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교통부와 손해보험업계가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여온 자동차책임보험 처리문제가 일단 손보업계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고있는듯 싶다. 우리네 실정에서 정부와 민간업체간의 샅바싸움에서업계가 승기를 잡는 것도 이색적인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번 논쟁에서 가입자들도 책임보험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볼 계기를 줬다는점을 간과해선 안된다.이번 책임보험 논쟁의 핵심이 바로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가 적정한선인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보험사가 보험원리에 맞춰 흑자가 나면 즉시 보험료를 낮췄으면 이같은 논쟁 자체가 생길리 만무하다. 일단 양측의 주장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건설교통부는 책임보험 초과잉여금이 지난 96년 1천4백18억원, 지난해에는 3천9백94억원에 달하는 등 보험사들이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잉여금의 50%를 교통안전기금으로 돌리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교통사고 부상자 치료를 둘러싸고 보험사와 의료업계가 마찰을 빚고 있어 이를중재하는 의료보수 분쟁심의원을 산하기관으로 세우겠다고 나왔다.건교부는 책임보험의 경우 모든 자동차 소유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것이어서 기본적으로는 공공자금이라고 규정, 보험사가 책임보험 잉여금을 사적 이윤으로 취득해서는 곤란하다는 논리로 이같은 법 개정취지를 설명했다.이에대해 손보업계는 즉각 반대입장을 밝히고 강력 대응하고 나섰다. 건교부 지적대로 초과잉여금이 생겨 8월부터 책임보험 보험료를 14.3% 내리고 보상금액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건교부안처럼 책임보험의 초과잉여금을 교통안전기금으로 돌릴 경우 앞으로는 보험료 인하가 불가능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보업계는 또사회각계층이 참가하는 공청회를 개최, 사회 여론을 환기시켰다. 이공청회에서 각계 인사들은 건교부의 자배법 개정안에 대해 세계적조류에도 반한다는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이같은 여론에 밀린 듯건교부는 이번 자배법 개정안의 국회상정을 보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번 책임보험 논쟁은 일단락돼 가는 느낌이다.이번 정부와 손보업계간의 의견대립을 떠나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모든 차량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책임보험은 가급적 수지상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현실상 보험료를 내리기는 쉬워도 보험료 인상은 엄청나게 어렵다. 가입자들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뿐 더러 재정경제부등 당국도 물가문제를 앞세워 보험료 인상에 난색을 표시해왔다.이 때문에 손보업계는 지난 83년 자동차보험 다원화조치이후 자동차보험 적자에 시달렸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책임보험 수지가 지난 93년 5백12억원의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94년 5백33억원, 95년 9백43억원, 96년 1천4백18억원, 97년 3천9백94억원 등 해마다 초과잉여금을 냈으나 그간 전체 누적적자를 메우기는 턱없이 모자라는게 현실이었다. 만약 종합보험료 조정이 매년수지변동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책임보험 잉여금 공방은 애시당초없었을 것이다. 보험업계의 이같은 논리가 현실적으로 궁색한 것만은 틀림없다.어쨌든 이번 책임보험 잉여금을 둘러싼 건교부와 보험업계의 논쟁은 수지상등 원리 원칙에 충실한 정책만이 업계를 건실하게 만들고가입자를 보호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