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상품인 원자재 가격 하락·투자 감소 ... 브라질 통화 위험

「불황」이라 불리는 전염성 강한 병이 개발도상국가들(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s) 사이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태국의 바트화가 평가절하된 이후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와 환율은 급락했다. 몇몇 라틴아메리가 국가들 역시 아시아 경제 위기의 한파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러시아에서의 경제적 혼란은 거의 모든 이머징 마켓들을 불황의 그늘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지난 한달간 개발도상국 주식시장의 IFC(International FinanceCorporation:국제금융공사) 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19%가 폭락, 지난해 7월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역 경로 따라 경제위기 급속 전파이미 경제전문가들은 어떤 국가가 러시아 다음으로 통화를 평가절하할 것인지 알아맞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주위 아시아 국가들 사이로 퍼져나갔던 전례에 비춰볼 때 혹자는 루블화의 평가절하가 동유럽의 환율과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라틴아메리카의 주가가 지난 일년간 40% 급락, 평균 10% 하락한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더욱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좀 부당하게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 러시아와는 무역상으로나 금융상으로나 거의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의 전염 경로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한 이머징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경제 위기가 퍼져나가는 가장 뚜렷한 경로는 무역이다. 한 국가가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그 국가와무역하던 다른 국가들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한 국가의 평가절하가 다른 국가의 경쟁력 상실과 연결된다는 사실은 특히 동아시아지역에서 유효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의절반 이상을 일본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더 이상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에 주요한 수출지역이 아니다. 이로인해 러시아의 경제 위기가 동유럽에 전파될위험은 극히 적은 편이다. 지난해 체코 공화국과 헝가리 폴란드 등의 대러시아 수출은 전체 수출의 5% 이하, 국내총생산(GDP)의1∼2%에 불과했다.그러나 아시아나 러시아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라틴아메리카가 경제 위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이유는 왜일까.상품 가격의 변동 때문이다. 이것이 동아시아 위기가 전파되는 두번째 경로다. 거대한 원자재 수입국이었던 동아시아가 경기 침체를겪자 원유와 원목, 금속 원료 등의 상품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러시아가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원자재 수출을 더욱 강력히추진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면서 원자재 가격은 더욱 하락할 기미를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라틴아메리카 경제에 부담일수밖에 없는데 원자재 수출은 이 지역 전체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머징 마켓의 경제 위기가 확산되는 세번째 경로는 아시아나 러시아 지역의 경제 위기로 인한 투자 감소이다. 경제 위기로 인해 투자 위험도가 높아지자 투자자들은 이머징 마켓을 떠나 미국의 재무성과 같은 더욱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그러나이런 자금 이탈이 완전히 무차별적인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 러시아와 비슷한 경제적 취약점을 가진 국가들이 가장 심각한 어려움에직면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는 몇몇 경제 지수들에서 아시아와 비교될만하다. 우선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많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브라질의 경우 러시아와 공유하고 있는 경제적 문제점은 또 있다.바로 엄청난 재정적자이다. 브라질은 올해 GDP의 7%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러시아의 6%보다도 많은것이다.분명히 경제 위기는 라틴아메리카에 더 빠르고 심각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라틴아메리카는 거대한 원자재 수출국가이며 라틴 아메리카의 몇몇 국가들은 경제 상황이 그다지 건전하지 못하다. 브라질의 주식시장이 폴란드보다 더 곤두박질치고 있고 브라질 통화가 러시아 다음으로 위험한 것으로 지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