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주요경제지표 동향을 보면 의아스런 대목이 한두가지가아니다. 그중에서도 금리의 급속한 하락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애매하다. 지난 3일 자금시장에서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9.83%로 2년4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도연11.90%를 기록, 1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금융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일반적인인식과는 동떨어진 현상임에 틀림없다. 물론 정부가 금리하락을 유도하고 있긴 하지만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금리하락의 원인을 하나 하나 따져보면 어느정도 이해할만하다.우선 콜금리부터 짚어보자. 콜금리는 금융기관 사이의 단기자금의과부족을 조정해주는 콜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를 말한다. 다시말해 은행을 비롯, 종금 증권 보험 투신 리스 등 금융기관들간에 초단기의 자금거래를 하면서 적용되는 금리다.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기관들도 영업활동을 하면서 어느날은 자금이 남아돌기도 하고 어느날은 자금이 모자라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이때 자금여유가 있는 금융기관들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에 그날 결제자금이 모자라는 금융기관에대해 하루 이틀정도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게 된다. 여기에서 형성되는 금리가 콜금리다. 콜거래는 전담중개회사인 한국자금중개주식회사를 통해 이뤄지지만 은행들간에는 자기들끼리 직접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차입 또는 대출기간은 길어야 30일을 넘길 수없도록 돼 있다.그렇게 보면 기업과 일반인들의 자금사정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금리다. 다만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이 전체적인 시중자금사정의 변화를 좌우하기 때문에 통화신용정책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결국 콜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이 좋다는얘기다. 그런데도 시중의 자금난은 왜 계속되고 있는가. 은행들이돈을 풀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제시한 BIS 자기자본비율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고 부도위험 때문에 확실한 담보와신용보증이 없으면 기업대출을 꺼리는 것이 요즈음의 실상이다. 그러다 보니 돈이 금융기관에 잠겨 있고 기업들의 자금난은 풀리지않는 것이다.그러면 회사채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회사채란 기업들이 직접금융시장, 즉 증권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자기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회사채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돈을 빌리고자 하는 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들거나 돈을빌려주는 입장에 있는, 즉 회사채를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금공급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증권시장의 자금사정이 호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문제는 증권시장의 자금사정은 결코 좋아진 것이 없는데도 회사채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요즈음 증권시장에서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해도 언제 어느 기업이 부도사태에 직면할지 모르기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부도위험이 적은 현대 대우 삼성 등 대기업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는 잘 팔리고 있다. 결국 회사채 거래가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대기업그룹에 집중되고, 이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낮은 금리로 비싸게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때문에 현재의 금리하락 추세는 전체 기업자금사정의 호전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기 보다 특정부문, 특정기업들에 한해 나타나는 국지적인 현상으로 볼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면서도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아직 금융시장의 경색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리인하가 시급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자금의 금융권 편중이 해소되고 필요한 기업들이 제때에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신용경색의 해소가 더욱 절실하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