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격증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취업재수생과 실직자뿐만 아니라 대학 재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외국 자격증이 국내에서 시험을 치러 딸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외국자격증에 대한 열기는 우선 대학가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대졸자의 사회진출이 막히면서 외국자격증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각에서는외국자격증 하나만 있으면 외국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소문마저 공공연히 나도는 실정이다.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시험을 준비중인 김모씨(한양대 경영학부 3)는 『같은 학과의 친구 2명과 함께 지난 8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며 『합격하면 돈과 명예가 동시에 따라붙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의 경영학전공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일부는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학원마다 수강생 50~100% 증가대졸 취업재수생이나 실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취업난을 헤쳐나가는돌파구의 하나로서 외국자격증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몇몇 자격증은 취득과 동시에 좋은 조건으로 취업할 수있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외국자격증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지난 2월 S여대를 졸업한 윤모씨(24)도 비슷한 케이스다. 취업에 실패한 윤씨는 지난 6월 미공인 선물거래사(AP) 자격증 취득쪽으로 선회를 했다. 신문광고를 보고 준비를 결심했다는 윤씨는『1년내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합격 후 선물회사에 취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외국자격증 전문학원의 특수 역시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이후 학원수가 2배로 늘어 10여곳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각 학원마다 수강생이 50~100% 가량 증가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IMF 이전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최근 들어 수강생이 급증하면서 이를 상당 부분 만회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일부 학원은 과목당수강료가 50만원이나 되는데도 수강생이 밀려들어 관련 강좌가 1~2달 전에 마감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하지만 이런 외국자격증 열기 뒤에는 조심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제기되고 있다. 「누구든 조금만 준비하면 합격할 수 있다」거나「합격만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식의 얘기가 나돌지만 실상은그렇지 않은 면이 많다는 것이다.물론 자격증인만큼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는 있다. 또 취업할 때 약간의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기성미국 공인회계사(29)는 『합격 후 장래 보장 운운하는 얘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단정하고 『당초 실무자들을 위해 생긴 자격시험인만큼 그 취지를 이해해 대학 재학생이나 대졸 취업준비생들이 뛰어들 때는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최창호 한국회계학원 원장"100% 취업보장은 틀린말"지난 95년부터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준비 전문기관인 한국회계학원을 운영중인 최창호 원장(39)은 요즘의 특수가 무척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착잡하다. 외국 자격증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학원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 공인회계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던데.IMF 이후 전체적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의 취업이 어려운데다 외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가.절반은 직장인이고, 나머지는 대학생들과 주부들이다. 직장인들은업무상 관련 자격증이 필요해 공부하려는 경우가 많고, 대학생들은주로 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의를 들으려고 한다.▶ 외국 자격증을 따면 전원 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는데.전혀 그렇지 않다. 취업을 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보장할 수 있는성질의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 공인회계사의 경우 따기만 하면 취업이 100% 확실하다거나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 갖춰야 시험볼 때 불편이 없는가.고졸 정도 실력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학의 교양영어를 무사히마친 사람이라면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리는가.자격증마다 다르다. 열심히 하면 1년 안에 딸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최소한 3년 이상 걸리는 것도 있다. 미국 공인회계사는 보통1년 6개월을 잡는데 개인차가 있어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