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회장을 우리나라 기업의 총수로 영입하면 어떨까.잭 웰치가 지난 81년에 GE(제너럴 일렉트릭)사의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GE는 매출액 2백50억달러에 이익금은 15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또 주식시가 총액은 미국 상장회사중 10위인 구제불능의 공룡기업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웰치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과감한 구조조정과 조직축소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1백20억달러에 해당하는 사업을 처분하는 한편 2백60억달러 상당의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다. 또 직원의 과반수 이상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자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결제단계도 기존의 9∼11개의 단계를 4∼6단계로 대폭 축소했다. 잭웰치는 실로 80년대 미국의 리스트럭처링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것이다.웰치 회장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경영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연봉만 해도 어마어마해서 우리나라에 올 의사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보다도 그의 이러한 혁명적 구조조정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더욱 의문스럽다.반대로 국내기업의 총수가 GE의 회장이 된다면 어떨까. 웰치회장이 우리나라에서 할수 있는 것보다는 잘 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몇가지 한계는 분명히 있다.첫째로는 국민감정과 온정의식 때문에 종업원을 절반 이상 감축하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법으로 정리해고가 허용되는가 여부를 떠나서 의식구조상 신축적인 고용조정을 할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로는 기존 업무를 버리고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것도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구조상 분리매각이 불가능하다시피 되어 있었고 선의의 인수·합병(M&A)이 어려웠던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정든(?) 사업을 포기하기는 정서적으로 한계가 있다는얘기다. 셋째로 매 회계연도 영업실적에 얽매이던 습관 때문에 교육 및 연구개발과 같은, 단기적으로 수익이 없는 장기투자를 과감히 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다시 GE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GE의 97년도 영업실적은 괄목할만하다. 주식시가 총액으로는 미국 상장회사중 1위였으며 이익규모는 2위였다. 총자산 3천억달러에 매출액은 9백8억달러였다. 80년대초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EXXON GM AT&T 등과 함께 세계 초일류회사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GE가 성공한 것은 물론 과감한 구조조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탁월한 경영전략과 구성원의 의식구조혁신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던것으로 평가된다. GE의 3대기업목표는 세계화, 금융 정보 용역사업등 서비스부문의 강화, 「식스 시그마」로 잘 알려진 품질향상이었다.작년부터 시작된 아시아의 금융위기 이후 많은 투자가들이 이 지역을 떠나고 신규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GE는 98년중 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불확실성과 위기를기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GE의 아시아지역의 매출액은 9%에 불과하고, 그것도 일본에 대한 비중이 크다. 그러나 GE는 아시아지역전체가 21세기에 중요한 시장이 될 것으로 믿고 투자를 하겠다는것이다.GE의 성공비결은 미래를 보고 하는 투자에 있는 것이다. 80년대초미국은 경기가 침체되고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제조업이몰락하고 있었다. 이때 GE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90년대초에 유럽에 경제한파가 닥쳤을때도 GE는 과감하게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어 90년대 중반 멕시코 사태 때는 10개의 회사를 현지에서 사들여 매출액과 순익규모를 두배 가까이 늘려놓았다.이처럼 수익이 낮은 사업부문은 앞뒤 재지 않고 처분하되,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는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잭 웰치의 경영방식은 좀처럼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확고한 목표의식을 갖고 추진됐던 GE의 구조조정과 그 노하우를 배울 필요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