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민영화가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확정한 민영화 계획중이제까지 성사된 것은 단 한건도 없다. 신주발행을 통해 해외 통신업체에 15%의 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은 해외시장의 냉담한 반응으로 협의조차 된 적이 없다. 이에따라 해외 DR(주식예탁증서)발행도 사실상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해외 투자가들이 원하는 DR가격이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정부는 올해안에 국내 증시 직상장만이라도 성사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기획예산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정보통신부등 관련 부간입장이 달라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국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획예산위는 지난 7월 민영화 일정을 제시했다. 오는 2000년까지 국내 증시 직상장과 해외 통신업체에 대한 신주 매각(10%), 해외공모(18%), 정부 보유 지분(71.2%)의 일부 매각을 모두 마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고도 남는 정부지분 33.4%는 2001년 이후에 추가로 매각하게 돼 있다. 이에따라정통부는 98년7월 한국통신을 국내증시에 직상장하고 10월까지 해외 DR발행과 10%의 신주를 매각하는 해외 통신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마무리짓겠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발표했다.그러나 정작 국내외 증시 상황은 냉담했다. 내심 국내 증시 상장가격을 1주당 최저 3만원으로 잡고 있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증시에서는 잘해야 2만5천원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반투자자에게 이미 4만8천원까지 받고 주식을 매각했던 정부로서는 낭패가아닐 수 없었다.정통부는 주식을 높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기획예산위와 수차례 협의끝에 민영화 일정을 재조정했다. 국내 증시 상장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자 해외 지분 매각과 해외 DR 발행을 10월로 늦추고 국내 증시 상장은 그 뒤로 돌린 것이다. 어차피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면 해외에 먼저 주식을 파는 것이 외자유치나국내 일반투자자 이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외 매각지분도 당초 10%에서 15%로 늘렸다.◆ 해외업체, 인수 제안에 냉담그러나 한국통신은 지분을 인수할만한 10여개 해외 통신업체들에의향서를 보냈지만 한 곳도 인수의사를 밝혀오지 않았다. 해외증시에 IMF관리체제에 놓여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싸늘한 시각이 여전한데다 때맞춰 터진 러시아 금융위기로 투자분위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같은 이유로 해외DR 발행도 난관에 봉착했다. 정통부로부터 해외매각을 위임받은 외국 증권사는 주식을 매각하려면 「빅 디스카운트」가 필요하다며 1만3천원의 주가를 제시해왔다. 아무리 외자유치가 급해도 이 수준으로 한국 최대의 통신업체 주식을 매각할 수는없는 노릇. 정통부는 마침내 10월들어 해외DR 발행절차를 중단시켰다. 해외DR 발행이 다시 내년 이후로 연기된 것이다.정통부와 기획예산위는 일반투자자들의 반발을 의식, 연내 국내증시 직상장만이라도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는 여전히물량부담을 이유로 직상장을 반대하고 있다. 재경부내 국고 담당부서와 증시 담당부서간 해묵은 입장차이도 연내 상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막상 상장이 이뤄져도 주가가 현재 장외시장 거래가격인2만1천원 안팎의 수준을 유지할지도 미지수여서 연내 상장은 「물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민영화가 표류하는 가운데 한국통신은 구조조정에 필사적이다. 지난 9월말까지 연간 목표의 두배인 2천4백90명을 감축한데 이어 조직과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인말세트(국제해상위상기구) 시외수동전화 전화비디오사업 등은 이미 철수했고 원격통신 미래텔시스템통합(SI)사업은 자회사에 이관했다. 공중전화사업도 연내에는 자회사인 한국통신카드로 넘겨줄 예정이다. 기획예산위와 정통부로부터 강력한 주문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구조조정은 오히려 시기가 늦은 감이 있을만큼 어차피 해야할 일이지만 민영화의취지를 되새겨볼 때 본체는 오간데 없이 조직과 인력만 줄이는 한국통신 내부행사로 그치고만 형상이다.우리 경제가 IMF관리체제를 벗어나 증시가 활황세를 타기 전까지는한국통신 민영화가 정부 관련부에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요원한 과제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