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7일부터 3박4일간의 일본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김대통령의 일본방문의 가장 큰 의의는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후 20세기의 한·일관계를 매듭짓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양국이 공동발표한 「21세기를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과 41개항의 공동행동 계획(Action plan)으로 구체화 됐다.김대통령은 이번 방일 외교에서 위안부 문제와 납치사건이라는 민감한 사안은 피해가면서 실리를 꾀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한국과 아시아의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한·일간의 협조가 절실하다는김대통령의 현실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대통령의일본방문의 성과를 분야별로 검토해 본다.△과거사문제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사과의 대상(한국국민)과 주체(일본)를 정확히 명기하고 「통절(痛切)한 반성과 사죄」라는 표현을 써 사과했다. 이는 주체와 객체를 분명히 했다는 점과 일본이최초로 외국과의 합의 문서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에화답해 더이상 과거사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혀적어도 정부차원에서는 이 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경제협력분야김대통령은 이번 방일기간중 경제협력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일본은 일본수출입은행을 통해 3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한국에 제공키로 했다. 30억달러중 90%가용도가 제한되지 않는 비연계차관(Untied Loan)인데다 2.3%의저리로 중소기업 및 에너지 부문지원등 산업지원자금으로 활용할수 있게 된다.양국은 또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민관합동투자촉진협의체(가칭)」를 구성, 일본기업의 투자 애로를 덜어주기로 했다. 투자협의체는 한국측에서 업계와 재경부 산자부등관계부처가, 일본측에서는 한국진출기업대표와 서울저팬클럽 등 민간업계와 통산성 대장성 등이 참여하게 된다.한일 양국은 특히 기술이전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유학생파견이라는절묘한 방식으로 해결키로 했다. 일본 공과대학에 2000년부터 한국학생을 파견하는 연수사업으로 양국정부는 우선 2000년에 1백명 규모의 유학생을 파견하기 시작해 2010년까지 매년 1천명 선의 유학생을 유지키로 했다. 양국은 이밖에 정보통신사업과 뇌과학분야, 핵관련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는데 일본이 대부분의 분야에서 선진적 기술을 갖고 있어 국내 산업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것으로 보인다.△외교안보분야일본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대한 기여를 재확인했다는 점과「안보와 대화의 병행」, 「햇볕론」으로 대표되는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지연되고 있는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 등이 가속화될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양국은 또 공동해상 군사훈련을 포함한 각종 안보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이는 일본측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기타분야양국 정상은 이밖에 사회보장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노·사·정교류를 갖기로 했다. 이는 기존에 제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의협력제안이다. 특히 사회보장분야의 협력은 한국의 후진적 체제를일본의 선진기법을 도입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합의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