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을 즐겁게 해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골퍼 박세리다. 그녀가 우승할 때면 온국민이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한다. 세계의 언론들도 박세리의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과 침착성에 경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물론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 혹독한 훈련과정, 프로데뷔 초기의 성적부진에 따른 스트레스,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겪어야했다.그러나 과연 무엇이 오늘날의 ?박세리?를 만들었는가를 물어본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그녀의 「프로정신」을 들고 싶다. 지난번 US오픈 18번홀에서 그녀가 신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공을 쳐올리는, 그리하여 마침내 우승을 따내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이에 반해 최근 국내 프로골프 테스트에 참가했던 예비 선수들이캐디와 공모하여 점수를 조작하는 사건을 접하고 많은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선수들이 골프룰을 몰라서, 아니면 한국에PGA(프로골프협회) 룰이 없어서 그러한 과오를 저질렀을까? 단연코 아니다. 한국에도 PGA가 제정한 골프룰이 엄연히 있고, 프로지망생이 몰랐을 리도 없다.이 사건은 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팽배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이들이 요행히 프로에 입문할지라도 장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각자가 룰이 없는 게임을 벌일 경우 게임자체가 존립의 근거를 위협받을 것이기 때문이다.다시 경제얘기로 돌아가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IMF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작업이 전사회 각 부문에서 진행중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국제규범에 맞지않는 각종 국내제도를 정비하고있으며,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각종 법령안의 제정도함께 진행하고 있다.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 즉 모든 경제주체들이 한 사람의 예외도없이 주어진 룰에 따라 경기(경제활동)에 참여하여 선의의 경쟁을할 때에 구조조정작업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모든 이해집단들이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고, 자신은 안지키면서 상대방에게만 법과제도를 준수하기를 바라는 이상 룰은 더 이상 존재가치를 상실할수밖에 없다.얼마전 실시한 재정경제부 직원 연찬회에 연사로 참석한 한 귀화외국인은 인상적인 얘기를 남기고 돌아갔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고쳐야 할 일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이를보고도 못본척하여 10년전의 문제나 5년전의 문제가 전혀 치유되지않은채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우리 사회의 상당부문에서 법과 제도, 즉 게임의 룰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행태를 통렬하게 꼬집었다. 룰을 어겼을 때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응징이 따랐어야 함에도 불구,불행히도 우리의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룰의 적용을 올바르게 감시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을 때가 많았다.또 하나의 사례를 들면 필자가 미국에 근무할 때에 동창들 모임이있어 친구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에 한 사람이 『차가 없어졌다』고 말했다.주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차가 없어 하는 수없이 집으로 돌아가서자동차 분실신고를 했는데, 이튿날 아침 경찰에서 「동네 사람이불법주차 차량으로 신고하여 견인되어 있으니 벌금을 물고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친구의 차가 다른집의 주차장 출입구를 막아 놓았다고 한다. 우리 한국사람 눈에는그같은 미국인의 처사가 야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친구가 주차의 「룰」을 어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우리나라는 IMF 관리체제를 맞아 각종 제도를 고치고 틀을 다시짜는 일을 하고 있다. 새로운 룰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이번에도 룰을 무시하고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프로 테스트를통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던 예비프로들과 크게 다를 바 없게된다. 경제위기 극복은 공염불로 전락하고말 것이다.룰을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 없이는 어느 누구도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