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물자교류협회의 노정호 사무총장(34)은 대북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반에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작년 2월 황장엽 사건 때는 망명을 주선했다는 언론의 오해를 받으면서더욱 유명세를 치렀다.협회의 초대사무총장을 맡게 된 것도 그가 젊은 나이에 대북비즈니스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그는 지난 87년 청주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일찌감치 무역업무에 뛰어들었다. 대한상사를 거쳐 92년에는 홍콩 고견상사에서 중국측과의 교역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을 통한 북한과의삼각교역에 눈을 뜨게 됐고 나진·선봉지역 투자에도 깊숙이 간여하게 됐다.▶ 아직도 일반인들은 대북비즈니스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간단히 설명해 달라.『이 사업을 감상적 차원에서 이해하려면 1백% 틀린다. 한마디로우리는 장사꾼들이다 .』▶ 그렇다면 영리만을 추구한다는 것인가.『한민족 물자교류협회는 사회단체로 등록돼 있지만, 그 목적은 남북간 상호이익을 추구하는데 있다.』▶ 주로 어떤 사업이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는가.『단순한 물자교류는 돈이 안된다. 임가공, 즉 북한의 싼 노동력과남한의 우수한 기술이 결합할 때 경쟁력이 생긴다.』▶ 대북 접촉루트를 소개해줄 수 있나.『자세히 밝히기는 곤란하다. 북경 심양 연길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정도다.』▶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현재 남북한은 동시에 경제위기를 맞고 있어 어려운 점도 많다.그러나 정치적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북한은 김정일체제가들어서면서 개방을 확대하고 있고, 우리측은 이른바 「햇볕론」으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인력수준은 어떤가.『남한과 마찬가지로 교육열이 높아 생각보다 생산성이 높은 편이다. 기술습득 속도도 빠르다고 듣고 있다.』★ 북한 대외 무역창구'상사' 가동....당국통제로 변화무쌍북한 당국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많은 「상사」들을 가동하고 있다.국내기업이 북한과 거래를 트려면 통상 이들 상사들을 잡아야 한다. 교역규모로 보면 개성그룹, 조선광명성 경제연합회, 낙원무역총상사, 대성무역총상사, 용악산무역총상사, 능라도무역총상사, 봉화무역총상사, 삼천리무역총상사 등이 선두그룹에 꼽히고 있다.그러나 개별상사들의 면모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모든상사들의 활동이 당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만큼 접촉창구나 루트는 변화무쌍하기 그지 없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가동되던 채널이 다음날 없어지기 일쑤고, 연락 전화번호가 아예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대개 우리측이 보안을 지키지 않았거나 북한내 접촉당사자가 비리에 연루되면 즉각 접촉채널이 봉쇄된다. 물론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북한내 거래의 중심축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90년대 초반까지는내각(옛 정무원)산하 대외경제위원회가 대남교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나 95년 이후에는 광명성 총연합회로 옮겨졌다. 요즘에는민족경제협력 연합회가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북측 채널의 변화를 북한내 상부구조의 변화와 연계시키는 시각도있다. 최근 대기업들의 대북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기존의 접촉라인이 대부분 끊어지고 새로운 라인이 들어서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부패 등을 이유로 기존 라인에 있던 사람들이 숙청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이와 관련, 모기업 관계자는 흥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동안대남경협을 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이 최근 김정일체제의본격화와 함께 권력핵심에서 밀려났다. 당에서도 완전히 밀려난 듯한 인상이다. 이는 대남경협채널에 심각한 변화가 있다는 징조가아닐 수 없다.』장성택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이다. 올초까지 당조직부부부장으로 실세중의 실세로 군림해온 그가 이번에 당이나 내각에서 자리를 받지 못한 것은 그의 실각을 점치기에 충분한 근거로 볼수 있다.이번에 북한체제 개편에서 내각의 상대적인 우위가 두드러진 점도대남경협전략의 변화를 짐작케 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북한 상사들내부적으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는 것이다. 내부에서 투서가 횡행한다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가시적인 「실적」을 중요시하는 북한측 풍토로 볼 때 우리측과의 「빅딜」을 성사시키는 여부에 따라 「무역일꾼」들의 부침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당우위의 체제를 갖고 있는 북한사회에서 노동당의 역할은 여전히 중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측과의 금 은 동 아연등 현물교환이나 많은 현금이 오가는 거래도 당이 중심이 돼 이끌어온게 사실이다. 더욱이 정책의 결정과 집행의 키를 쥐고 있는만큼 그 비중은 여전히 높다는게 대북관계자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