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벤처업계에 특이한 회사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벤처캐피털(벤처투자)업체인 도쿄 신주쿠의 「벤처컨트롤」이 그런 회사다. 이 회사는 유망 벤처기업을 육성, 주식을 장외시장에 등록시켜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일반 벤처캐피털 업체와 유사하다.그러나 이 회사를 단순 벤처캐피털 업체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산하에 다양한 직종의 전문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어엿한 그룹회사다.벤처컨트롤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업체, 인터넷 홈페이지제작 대행 업체 등 전문기업의 모기업이다.벤처컨트롤은 창업 3년만에 매출 규모 10억3천만엔(약 1백15억4천만원)을 자랑하는 중견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창업 1년만인 지난 97년3월결산시 4억6천만엔을 기록한뒤 98년3월에는 10억3천만엔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순익은 4천2백만엔. 이 회사는 99년3월에는 매출액 22억5천만엔, 순익 4억4천만엔을 기대하고 있다.벤처컨트롤의 투자 방법은 일반 벤처캐피털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다른 벤처캐피털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이를 기존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이들은 투자한 기업이 성장하면 이를 장외시장에 등록시켜 주가이익의 차를 얻는다.그러나 벤처컨트롤의 투자대상은 기존 벤처기업이 아니다. 유망한사업플랜을 가진 전문가를 발굴, 이들을 기업가로 육성시킨다. 유능한 인재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그 날개를 타고 함께 비행한다는전략이다.이 회사는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젊은이들을 끊임없이찾는다. 특정인의 아이디어가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그를 사원으로 끌어들인다. 인재와 함께 사업 아이디어를 채용하는셈이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다나카 사장(29)의 직감이 크게 작용한다. 그는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사람중에서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되는 인재를 선택, 벤처사업가로 키우게 된다』고 말한다. 인재의 채용은 곧 새 사업의 시작이라고 봐도 된다.벤처컨트롤은 채용한 인재가 자기 사업을 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다. 일단 채용된 인재는 사내 벤처사장(소사장)으로서 제품개발 및 시장개척 등 자기 일에만 전념하면 된다. 경리와 총무 등 관리부문의 일은 벤처컨트롤의 몫이다.◆ 사업성없는 부서는 미련없이 폐지벤처컨트롤은 새 사업에 대해 1백% 출자한다. 사내 벤처사장이 얻은 이익중 일부(최고 33%)는 당연히 벤처컨트롤로 환원된다. 그렇게 모아진 돈은 재투자의 재원이 된다.그렇다고 신설 회사를 영원히 사내에 두는 것은 아니다. 일정기간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면 장외시장등록을 통해 독립시킨다. 벤처컨트롤의 계열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설립한 산하 회사가 현재 5개다. 또 3개 사업부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산하 업체중 가장 안정된 이익을 내는 회사는 파친코 정보사업체인「경왕(京王)기획」이다. 이 업체는 파친코 이용자 회원을 조직,회원들에게 파친코 관련 기종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파친코 기종별로 「돈을 따는 법」을 제공,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회원은 7천여명에 달한다. 닛산자동차의 자동차판매사 영업맨으로 활약했던 가사하라(29)씨가 사장을 맡고 있다.고령자들을 대상으로한 회사도 있다. 「삼공(三共)드림」이라는 이회사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24시간 전화를 통해 건강 상담 서비스를제공하고 있다. 일본 사회의 노령화 현상을 노린 벤처기업으로 회원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상공드림」의 사장 역시 생명보험 영업맨 출신이다.정보사업체로는 「디지털웨이브」가 있다. 이 회사는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을 대행한다. 정보통신 업계에서 잘나간다는 몇몇 젊은이를 끌어들여 사업을 시작했다.다나까 사장은 『오는 2000년부터는 「경왕기획」에 이어 「삼공드림」, 「디지털웨이브」 등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벤처컨트롤이 거느리고 있는 사업체들은 모두 리스크가 높은 벤처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할수 있었던 원동력을 무엇일까.가장 큰 힘은 철저한 사업관리에 있다. 벤처컨트롤은 「사업기획의철저관리, 조기 참여, 조기 퇴출」이라는 투자의 3원칙을 지키고있다. 사업기획 관리는 아이디어 제안 단계부터 시작된다. 사원으로 영입된 인재가 제출하는 사업계획은 사내 경영전략회의에서 엄격하게 검토된다. 채택여부는 이 회의에서 걸러진다. 다나카 사장은 『남들 보다 한발 먼저 창업하고 남들 보다 먼저 사업에서 빠져나오는게 벤처기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이 회사는 또 「10배의 룰」을 세워놓고 있다. 「기존 제품 또는서비스 보다 최소한 10배이상의 가치가 있는 사업인가, 10배 이상의 속도로 시장을 확대할수 있는 상품인가, 10분의 1 이하의 경비절감이 가능한 사업인가」 등이 판단기준이다.사업화가 결정됐더라도 초기 투자액은 가급적 줄인다. 무리한 시작으로 위험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초기 투자는 가급적1억엔을 넘지 않도록 정한다. 사업부에서 회사 설립까지 소요되는시간은 2개월부터 반년까지다. 그 기간내에 확실한 사업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업부는 폐지된다. 『사업준비 기간이 길다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는게 다나카 사장의 지론이다.사내 벤처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된다.각 사업부 또는 산하업체는 월별 분기별 연별로 나눠 엄격한 사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전되지 않을 경우 사업 책임자와 다나카 사장 등이 참가하는 월례 회의에서 철저하게 문제점을 가려내고 개선책을 세운다. 월례회의는 한번 열리면 12시간을넘기기 일쑤다.사업부 및 산하업체의 영업 실적은 이 회사 중앙복도에 매일 게시된다. 사업의 성공 정도를 6단계로 나눠 각 사업부를 해당 실적에따라 게시한다. 직원들간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사업부가 궤도에 오르더라도 수개월동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폐지된다. 실제로 발모제 개발, 건강식품의 개발 및 판매, 출판 등이미 10여개 이상의 사업부가 해체됐다. 각 사업부 담당자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다나카 사장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본 벤처업계의 풍운아로지목받고 있다. 그는 22살에 50만엔을 투자, 열대어 사육용 수조및 관련기구의 리스사업을 시작해 크게 성공했다. 설립 3년후 수천만엔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 이를 매각했다. 그는 그 돈을 어디에투자할지에 대해 10개월간 고민했다. 결론은 벤처캐피털과 전업회사의 성격을 결합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그의 고민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그는 올 가을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투자 자금을 늘릴 계획이다. 일본의 은행들이 신용경색으로 벤처캐피털 투자를 줄이고 있는지금, 그는 적지않은 자금을 손에 쥐게 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는 벤처컨트롤의 사업 전망을 대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