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됐다. 올해보다 6. 2% 늘어난 85조7천9백억원이다. 그러나 이 예산은 연 12∼13%의 국채를 발행해 편성하는 적자예산이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세출대비 세수부족분 13조5천억원을 국채를 발행해 보전키로 한 것이다.이에따라 금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비용을 합해 내년도 국민들이새로 부담해야할 세금부담은 1인당 21만3천원으로 계산되고 있다.5인가족 기준으로 무려 1백만원을 넘는다.정부는 올해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예금보험기금에서 발행하는 공채에 대한 이자로 3조6천억원을 책정했으나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 32조5천억원,예금보험기금채권 17조5천억원등 50조원을 신규로 발행하면서 내년도 이자도 7조7천8백66억원으로 1백16. 3%나 증가했다.여기에다 내년에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이자 2조2천억원을 합하면 내년에 이자로만 10조원이 지출될 전망이다. 또국·공채의 만기가 3∼10년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기간동안매년 10조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정부가 국민들에게 이같은 부담을 안겨가면서까지 적자예산을 편성한 이유는 한마디로 경기부양을 위해서이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는 붕괴위기를 맞고 있는 실물경제를 도저히 살릴 수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내년 예산안은 경제살리기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다.정부는 우선 신용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올해 54조원에 이어 내년초10조원의 채권을 추가로 발행해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도 SOC예산을 금년 2차추경보다 5천7백3억원(5%), 98년 당초예산보다는 2조5백48억원(20. 5%) 증액시켰다.한국은행의 고용유발계수를 적용하면 SOC투자가 10억원 증가하면약 55만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정부는 SOC 투자로 55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올해보다 3만2천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중소기업·수출·외국인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4조원이 배정됐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의 경우 신용보증기금에 1조2천억원을출연,24조원의 보증여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24만개 중소기업이 추가 혜택을 받고 2백10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도록 했다. 이는 업체당 평균 보증액 1억원,평균 종업원수 8.8명을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농수산 유통단계 단축, 6조원 수준 절감내년 예산안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그동안 성역 취급을 받아온국방비, 공무원인건비, 교육투자,농어촌지원비등을 과감히 줄인 점이다. 방위비는 건국이후 처음으로 0.4% 감축했으며 공무원 봉급은총액기준으로 4.5% 삭감하고 교육투자는 5.1%를 줄였다. 농어촌지원은 전체적으로 5.4% 줄었지만 이 가운데 유통예산은 오히려 4천4백71억원에서 7천1백41억원으로 59.7%나 증가했다. 정부는 5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유통단계를 3단계로 줄여 현재 약 19조원에 이르는 농수산물 유통마진을 2002년까지 6조원 수준으로 절감한다는계획이다.99년 예산안은 또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한점이 눈여겨볼만하다. 정부는 우리경제가 가장 어려운 금년 4/4분기및 내년 1/4분기에 재정자금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금년 2차추경 6조7천억원을 9~10월중 집행하고 내년도 예산은 1월부터 3월까지 집중적으로조기 집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러한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으로내년 경제성장률을 2%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이밖에 내년 예산편성이 과거와 다른 점은 납세자이며 수요자인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도입했다는 점이다.그러나 이번 적자예산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긴 하지만적자규모가 계속 누적될 경우 또다른 경제위기를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채이자를 갚기위해 또다른 국채를발행하고, 이로 인해 다시 이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미국은 재정적자를 벗어나는데 무려 20년이나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