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1998년/398쪽/1만원

IMF사태를 극복하는 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다. 전체의 힘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함은 물론이다.특히 끝없이 추락하느냐, 조기 회생하느냐의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가 위기탈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IMF사태의 원인을 제대로짚고 여기에서 실천적 교훈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남덕우 전총리 등 경제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1명의 권위자들이 IMF사태를 보는 관점과해결책을 제시,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IMF사태의 원인과 처방을 담고 있는 셈이다. 총론은 남덕우 전총리, 외환위기의원인과 성격은 민상기 서울대 교수와 이찬근 인천대 교수가 맡았다.또 구조적 관점에서의 원인과 처방은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장과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담당했다. 이밖에 경제주체별 대응은 이달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김일섭 삼일회계법인 부회장등이 제시했다.먼저 남덕우 전총리는 한국경제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민주화와 개방화라는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되고한국경제의 대외신뢰도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남 전총리는 정부의 금융기관 인사간섭 배제, 주주이사회 기능 강화, 금융건전성 회복 등 금융정상화를 단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민상기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외환위기는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겹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에다국제자본의 급격한 흐름변화와 태국위기의 전염효과가 더해져 위기가 커졌다는 얘기다. 민교수는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외환위기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자본 흐름의 변화를 파악하는 능력배양과 중앙은행의 효율적 시장개입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장은 압축성장 과정에서의 투입요소 주도형 성장의 한계, 역내 및 세계경제의 경기적 요인과 금융의 낙후,그리고 외환관리 부실에서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을 찾는다. 한국경제의 구조를 인간자본의 개발과 정보화 사회의 기반구축 등 신성장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관점에서 비롯됐다.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문제의 본질이 정부와 기업의 구태의연함에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주도의 외연적 발전전략이 80년대말을기점으로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정부와 기업이 구태를 버리지 않아부실이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이교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중상주의적 패러다임을 자유주의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하며 단기대책으로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강조했다.이달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위기발생의 원인으로 과거의 일원적 집권주의 모델이 산업화와 민주화 진전으로 유용성을 상실했고,다원적 자율체제가 건실하게 구조화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들었다.그러면서 이원장은 정부 주도모델에서 벗어나 정부와 기업, 그리고시민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이른바 「세발 자전거 모델」로 전환해야 국가경제력을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김일섭 삼일회계법인 부회장은 기업의 성장일변도 전략에서 문제의핵심을 찾았다. 우리 기업들이 인플레하에서 차입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한 결과 지속적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누적 등을 초래했다는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성장중심에서 이익중심, 가치중심으로 경영패턴을 바꿔야 하며 중소기업은 한국형 목표관리제 도입 등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책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나름의 관점에서 IMF사태를 불러온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만큼 책 전체를 일관하는 통일성은다소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IMF사태의 원인과 처방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종합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