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에 취업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요즘도 일부 헤드헌터에는 하루에도 수십통의 이력서가 밀려들지만 성사건수는 별로 안된다. 유니코써어치사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헤드헌터 회사를 통한 취업성공률은 10%를 넘지 못한다』며 『아직은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상태』라고 말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공하는 사람들 역시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업체들이 요구하는 실력과 자격만 갖추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헤드헌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최근 들어 헤드헌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국내기업들도 추천을의뢰하는 사례가 많아 잘만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그렇다면 어떤 자격조건을 갖추어야만 헤드헌터를 통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또 어떤 업종과 직종이 인기가 있고, 어느 정도의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이에 국내의 대표적인 헤드헌터인 탑·경영컨설팅사(대표 고강식)를 통해 최근 일자리를 잡은 「성공자」1백명의 사례분석을 통해 성공요인을 알아본다.헤드헌터는 보통 중역 이상의 고급인력에 대해 취업을 알선해주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대졸 미취업자나 30대 초중반의 사람들 가운데 이용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조사결과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으로드러났다.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것은사실이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다른 연령대들도 자격만갖추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엔지니어 직종 꾸준한 인기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헤드헌터를 통해 취업이 가장 활발하게이루어진 연령은 35~39세였다. 전체의 25%가 여기에 포함됐다. 이어 40~44세가 22%로 그 뒤를 이었다. 결국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 47%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분석됐다.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46~49세는 17%, 50세 이상은 6%를차지했다.반면 비교적 젊은 층인 30~34세는 20%를 차지해 헤드헌터를 통한취업이 고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는 헤드헌터를 주로 이용하는 외국기업들이 한창 뛸 나이의 젊은 사원들을 요구하는데다 최근 갑자기 늘어난 해외취업 인력이 비교적 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외국기업들의 경우 최고경영자에 40대를앉히는 등 임직원들의 나이를 점차 낮추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30대 이하는 10%를 차지했다.능력을 가늠하는 직접적인 잣대는 아니지만 학력도 관심을 끌기에충분하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소한의 학력을 요구하는데다 아직까지는 단편적으로나마 능력을 재는데 활용되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학을 졸업한학사 학위 소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무려 전체 대상자의 74%가 대졸자였다.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대학원 졸업자도많아 전체의 19%가 여기에 해당됐다. 최상급이라고 할수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는 4%로 그다지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다.이에 비해 전문대(3%)나 고교 졸업자(0%)는 극히 드물었다. 헤드헌터를 통한 취업이 대졸자 이상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알수있는 대목이다. 이는 대상 자체가 중역이나 최고경영자 또는 각 분야 전문인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강식 탑경영컨설팅 대표는 『기업들이 대부분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자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하지만 전문대학이나 고교졸업자의 경우라도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충실히 쌓으면 불가능한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해당 분야 경력은 직장을 옮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학력보다도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헤드헌터에구인을 부탁하는 기업들의 경우 구체적인 경력을 요구하는 사례가많아 다른 무엇보다도 여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경력이 가장 이상적일까.조사 결과를 보면 일단 수치상으로는 10~14년차가 29%로 가장 많았다. 나이로 치면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 대부분인 이들은 각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활동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다음으로는 15~19년의 경력을갖고 있는 사람이 24%를 차지, 두번째로 높았다. 자신이 속한 직장내에서 부장 또는 임원급인 이들은 해당 분야를 총괄하는 중견간부라는 점에서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밖에 20년 이상16%, 5년 이하 16%, 5~9년 15%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보면 실무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10~19년차가 53%로 절반 이상을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헤드헌터를 통한 취업에서 영어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않다. 헤드헌터 관계자들도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느냐에 따라취업의 성패를 가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헤드헌터를 이용하는업체들의 상당수가 외국기업이고 국내업체들도 면접 과정에서 영어능력을 반드시 테스트하는 까닭이다.사실 영어는 잘 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인처럼 잘할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로서는 외국어인만큼 한계가 분명히 있다. 어느 정도가 한계일까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영어구사력, 유창하다 81%먼저 조사대상자의 81%가 업무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유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3%는 모국어를 쓰듯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만이 간단한 회화정도만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업무에 관련된 내용을 영어로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영어구사력을 갖춰야 취업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헤드헌터에 의뢰해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진출한 분야를 알아보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취업이 잘되는 유망업종을 짐작할수 있는데다 기업들의 동향도 파악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실제로는 어떨까.