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을 한낮처럼 밝히며 살아가는 「올빼미족」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비즈니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심야비즈니스다. 업종도 해장국집, 기사식당, 유흥업소 등 재래업종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심야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려는 직장인들을 위해 자정까지 문을여는 수영장, 킨코스 등 24시간 영업을 하는 사무편의점, 심야시간대에 매출이 집중되는 점에 착안해 김밥 초밥 샌드위치 등 간단한요깃거리에 음료수를 얹어주면서 판촉에 나서고 있는 편의점 등 업종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밤을 밝히며 일을 하는 곳들이 늘어나고있는 것이다.뿐만 아니다. 꽃집 기원 중국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심야비즈니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통 밤9시면 문을 닫는다른 꽃집들과 달리 밤 12시에 영업을 끝내는 강남역근처 송림화원의 김희연씨는 『밤 9시이후에 꽃을 찾는 심야손님의 1회 구매액이낮손님보다 높다』며 『밤 9시이후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3분1을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중국음식점은 야간배달을 하는가 하면, 강남의 한 기원은 자정에도 수담을 즐기려는 사람들을맞고 있다.물론 자영업자들의 상당수는 「평생직업으로 밤에 일할 생각은 아니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돈을 벌어 가계를 꾸리고, 착실히 돈을 모아 나중에 여유가 생긴다면 다른 일을 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징검다리사업」으로 심야비즈니스를 꾸려나가고 있는것이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0시우동·자장체인점을 개설한 유성훈씨는 『일단 야간영업으로 돈을 모은 후에 근사한 한식당을 하고싶다』고 말했다.이처럼 심야비즈니스가 확산되면서 그 전망에 대해 「일단 밝다」는 것이 현장의 일치된 목소리다. 그 근거로 우선 규제개혁위원회에서 8월말께 심야영업시간제한을 폐지키로 의결한 사실을 들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밤에 움직일 것이며 그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택배 업체인 마당쇠퀵24의 김보운사장은 『지금 고객서비스차원으로 심야배달을 하지만 앞으로 영업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게다가 이미 급속히 확산된 심야영화 상영과 편의점협회의 조사도참고할만하다. 지난 96년 영화 「이레이저 헤드」의 심야 무료시사회에 이어 지난 97년 공포영화 「킹덤」으로 불붙은 심야영화 상영은 이제 웬만한 개봉관은 물론 영화 두편을 상영하는 재개봉관들도가세할 정도가 됐다. 심야영화의 성공에 자극받은 일부 호텔에서록가수의 심야공연을 여는가 하면 일부 식음료업장의 영업마감시한을 자정에서 오전 2시로 연장하는 일도 생겼다. 심야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밤, 휴식에서 생산·창조개념으로 변화편의점협회의 조사는 심야인구를 노린 사업의 전망을 숫자로 보여준다. 지난해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영업에 있어 자정부터 아침8시까지 전체 매출액의 27.7%가, 오후 8시에서 자정까지 25.1%가몰려 밤이 깊을수록 영업이 잘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뒤쪽의 LG25 역삼3점 차주영점장은『밤9시에서 새벽 2시사이가 피크타임으로 이 시간대에 전체매출액의 60%정도가 판매된다』고 말했다. PC통신업체인 아이네트의 조사에서는 전체 인터넷이용건수의 47%가 새벽 1∼4시 사이에 이뤄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밤을 하얗게 밝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며, 이들이 모두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비즈니스기회가 크다는 것이기도 하다.그러나 심야비즈니스가 전망있는 사업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우선 낮과 밤이 뒤바뀌는데 따른 생활적응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 분당신도시에서 24시 서현해장국을 운영하는 윤성태사장은 『낮과 밤의 매출이 65대 35로 밤매출을 무시하지 못하지만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이라 중노동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에 갈비집을 운영할 때보다 수입은 월등히 늘었지만육체적인 피곤함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남대문시장에서 모자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도 『처음에는 아침 9시께 퇴근해 잠을 청하면잠이 오지 않아 괴로웠으며, 술을 먹고 억지로 잠을 자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족의 이해와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지하철 2호선 신천역 근처에서 PC게임방을 운영하는육모씨의 말이다.입지나 업종선택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국창업지원센터 고종옥소장은 『시설·장비보다 역세권과 같이 입지가 우선 고려되야 하며, 낮시간보다 경쟁이나 단속이 적고 짧은 시간에 집중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좋다』고 충고했다. 고소장은 또 『특히 유동인구의 경우 시간당 적어도 5백명 이상이 확보되는 지역이 좋으며,3천명 이상이면 A급에 속한다. 대로변보다는 상권이 형성된 곳의뒷골목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한편 이러한 심야비즈니스의 확산에 대해 박영배 신한종합연구소사회문화팀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개념이 변하면서 생긴현상』이라며 『밤은 도시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미개척 영역으로앞으로 밤을 이용한 많은 비즈니스들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과거에는 밤이 휴식 수면 등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가정이라는 공간개념이 지배했다면, 이제 밤은 창조적 생산적인 개념으로 변하면서덩달아 활동시간·공간의 파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맞춰 예전의 노동에 있어 온-오프(ON-OFF)개념이 파괴되고 도시자체가 논스톱도시(Non-Stop City)를 지향한다는 것이 박팀장의설명이다. 그래서 『심야비즈니스가 경제성만 담보된다면 소점포에서 시작해 기업이나 대형위락시설 등 기업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박팀장의 맺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