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K과장(43). K과장은 요즘 「연대보증」이란 단어만 들어도 울화가 치민다. 9월 중순 보증을 서준 전직장동료의 부도로 1천만원을 대신 갚아줬기 때문이다.IMF로 급여가 30%이상 줄어든터라 큰 부담이었다. 게다가 전직장동료의 연체사실을 알려주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대신 갚아달라는 보증보험사의 업무처리태도에도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심지어 보증보험사들이 연체금을 회수하려는 자체노력없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태도에 분노마저 느꼈다.K과장이 보증보험사와 악연을 맺게 된 것은 3년전 회사동료의 대출 보증을 서면서였다. 직장동료가 보험사로부터 대출받는데 필요하다며 보증보험사의 보증보험을 발급받을 때 연대보증을 서달라고 부탁했다. K과장은 10년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그의됨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절대로 남의 돈을 떼 먹을사람이 아니다」라고 확신했다.직장동료의 대출조건은 5년간 매달 이자만 지불하다가 만기때1천만원을 일시에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대출을 받은지 1년후 동료는 자기사업을 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뒀다. 직장동료는 『원리금을 제대로 갚을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K과장을 안심시키고 나갔다.그러나 K과장과 동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IMF구제금융이란 괴물이 이들의 신의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연체 통고없이 최고장 날라오기도K과장은 IMF이후 두번에 걸친 구조조정의 한파를 겨우 벗어날 수있었다. 전체 직원중 30%가 회사를 떠났고 급여도 30%이상 줄어들었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은 것은 회사가 내년부터 연봉제를도입한다며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준 것. K과장은 8월초 13년간근무한 대가로 4천만원이 조금 넘는 퇴직금을 받았다. 그는 『채권형수익증권에 넣어두면 이자가 제법 붙겠지』라며 기대감에 들뜨기도 했다.이같은 기대는 지급보증을 서준 직장동료의 부도로 물거품이 됐다. 9월초 보증보험회사에서 K과장에게 최고장이 날아들었다.10일이내 1천만원을 대신 갚지 않으면 월급을 차압하겠다는 청천벽력같은 내용이었다. K과장은 어떻게 된 영문이냐며 보증보험사를 통해 전후사정을 알아봤다. 직장동료는 IMF의 한파로 사업이부도가 나면서 대출을 받은 보험사에 이자를 석달째 연체했다.보험사에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마침내 보험사는 보증보험사에대신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보증보험사는 보험사에 1천만원을 갚아줬다. 보증보험사는 다시 K과장에게 이를 갚아줄 것을 요구한것이었다.K과장은 사전에 연체사실을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다가 갑자기 빚을 갚으라는 보증보험사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여기다K과장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자신도 모르게 살고있는 APT를 감정평가한후 이 비용을 부담시킨 점이다. 보증보험사는 「행정비용」이라며 1백14만원을 K과장에게 부과했다. 특히 이같은 내용을 부인한테 먼저 알려줌으로써 가정파탄에 이를 뻔했다. K과장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서야 부인으로부터 겨우 용서를 받을수 있었다. 결국 그는 중간퇴직금으로 1천1백14만원을 대위변제해야만 했다.K과장처럼 IMF구제금융이후 대출보증을 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절친한 친구나 친인척의 부탁으로 보증을 섰다가 원리금을 대신 갚아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행정공무원 교직원 등 은행이나 보증보험에서 연대보증인으로 선호하는 직장에서는 보증목적의 재직증명서 발급을 금지할 정도였다.K과장은 『보증사고를 한번 당하고 나서 「보증을 서달라」는 말이 「당신과 인간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연대보증사고의 후유증이 적지않다고 토로했다.◆ IMF 이후 대출보증관련 사고 증가이같은 분위기는 은행감독원의 통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올8월말까지 금융감독원이 처리한 금융분쟁조정건수는 2천6백98건.이중 보증관련 분쟁은 6백12건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지난한해 보증관련 분쟁건수 5백21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올해 보증관련사고가 얼마나 빈발했는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감원은 지급보증을 하면서 책임범위 등을 미리 확인하지않는데다 기업 부도에 따른 실업자증가,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신용경색 등으로 보증사고가 빈발했다고 분석했다.하나은행 경제연구소 이인실 박사는 『보증관련 분쟁은 궁극적으로 미국이나 영국처럼 신용평가에 근거한 신용대출시스템이 정착돼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신한은행 등 일부은행이 최근 개인신용평가에 근거한 무보증대출을 시도하는 것은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의 CSS(CreditScoring System)는 주거종류 학력 직업 자가용유무 등 각종 개인신상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개인에 대한 여신한도를 결정한다.이같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은 『국내금융관행을 볼 때 인보증이 없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인보증이 불가피하더라도 부실채권을 회수할 때 신용정보회사를 활용하거나 연체사실을 사전에 알려줘보증인이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보증분쟁을 줄이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한다.금융기관이 주채무자로부터 연체금을 회수하거나 부실채권을 대신 받아주는 신용정보회사 등을 활용하지도 않은채 연대보증인에게 부실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은행의 도덕적해이라는 설명이다.아무리 연대보증이나 담보를 잡고 있어도 부실채권을 발생시킨데는 은행의 책임도 있다는 얘기다.★ 연대보증 설 때 주의할 10개항목● 주채무자(대출신청자)의 신용상태를 철저히 파악하라 - 채권자(은행 보증보험 등)는 주채무자의 이자연체 신용상태불량 등을알려줄 의무가 없다. 연대보증인은 직접 채무자의 평소 신용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번 서준 보증이라도 기한연장때는 거부할 수 있다 - 기한연장을 거부하더라도 보증채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연장이전의 채무에 대해서는 보증채무가 유효하다. 단 보증인의 동의없이주채무의 기한이 연장돼서 발생한 채무는 효력이 없다.● 기업임원으로서 서준 회사채무보증은 퇴직과 동시에 보증해지의사를 금융기관에 서면(내용증명)으로 통지해야 한다 - 단 통지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보증채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장래의 채무에 대해 보증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므로 회사에 대하여연대보증인의 교체를 요청해야 한다.● 보증을 설때는 관련 서류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 보증종류확인(포괄근,한정근,특정채무) 대출종류확인(한도대출 또는 일반대출) 보증금액한도확인 대출금액확인 보증 기한확인 등● 보증서류의 빈칸을 가급적 본인이 모두 채워라 - 본인이 채우지 않으면 제3자가 채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액이나 보증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보증기간은 가급적 짧게 하라 - 주채무자의 신용과 재무상태가 비록 지금은 양호하더라도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주채무자의 재산상태를 파악하라 - 만약 보증채무를 대위변제했다면 보증인은 주채무자에 대해 구상권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위변제시 채권자에게서 「대위변제증서」등 관련서류를챙겨받은후 주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구상권청구소송을 통해 대위변제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대위변제전이라도 구상권 행사가 가능하다 - 만약 채권자가대위변제에 대한 독촉이나 가압류 등을 진행하면 즉시 주채무자에 대해 「사전청구권」의 행사로 주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본인 이외의 연대보증인이 있으면 다른 보증인에 대해서도 구상권행사가 가능하다 - 보증인들간에는 주채무금액에 대해 각각동일한 액수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연대보증은 내돈을 빌려주는 것과 같다 -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비춰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만 보증을 서야 한다.도움말 : 하나은행 장경훈 가계금융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