준으로 36.5%의 신장률을 보였던 수출실적은 올해1%안팎의 증가가 점쳐지고 있다.세계적으로는 값싼 원료를 바탕으로 한 산유국의 신증설증가로 인해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이 업종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빅딜은 지역적으로 인접한 기업간합병이다. 업종의 특성상 물류비가 높은데다 수직계열화가 필수적이다. 충남 대산에 담하나를 사이에 두고있는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간 빅딜이 부쩍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