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컨설팅·정보제공업 등 호황..꼼꼼히 살펴보면 사업거리 다양

이미 실업규모가 2백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직장인들이 실직을 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더 큰 문제는 퇴직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매우 암담하다는데 있다. 실낱같은 재취업 가능성만 믿고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창업을 하기에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때문이다.여전히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신용공황으로 창업자금을조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주위에서 도무지잘되는 업종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도 이들의 결심을 망설이게 하는요인이다. 그리고 창업에 실패해 전재산을 날렸다는 퇴직 선배들의실패담은 이들에게 「쉬는게 버는 것」이라는 잘못된 풍조마저 낳고 있는 실정이다.◆ 알량한 경험이 가장 큰 자산창업 이외에는 탈출구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뜻 창업에 나설 수도 없는 모순이 바로 IMF시대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좋은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왜 그럴까.지금 우리 사회는 대격변의 와중에 있다. 이러한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점이 샐러리맨들이 창업할 때 유념해야 할 기준이 된다. 우선 잘되는 업종과 안되는 업종을 살펴보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불황을 맞이하고있는 업종들이 예외없이 버블시대에 편승했던 사업들이다. 이러한사업은 초긴축이 키워드인 상황에서 잘되는게 오히려 이상할 수도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주관했던 회사들이나 가정을 대상으로 했던 패밀리레스토랑, 개인대상의 교습업 등이 그러한 예이다.반대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승승장구하는 업종들이 있다.기업의 줄어든 인원을 대신해 각종 업무를 염가에 덜어주는 용역업, 남편의 실직과 감봉으로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주부들의 가사부담을 초염가에 덜어주는 업종, 취업과 창업을 지원해주는 각종 정보제공업 등은 요즘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그런데 이런 업종들의 특성은 고도의 지식정보를 바탕으로 기업 가정 개인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것들이며, 바로 실직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이트칼라 출신들이 창업을 할 경우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사실이다. 사무직 출신들이 자탄하듯 털어놓는 바로 그 「알량한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 될수 있는 분야인것이다. 그리고 이런 업종은 많은 자본도 필요하지 않으며 실패할경우의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매력도 갖고 있다.결국 뜻하지 않은 실직으로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최악의 상황이지만 어딘가에 솟아날 구멍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업종이나 가능성이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겠지만. 그러면 이런 사업들을 발굴하고 구체적인 창업으로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우리 옛말에 「배운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다. 한번 가본 적이있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초행 길인 경우보다 찾아가기가 훨씬 쉬운 것처럼 창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시장구조나 고객특성, 경쟁관계를 알고 있는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느닷없이시작한 분야에서는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프로가 아마추어를 상대로 사업을 해도 승산이 별로 없는 지금같은 불황기에아마추어가 프로(고객들은 프로중의 프로다)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서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이다.따라서 창업시점에서 자신이 가장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도전하는게 우선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그런 분야는 곧 자신이 직장에서 길게는 수십년, 짧게는 몇년간 경험했던 바로 그런 분야들인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 희망자들이 직장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하라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원론적으로는 동의를 하면서도 정작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우선 자기의 경력을 분석적으로 살펴보지 않고 막연하게 접근하기때문에 발상이 한계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획부서 출신들의 사례를 보자. 그냥 기획이라고만 생각하면 할수 있는 사업들이 모호하다. 그러나 기획 가운데서도 자신이 담당했던 구체적인업무를 나열하고 그 업무에서 통용되었던 개념이나 노하우를 이용해 기업 가정 개인 등 다양한 고객집단을 염두에 둔다면 훨씬 많은사업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만일 기획부에서 경영관리 업무를 하면서 사사편찬 업무를 동시에담당했던 사람이 있다고 하자. 통상 웬만한 기업의 경력자라면 이런 분야에서 기획력과 실행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람은 퇴직 후 그런 기능을 갖추지 않고 있는 기업을 대신해 사사편찬이나 방침설정 등을 염가에 자문해주는 컨설팅업을 할수도 있고, 여유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가족사나 일대기를 써주는 사업을할 수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논술교습업을할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하기 보다 독창적 사업 발굴해야이와 같이 「부문-구체적 직무-해당부문에서의 노하우나 경험분석-고객대상별 적용 가능성」 등의 순서로 발상을 하게 되면 미처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업거리들을 생각해낼 수 있다. 이렇게해서 찾아낼 수 있는 사업분야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기획부문만 하더라도 1백여개를 돌파할 정도니 업무 전체로 생각하면 백과사전만큼의 많은 사업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력관리차원에서 여러 부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훨씬 많은 아이템을가질 수 있으니 가뭄 속에서 단비를 만난 형국이라 할수 있지 않을까.마음이 급한 탓인지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요즘 잘되는 업종」만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남들이 많이 하는 사업보다는 보편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사업을 발굴해야 승산이 있다. 비록 주위에있는 사업이라도 자신의 직장경험을 살려 시대상황이나 고객특성에맞게 나름대로 변형시킨 사업이면 더욱 좋다. 그런데 이런 분야를찾아내려면 먼저 창업에 대한 남다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해야 되겠다는 소극적인생각보다는 이왕이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겠다는 당찬 포부를갖는 것만으로도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사업을 찾아낼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가슴 답답한 사람이라면 바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난날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터뷰 / 창업론 연구 정대용 교수"철저한 사업계획서가 창업 첫걸음"『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업계획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자칫 주먹구구식으로 창업에 나섰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지요. 적어도 2~6개월 정도는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짜는데 투자해야 합니다.』「창업론 박사」인 정대용 숭실대 중소기업학부 교수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사업계획서를 짜라고 강조한다. 사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여기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지금이 창업의 적기라고 강조하는 정교수는 또 『창업을 준비할 때는 전문가의조언을 받고 현장조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정교수는 창업 이후의 주의사항과 관련해서는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처음 6개월까지가 힘든만큼 이를 참고 견뎌낼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금관리를 철저히 해 정상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하며 지나친 기업 확장욕구는 금물이라고 주장한다.『IMF사태를 맞고 있는만큼 본전이 곧 성공입니다. 적자만 나지않으면 아주 성공적으로 기업을 경영한다고 할수 있지요. 지금 당장은 현상만 유지해 나가더라도 언젠가 한번쯤은 반드시 기회가 올것입니다. 개구리가 월동하고 나면 도약을 할수 있듯이 기업경영도마찬가지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