맨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정보통신 분야로 조사대상자의 31%가 이분야에 진출한 것으로 조사돼 수위를 차지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정보통신 관련 업체들이 헤드헌터를 통해 가잘 활발하게 채용을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 등 외국의 정보통신이 활발하게 국내인력을 데려갔다는 사실이다.이어 금융분야가 26%로 두번째로 많았다. 이는 외국 금융기관들의국내 진출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제금융, 리스크관리, 주식이나 채권 운용전문가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은것으로 분석된다. 그 다음으로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유통분야가 22%를 차지, 만만치 않은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음을 입증했다.유통분야는 앞으로도 월마트나 한국까르푸 등이 본격적인 인력영입작업에 나설 경우 수요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밖에 컨설팅(12%)과 제조업(9%) 분야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인력을 충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컨설팅 분야는 IMF사태 이후특수를 누리면서 고급인력을 채용하는 사례가 급증해 관련 전문가에 대한 스카웃 열풍마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직종도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헤드헌터를 통해 거래되는 일자리가운데 어느 직종이 인기가 있는지도 전체적인 트렌드를 이해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산인력으로 25%였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머에 대한 인기는 대단해IMF시대에 가장 잘 나가는 직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무경력 풍부한 엔지니어 외국서 손짓기술인력(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도 상당하다. 전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3%가 이 쪽으로 취업했을 정도다. 건설과 반도체 관련 기술인력의 경우 수요가 크게 줄었으나 자동차 등 다른 업종에서는실무경력이 풍부한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자동차 분야 엔지니어는 외국에서도 손짓하고 있다는후문이다.경리, 회계 전문가도 만만치 않은 수치(20%)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경우 다른 것은 외주를 주어도 경리나회계 분야만큼은 직접 처리하는 까닭에 인력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굳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있으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이밖에 무역을 포함한 영업(16%), 사무관리(8%), 생산관리(3%), 홍보(2%), 기타(3%) 등의 항목이 그 뒤를 이었다. 여기서 기타항목에는 전문비서와 전략기획업무 전문가 등이 포함돼 있다.마지막으로 조사대상자들의 직위와 연봉을 살펴보자. 어느 직급의이동이 활발하고 이들은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는지 파악해볼 수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먼저 직위의 경우 부장급으로 옮겨간사람이 2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과장·차장(21%)이 이었다. 또 임원(17%)과 최고경영자(15%)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이밖에 예상을 깨고 신참급에 속하는 대리(17%)나 대리 이하(7%)도적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대리 정도의 직급에서도 능력만 있으면얼마든지 전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연봉은 3천만~5천만원이 전체의 32%로 가장 많았다. 또 3천만원 이하 19%, 5천만~7천만원 18%, 7천만~1억원이 12%를 차지해 그 다음순위에 차례로 올랐다. 반면 전체 조사대상자의 19%는 1억원 이상의 「꿈의 연봉」을 받기로 하고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1억~1억4천만원 7%, 1억5천~1억9천만원8%, 2억원 이상 4% 등이었다.★ 헤드헌터 통한 취업성공자 최관식씨『경력 면에서 남들보다 좀 나았고, 영어실력도 의사소통을 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전산인력 해외취업 알선 전문업체인 PCII KOREA를 통해 미국취업이확정된 최관식씨(33)는 성공비결을 해당분야 경력과 영어구사력에서 찾았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뒤지는것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는 것이 최씨의 자체 평가다. 오는 연말쯤 출국할 예정인 최씨는 요즘 영어학원을 다니며 회화실력을 더욱가다듬고 있다.최씨는 올해 봄까지만 해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정보통신에 근무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입사한 직장으로 남부러울 것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업무 자체가 대학 때의 전공인 전산학을제대로 살릴 수 있어 일에 대한 흥미를 더했다. 그러나 IMF 사태로회사가 휘청거리면서 감원한파가 몰아닥쳤다. 일부 부서가 날아갔고, 그 과정에서 최씨가 속했던 부서도 문을 닫았다. 더 이상 회사에 남아있을 형편이 아니었다.회사를 그만둔 최씨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뛰는 한편 해외진출을 모색했다. 처음에는 일본으로 건너갈까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않아 포기했다. 그러다가 신문을 통해 미국에서 전산인력을 대거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헤드헌터인 PCII KOREA의 문을 노크했다. 약 6년여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쌓은 경력을 감안해볼 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국내에서 최고로 쳐주는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자신이 있었다.문제는 영어회화였다. 대학시절에는 취업준비를 겸해 영어공부를꽤 했었지만 회사에 다니면서는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아 걱정이 앞섰다. 더욱이 미국인과의 영어인터뷰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하는 수 없이 영어학원에 등록, 회화를 중심으로 부지런히 공부했다. 또한 PCII KOREA의 도움으로 모의 인터뷰를 통해 실전에 대한훈련을 쌓았다. 처음에는 영어단어가 입가에서 맴돌았지만 한두달지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그러다가 지난 여름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내 인력전문회사인 ATR사가 국내 전산인력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원서를냈다. 영어면접은 국내에서 국제 화상시스템을 통해 미국 현지의ATR관계자와 직접 했다. 평소 준비해두었던 것이 많은 도움을 주었음은 물론이다.최씨가 근무할 회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연말쯤 미국으로 들어간 다음 ATR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 가운데 한 곳과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1년 단위로 하게 된다. 연봉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미 취업한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4만달러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해외취업을 결심한 것은 돈보다는 장래성 때문입니다. 미국에 나가 몇년 근무하다 들어오면 나중에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평소 모르고 있었던 것을 배우는데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