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계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거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용어가 적지 않다. 가치중심경영(Value Based Management)도그중 하나다. 가치중심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가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치란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쉽게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예를들어 기업의 존재가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그러면 사회학자는 아마도 고용 창출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이나 자본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틀린 답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은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소유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것이 바로 존재가치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치란 화폐 단위로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중심경영에서 의미하는 가치 역시 수량화할 수 있는 개념이다.국내 모그룹이 몇년전에 가치중심경영(VBM)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이 그룹이 진정으로 VBM을실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수량화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그렇다면 VBM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야 할까. 먼저 VBM은 유형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한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표준화된 측정 방법을 따라 기업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기업의 주가를 이용한 시가총액법(Market Capitalization Method)이다. 기업이 공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한,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든 비효율적이든 관계없이 기업의상태 및 성과를 측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가를 이용하는것이다. 주가란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며 그들이특정 기업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바로 주가로 연결된다. 물론 시가총액법이 가치를 측정하는 완벽한 방법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가를 이용한 시가총액법보다 더 나은 가치측정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따라서 VBM을 도입하는 주요한 목적은 경영의 초점을 주가에 맞추기 위해서라고 말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시장이 그 기업의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주가는 그 기업의 가치를 그대로반영, 따라서 올라갈 것이다.이 이론을 적용한다면 국내 주식시장을 봤을 때 국내 기업들이 가치 창출에 있어 극히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벌들조차 비슷한 매출 규모의 외국 기업과 비교할 때 시장가치가턱없이 낮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만약 주식시장이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면창출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시가총액법을 대체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Value Added)를 계산하는 것이다. EVA는 기업의 수익을 계산할때 투입된 자본을 기회비용으로 간주, 그만큼을 수익 계산에서 차감한다. 이 방법에 따르면 수익률이 10%냐 15%냐 하는 것뿐만이아니라 자본 비용을 고려한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해낼수 있다. A. T.커니의 조사 결과 주가와 EVA간에는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EVA가 높으면 기업의 주가도 따라서 올라간다. 결국 VBM은 주가든 EVA든간에 확실한 수치로 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VBM을 도입했는데도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적용 과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sunny_yi@atkearn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