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많게는 10대씩 팔던 승용차를 요즘은 3대도 주문을 받기어렵다. 본사에서는 목표량을 채우라고 득달이지만 도대체 방법이없다. 그나마 차가 팔리고 있는 것은 생계마저 걱정하게 된 판촉사원들의 「벼랑끝」 영업 때문이다.』서울 강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영업소 관계자의 푸념이다.IMF사태이후 자동차에 대한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국내 완성차 회사들은 「판매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본사 직원들까지 영업점에배치해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판촉전이라기 보다는,차라리 「아우성」에 가깝다.『도무지 살 마음이 없는 사람들을 붙들고 판촉을 하자니, 이제는고객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기아자동차 목동영업소 판매인 유종태)정부에서는 이를 보다 못해 지난 상반기중 자동차 특별소비세율을30%나 낮춰주었지만 판매신장에는 도움이 안된다. 그동안 세금이무서워 차를 못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상반기중 경승용차 「마티즈」를 앞세워 국내 자동차판매 1위를 기록한 대우자동차의 경우를 보자.지난 8월말현재 국내 판매실적은 29만1천83대(쌍용자동차 판매분포함)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9.1%나 줄어들었다. 「팔수록 손해」 라는 마티즈가 5만8백86대가 팔린 것을 감안하면 업계 1위라는 자리도 반갑지않다는 하소연이다. 대우자동차의 주력차종인「레간자」와 「누비라」는 작년에 비해 각각 59.4% 및 67.6%가줄어들었다. 이에따라 창원공장을 제외하고는 부평 군산 평택공장등의 가동률이 50%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작년보다 판매량이 50% 이상 줄어든 현대자동차는 더 심하게 멍이들었다. 상반기중 경영수지는 17년만에 처음으로 12억원의 적자를기록했는가 하면 근로자들의 장기파업으로 한달여간 공장을 돌리지못했다. 이 때문에 8월중 판매량은 6천9백57대에 불과했다.◆ 신차 출시해도 디플레 조짐에 주춤현대자동차의 김진곤 판매기획팀장은 『자동차 내수시장을 살리기위한 마땅한 타개책이 없는 실정이다. 양질의 성능을 갖춘 신차를출시해도 국내경제 전체가 디플레조짐을 보이고 유류관련 세금도많이 올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기아자동차도 궁색한 처지이기는 마찬가지다. 8월중 크레도스II 판매가 월간 최다판매(3천4대) 기록을 세우고 카니발도 호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작년동기대비 57.9%의 감소율을 나타내고 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완성차 회사들은 올해 내수판매목표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현대 대우 기아 삼성등 국내사들이 현재 내부적으로 책정해놓은 판매목표는 모두 82만여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판매량 1백51만대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이 내년에도 시장이 뚜렷하게 호전될만한 조짐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름은 더 깊어가고 있다.한·미 자동차협상이 연말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타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협상의 흐름으로 볼 때 외국자동차 회사들의국내시장 잠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에대한 관세율(8%)인하는 당장 시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동차관련 세제의 전면개편 등으로 외국사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여기에다 도요타등 일본산 자동차의 국내공략도 거세질 전망이다.최근 일본 자동차업계는 신규 수출시장중의 하나로 한국을 지목,시장진출을 위한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대우자동차 마케팅팀의 최종열 차장은 『외국산 자동차들이 내년부터 내수시장을 두들길 경우 중대형차 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의잠식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결국 제한된 시장을 놓고 국내외 메이커들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예상되는데 그 결과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영업수지만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