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무디스가 한국에 진출했다. 국내 신용평가시장에 뛰어드는 직접 진출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일부 지분만 참여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무디스의 진출을 계기로 국내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무디스의 명성은 지난해 한국의 외환위기과정에서도 증명됐다.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a1으로 하향조정하자마자 해외채권자들은 빚을 갚으라고 아우성이었고 한국은 국가부도일보직전까지 갔다. 무디스는 지금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있다. 6백명의 애널리스트(심사역)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95개 국가, 8만5천개 기업의 회사채, 6만2천여개의 국공채에 대해 평가를 실시했다. 12개 국가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나 합작법인을설립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물론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행되는 채권에 대해서는 8월20일 발족하는 합작법인이 독자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투자자로부터 무디스의 등급요구가 있으면 합작법인과의 사전협의를 거쳐 무디스는 평가를 해줄 예정이다. 또 국내 기업 또는 은행의 해외증권(양키본드 유로본드 등)발행에 대해 무디스가 평가할 경우 합작법인이 평가관련 자료를 보내주기로 했다.무보증회사채나 기업어음, 외화증권 등을 발행하려는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더욱 긴장해야할 처지에 빠졌다. 합작법인과 사전협의하더라도 무디스는 엄격한 잣대를 들고 나와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을매길게 뻔하다. 해외증권 발행시에도 무디스는 과거와 달리 국내사정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돼 기업들이 적당히 얼버무릴 수없을 것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의 평가능력도 전반적으로 향상돼분식결산 등을 철저히 감시하리라 기대된다.◆ 국내 금융기관 대출관행도 바뀔듯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외국인들도 신뢰성있는 평가정보를 토대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고 기대할만하다. 합작법인이 제공한 신용정보가 무디스의 간판을 달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합작법인을 통해 무디스의 선진평가기법에 대응하는 노하우를 획득하고 국제적 경험과 안목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투자자 관리등 기업IR(Investorsrelation)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금융기관들에 무디스의 한국 진출은 여신심사나 자산운용 체계를더욱 합리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받아 투자위험을 줄이게 됐다. 국내 기관투자가및 금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무디스와 합작법인이 연수를실시할 예정이다. 금융기관 스스로 기업 평가기법을 향상시킬 계기로 작용하리라 기대할만하다. 여신심사및 신탁자산 운용시 한국신용평가가 제공하는 신용평가정보를 활용키로한 금융기관이 은행 투신등 현재 26개사에 달한다. 이번 합작을 계기로 이같은 업무협약체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신용평가시장의 활성화는 국내 금융기관의 대출관행도 바꿔줄 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대부분 금융기관은 담보위주로 대출해줄 뿐 신용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태도에 문제가있기도 했지만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신용평가기관이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동산값하락 등으로 담보위주의 여신관행으로는 제대로 영업을 해나갈 수게 됐다. 결국은 신용대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기업가치에 대해 평가하고 재무위험성 등을 꾸준히 감시할 수 있는 여신관리시스템의구축이 시급하게 됐다. 합작법인의 설립은 신용평가기관의 신뢰성을 지금보다 한단계 높여달라는 금융기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게된 것이다.이러한 변화가 당장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무디스의 지분참여를 계기로 방향은 확실해졌고 불씨도 지펴졌다. 한국신용평가사장을 지낸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입각한신용평가가 이뤄져 신용거래질서의 정착도 앞당겨지고 금융·기업구조조정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번 합작의 의미를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