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은행 퇴출. 3개은행은 합병, 1개은행은 합작은행으로 변신, 3개은행은 일단 독자생존 모색.작년말 기준으로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밑돌았던 12개 은행들은 불과 1년도 안돼 이처럼 운명이 엇갈렸다.동화 대동 동남 경기 충청 등 다섯 은행은 지난 6월29일 퇴출됐다.이들 은행은 불행히도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입증해줬다. 옐로카드를 받은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쓸쓸히 퇴장한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12개 은행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것은지난 2월. BIS비율 6%를 웃돌았던 조흥 상업 한일 외환 충청 경기은행 등은 경영개선권고를 받았고 6% 미만인 동화 동남 대동 평화강원 충북은행은 권고보다 강도높은 경영개선조치를 요구받았다.경영개선명령에 따라 이들 은행은 4월말까지 이른바 자구계획을 내야 했다. 앞으로 BIS비율을 어떻게 끌어올리고 부실경영에 책임있는 임원들은 얼마나 갈아치우고 하는 것들이 포함됐다.◆ ‘시장이 부실은행 퇴출’금감위는 이같은 계획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를 5월1일부터 평가했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적인 잣대)가 요구됐기 때문에 평가는 국제회계법인의 손에 맡겨졌다. 은행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가름하는 이들 회계법인에 1백만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했다.평가는 6월13일 마무리되고 바통은 경영평가위원회로 넘어갔다. 위원회는 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정상화계획을 승인해줘야할지 말지에 관한 의견을 금감위에 제출했다. 살생부를 만들었다는얘기다. 그 결과가 6. 29 은행퇴출이었다.이제는 살아남은 은행들이 문제였다. 이들 7개은행엔 「조건부」라는 딱지가 붙었다. 금감위는 이들 은행에 가혹한 자구를 요구했다.은행임원을 절반으로 줄여라, 부실에 책임있는 은행장은 물러나라,직원을 작년말대비 40% 잘라라, 외자유치나 합병 등 자본확충계획을 내라…. 거역할 수 없는 서릿발같은 명령들이었다. 장철훈 조흥은행장, 이관우 한일은행장, 박태규 평화은행장, 최종문 강원은행장등이 차례로 옷을 벗었고 상당수의 중역들도 은행을 떠나야 했다.상업 한일은행은 결국 합병을 선택했고 외환은행은 독일 코메르츠은행으로부터 3천5백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강원은행은 현대종금과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평소 리딩뱅크를 자처해왔던 조흥은행도 다급해졌다. 조흥은행은현재 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5억달러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평화은행은 국제업무와 거액대출(50억원 이상)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생존을 겨우 허락받았다.금융구조조정이 9월말로 끝났다고 하지만 이들에겐 앞으로 살아가는 일이 고난의 연속이다.비단 7개 은행 뿐만이 아니다. BIS비율 8%를 초과하는 13개 은행중에서도 자칫하면 같은 전철을 밟을 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 13개은행에 대해선 지난 8월말 경영진단이 완료됐으며 경영실태조사도9월중 실시됐다. 이들 은행엔 앞으로 적기시정조치가 발동된다.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등에서 일정요건에 못미치면 자동적으로 경영개선권고나 조치를 요구받게 된다. 벌써 13개 은행중 5개 은행정도가 「자동격발」의 대상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자구은행의 처지가 얼마나 고달픈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13개 은행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증자에 사활을 걸고있다. 경남 부산 대구 등 지방은행들이 특히 그렇다. 물론 정부는 이제 더이상 인위적인 은행퇴출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자구은행이란딱지가 붙으면 예금이탈이 생긴다. 악화될 경우엔 유동성위기가 현실화할지 모른다. 「앞으로는 시장이 부실은행을 퇴출시킬 것」이란 주장도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