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가10조7천억원에 이르는 한국도로공사가 97년 한해 거두어들인 총 수익은 겨우 4백48억원. 전액이 휴게소나 주유소 사용료수입이다. 도로사업에서는 한 푼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16% 증가한 반면 비용은 34%가 늘었다.부채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현재 부채총액은5조6천2백56억원. 96년말과 비교해 1조3천5백88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고속도로 통행료로 거둬들인 돈이 1조3천4백억원. 한해동안거둬들인 통행료만큼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비현실적인 고속도로 통행료 체계와 수익활동의 각종 규제 등 변명거리가 없지는 않지만 도로공사 역시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낙후된 경영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담합입찰 등과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사업자 선정과 도로 건설비리도 매년 검찰수사의 단골메뉴로 오르고 있다.경영도 엉망이다. 예산청은 지난 6월 도로공사가 지난해 예산절감액 81억원중 60억원을 인건비로 전용했다고 밝혔다. 또 공짜에 가까운 연리 2%에 주택융자금을 최고 2천만원까지 지급하는등 나눠먹기식 경영이 이뤄져왔다.◆ 휴게소·주유소 사업은 민영화이러한 이유로 도로공사는 공기업 개혁바람과 함께 민영화대상에올랐지만 국가기간망인 고속도로를 건설, 관리한다는 특성상 일단1차 민영화 조치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대신 비주력 부문의 외주화와 구조조정을 통한 강도높은 경영혁신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미 지난 9월 기획예산위에서 경영혁신계획을 수립, 건설교통부에내려보내는등 구체적인 일정도 잡혔다.우선 비용절감을 위한 인원감축과 조직축소가 진행중이다. 전체정원 5천1백78명중 30%에 해당하는 1천5백22명을 2001년까지 감축키로 했다. 특히 처장급 이상 간부 36명 가운데 36%인 13명을 퇴진시키고 고속도로관리공단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 도공종합감리공단등 3개 자회사의 사장도 자진 사퇴시킬 방침이다. 현재 6본부 21처77부로 이뤄져 있는 본사조직은 5본부 19처 67부로 줄어든다.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선별, 지역본부별로 독립회계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지역본부 영업부를 신설하는등 현장관리체제로 전환시키기로 했다.고속도로 유지보수 등 관리부문과 통행료 징수등 단순기능업무는민간사업자에게 위탁할 계획이다. 이미 전체 1백23개 영업소 가운데 청계와 매송 대동 등 33개소의 통행료징수업무를 외부에 맡긴데이어 올 하반기 신설예정인 목포 서천 지족 산청 서진주등 23개소도 외주화를 단행할 방침이다. 기존 영업소도 올 하반기에 17개소를 추가 외주화하는 등 오는 2002년까지 영업소의 외부위탁을 완료하기로 했다. 전국 30개 지사에서 맡고 있는 유지보수 업무는 6개지사에서 외주화를 단행한데 이어 2001년까지 24개 직영지사에 대한 공종별 외주화를 단계별로 실시키로 했다. 이와함께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금품수수 등으로 물의를 빚어온 휴게소와 주유소 사업도 민영화하기로 했다.본사직원들의 자리만들기 차원에서 설립된 자회사들도 정리대상이다. 이들 회사의 경우 모회사가 갖다 주는 일감으로 연명하는 실정이다. 특히 감리공단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1천24억원을 전액 모기관인 도로공사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고난도 감리는 민간업체에발주하고 있다. 시장경쟁원리의 무풍지대에 있는 셈이다.이에 따라 감리공단은 자체 구조조정을 거쳐 99년3월까지 주택공사와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등이 각각 운영하는 감리공단과 통합된후 2001년 민영화된다. 고속도로 관리공단도 14.5%의 인력을 감축한 뒤 경쟁가능한 4개 사업을 정리한 후 2002년까지 민영화하기로했다. 고속도로 정보통신공단도 유무선통신설비사업등 4개 사업이정리되고 2002년 민영화할 계획이다.그러나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시작한 도로공사의 자구노력이 얼마나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산안일과 정부의 일방적 지원으로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관행이 체질화된 도로공사가 인원감축과같은 전시성 개혁조치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고속도로 통행료에 전체수입의 90%를 의지하는 상황에서비용절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