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엔화방어·국내 신용경색 해소·워크아웃기업 회복

여러번 이야기한 것처럼 세계경제는 감속 과정에 들어가 있다. 아시아 역내의 수출입 금액이 줄어들고, 수출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국제상품 가격이 떨어지고, 유가도 떨어지고 있다. 유일하게 수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유럽과 미국 뿐이다.만약 미국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소비가 줄면서 수입이 줄어든다면감속은 더욱 가속되어 세계경제가 디플레의 공황에 한 발짝 더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다.수요가 줄고 물가가 떨어질 때 가장 어려운 곳은 빚이 많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금 이런 상황의 한 가운데에 들어가 있다. 여기서 벗어나는한가지 방법은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추어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1990년 이후 국내 디플레에 빠진 일본이 택한 전략도 바로 이런 방식이다. 즉 자국의 디플레를 외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상반기 동안 한국은 제조업의 가동률이 사상 최저인65%를 기록했다. 수출이 물량기준으로 약 20% 늘어났는데도 그러했다. 수출이 물량기준으로 20% 가량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원화의 화폐가치 하락으로 달러 표시 수출가격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원화가치 하락이 없었더라면 수출물량 증가는 어려웠을 것이다. 가동률이 훨씬 더 떨어졌더라면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컸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지금 바로 이런 상황에 들어와 있다.중국은 자국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겠다고 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재무구조 조정의 핵심은 차입금 축소디플레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은 정부에서 돈을 풀어 국내 수요를 부추기는 것이다. 전세계가 수요 감소의 디플레에 들어가면세계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돈을 푸는 인플레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경제학자 폴크루그만은 디플레에 들어가 있는 일본에 대해돈을 계속해서 풀라고 권고한다. IMF는 관리아래 있는 각국에 재정과 금융의 완화를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처럼 중국도 돈을 풀더라도 이 돈이 기업이나소비자에게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이미 발생한부실채권의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 또 언제 대출기업이 부도날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추가로 대출을 늘리려고 하지않기 때문이다. 은행을 통해 신용이 늘어나지 않으면 세금을 낮추어서라도 소비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소득 중에서 과거보다 더 많이 저축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디플레의 모습이 역력하다.이런 정상적인 정책들이 먹혀 들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취하는 정책이 기업의 부채 탕감이다. 소위 말하는 워크 아웃이다. 기업과 은행이 서로 손해를 보더라도 더 큰 손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당연히기업에 연결된 종업원, 주주도 손해를 보게 된다. 손해의 정도가 점점 커지면 결국 정부가 은행을 도와 주어야 하므로 일반 국민도 더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때 이해 관계 주체들은 서로 손해를 적게 보려고 싸울 것이다. 누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를 과연 누가 결정할 것인가. 이 과정을 큰 갈등 없이 진행시키는 것이 시장 경제다. 우리는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진행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지켜보았다.12월 결산 상장회사의 경우 올해 6개월 동안 차입금이 약 7%(약18조원) 늘어났다. 그 동안 부채는 전혀 줄지 않았고 기업과 은행은 부실자산을 잔뜩 안고 넘어져 뒤뚱거리는 거인의 꼴이다. 이 부실 자산을 상각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의 단계에서 재무구조 조정의 핵심은 차입금의 축소에 있다. 정부는 5대그룹이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 모아서 이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고 보고있다. 그래서 정부는 은행의 대출 기준을 강화했으며, 단기 자금인상업어음(CP)할인의 운용 기준을 더욱 엄격히 규정했다.이제 회사채 발행 절차마저 뜯어고쳤으므로 5대 그룹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기업 특히 5대 그룹으로서는 이제 마지막 남은 수단이 정말 자산을 매각하든가 아니면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길밖에 없다. 삼성 그룹은 발 빠르게 증자를발표했다. 이제 그룹사들은 신규 자금 수요가 많은 기업이나 사업을 그룹에서 떼어내어 정부가 원하는 빅딜을 적극 도모할 수밖에없게 되었다. 빅딜을 하면 정부는 자금과 세금을 지원하는 대신 5대 그룹은 자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 낮은 회사 골라 투자해야은행은 12개 워크아웃 선정 기업중 동아건설에 처음으로 부채탕감,출자전환, 감자 등의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동아건설은 빚이줄어들고, 이자가 적어지므로 이익을 내야 한다. 이렇게 빚이 적어졌는데도 또 장사가 안되어 빚이 다시 늘어나서는 안된다. 그리고은행은 대출금을 주식으로 출자 전환했으므로 동아건설이 이익을내어 주가가 올라가면 보유 주식을 팔아서 최초의 대출금에다 이자를 붙인 금액만큼을 회수해야 결국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 과연이런 시나리오가 동아건설에서 나타날 것인지, 그리고 남아있는 다른 워크아웃 기업도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 살아날 것인지에 따라국내경제의 회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하겠다. 그 외의 다른 기업들도어떤 과정을 밟을 것인지, 소위 5대그룹은 어떻게 변신할 것인지,정부는 이 지원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지원 자금원중 하나인 공기업 매각은 언제쯤 될 것인지,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기만하다.앞으로 주식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엔화 약세를 방어하는것이다. 그래서 미국으로 몰리는 자금이 일본과 아시아로 역류시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5대그룹 빅딜이 완료되고 은행의 부채/자본 구조가 안정된 후 통화 공급이 증가하면 신용경색이 해소될 것이다. 지금처럼 금융기관끼리 서로 자금을 돌리고그것이 특정 금융 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식이서는 아무런 의미가없다. 이때까지 투자가들은 부채비율이 낮은 회사를 골라 투자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