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카시트커버 개발, 미·일시장 공략...외자유치해 재무구조 개선

가죽은 인류 최초의 의류다. 창세기는 하나님이 아담과 그 아내를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혔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후 인간은 가죽으로 신발과 배낭을 만들었고 요즘엔 핸드백 혁대 운동화에서 소파카시트커버 핸들커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쓰임새를 개발해냈다.인조섬유를 비롯한 다양한 대체품이 개발되고 있는데도 가죽이 동서고금을 통해 사랑받고 있는 것은 다른 섬유가 흉내낼 수 없는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은 숨을 쉰다는 것. 동물의 피부로 만든만큼 미세한 숨구멍과 땀구멍이 그대로 살아 있다.땀을 흡수하고 통풍과 체온조절을 돕는다. 질기다는 강점도 있다.가죽옷을 즐겨입는 미국에선 대를 물려가며 입는 일이 많다. 미적감각이 뛰어난 것도 특징이다. 터프가이를 연출하는 옷으로 만들수 있는가 하면 실크처럼 부드럽고 고운 색상으로 가공할 수도 있다.◆ 입사 30년만에 사장자리 올라청주에 있는 조광피혁은 세계 최대 가죽공장이다. 정확히 말하면물작업과 완성(피니싱)공정을 모두 처리하는 공장으로는 단일규모로 가장 크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가죽공장은 물작업만 하든지피니싱공정만 처리한다. 하지만 조광피혁 공장은 원피가 들어가면완제품이 돼서 나온다. 물작업은 원피의 털을 뽑고 안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며 염색하는 공정. 피니싱공정은 가죽을 부드럽게 무두질하고 표면을 가공하는 공정이다.이 공장은 하루에 소 5천마리분의 가죽을 가공한다. 가공을 통해나오는 완제품 가죽은 월 6백만 평방피트에 이른다. 이중 신발윗부분용(슈 어퍼)과 핸드백용 가죽이 4백만평방피트, 자동차및 가구에 쓰이는 가죽이 1백만평방피트, 송아지가죽과 의류용등이 1백만평방피트다.이들 제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로 실려간다. 중국 필리핀 일본미국등지로 지난해 6천1백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이들 해외 공장에선 구치 니나리치 폴로 도나카렌 뉴욕 등 고급핸드백과 나이키리복 등의 신발로 만들어진다.조광피혁의 이영표 사장(59)은 가죽과 함께 일생을 살아온 전문경영인. 고대 상대를 나와 67년 조광피혁에 입사했다. 그후 경리 자금 판매 생산 개발 등을 두루 거친뒤 30년만인 지난해 사장자리에올랐다. 가죽처럼 끈질긴 노력끝에 샐러리맨의 꿈인 사장자리에 오른 것. 하지만 기쁨보다는 어떻게 조광호를 운항해 나갈지 막중한책임감에 싸여 있다. 조광피혁은 1936년에 창업, 이미 환갑을 넘긴연륜을 쌓은 업체로 창업주인 이영근씨와 2세인 이길용회장마저 작고한 상태. 게다가 IMF로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있다.하지만 이사장은 노련한 선장처럼 파고를 잘 헤쳐가고 있다. 원자재 수입이 많은 조광피혁은 지난해 환율급등으로 커다란 환차손을봤다. 연말에 결산을 해보니 2백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올 상반기엔 7억원의 순이익으로 반전시켰다. 동시에 외자유치가필요하다고 판단, 미국 IBP와 손을 잡았다.IBP는 연간 매출이 1백33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쇠고기 가공업체. 쇠고기를 가공하면 부산물로 원피가 나오고 이를 조광피혁에10년 이상 공급해왔다. 그동안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IBP는 조광피혁이 발행하는 전환사채 2백만달러어치를 전량 인수키로 흔쾌히 승낙했다. 전환사채는 연리 10%에 7년만기조건으로 발행된다. IBP는만기에 주식으로 전환키로 방침을 정해 조광피혁은 한미합작법인으로 바뀌게 된다. IBP의 지분율은 35%선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는별도로 3백만달러를 조광피혁에 빌려주기로 하는 등 돈독한 신뢰관계를 보여주고 있다.조광피혁은 미국의 농무부 정책자금(GSM자금) 4천2백만달러를배정받아 원자재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금융시스템이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GSM자금확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구나 피혁업체는 원가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크다. 이 자금중 3천만달러는 IBP사로부터, 나머지는 카길그룹의엑셀사로부터 각각 원피를 구입할 계획이다. 자산재평가도 실시, 부채비율을 2백17%로 낮췄다.상반기중 외화차입과 재무구조개선에 온힘을 쏟았던 이사장은 이젠마케팅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비중이 큰 시장구조를 선진국 중심으로 바꾸려 하는 것.◆ 수출비중 85%로 확대이를 위해 미국에 카시트커버와 가구용가죽의 총판권자를 각각 선정할 계획이다. 빠르면 연내에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시트커버는 조광피혁이 자랑하는 고부가가치상품. 고급승용차의 시트커버용으로 들어가는 가죽은 무려 10년동안 40억원 이상을 투입해 개발해 낸 것.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제품이기 때문이다. 차안의 온도가 올라가면 가죽내 함유된 기름이 증발, 차유리를 뿌옇게 만들어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수 있다. 따라서 가죽시트는 이를방지할 수 있도록 가공돼야 한다. 또 정차시 미끄러지지 않아야 하며 앉았을 때 마찰음이 나지 않아야 한다. 조광피혁은 이 제품을개발, 이미 혼다와 닛산의 시험을 통과했고 GM과 포드로부터 테스트를 받기 위해 교섭중이다.그는 또 생산제품의 품질수준을 2~3년안에 세계 최고인 이탈리아수준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조광의 기술및 품질수준은 일본과는 대등하지만 이탈리아에 비해선 약간 뒤진다고 인정한다. 예컨대 이탈리아는 더 싼 원피를 수입해서 고품질의 가죽을 만들어 내는데 한국은 고가의 원피를 들여다 가죽원단을 만들어내고있다는 것. 따라서 이탈리아의 앞선 기술은 품질과 원가면에서 경쟁력을 더 갖추고 있다.이사장은 10명의 개발요원을 통해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지닌 제품, 물성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토록 독려하고 있다. 또 운동화보다는 신사화용 가죽을 생산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핸들커버를 양산, 일본의 자동차업체에 공급하는 것도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의 일환이다.수출비중을 높이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내수시장 침체를 뚫는돌파구는 해외시장일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50% 수준이던 수출비중을 올해는 8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한국의 가죽산업은 선진국을 간발의 차이로 추격하고 있습니다.21세기엔 반드시 추월해 물량 뿐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앞서갈 생각입니다.』가죽이 인류역사와 함께 영원히 지속될 사업이라고 확신하는 이사장은 조광피혁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한줄기 아침햇살이 되겠다는각오를 다지고 있다. (02)3452-6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