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벤처기업인 아이디진(대표 정연보·44)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생명공학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아이디진의 기술은 DNA분석이다. DNA를 분석하는 과정을 간편하게한 것이다.DNA분석 용도는 다양하다. 머리카락에 묻어있는 미세한 세포만발견돼도 머리카락의 주인을 찾아낼수 있다. 바로 DNA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각 고유의 DNA를 갖고 있어 신원을 확인하는데 사용할수 있다. 가장 활용성이 높은 분야가 강력사건이다. 강간 등과 같은 사건에서 DNA검사는 가장 확실한 물증이 된다.특히 강력사건의 경우 60%가 재범이라 DNA검사를 통해 범인을 잡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친자검사에도 DNA검사가 유용하다. 두사람의 DNA를 분석하면 같은 혈통에 있는지 구분할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친자검사가 한해 15만건이나 된다고 한다. 한건에 6백~7백달러 정도라고 한다.◆ DNA분석원리 실험실에서 우연히 발견그러나 DNA분석은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다. 연구원이 직접DNA의 길이를 측정해 하나하나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현상에서 추출한 DNA샘플을 분석해 그 크기를 측정한 다음 사건용의자의 DNA를 추출해 크기를 측정 비교했다.그러나 아이디진은 DNA의 크기를 측정하지 않고도 DNA를 분석할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DNA를 천에 미리 심어놓은 다음 DNA의크기를 표시해 놓는다. 여기에 테스트할 DNA를 떨어뜨리면 크기가 같은 DNA가 있는 부분에서만 색이 변한다. 간단하게 누구나DNA를 식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디진은 임신진단키트처럼 DNA진단키트를 대량으로 제조하는게 목표다.이를 위해선 우선 다양한 샘플이 필요한다. DNA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수백명의 DNA만 검사하면 한국사람의 DNA유형은 모두 파악할수 있다고 한다. 일단 DNA유형을 표준화해 놓으면 유형확인작업은 임신진단하는 것만큼 간단하게 된다. 보통 10여개의 특징만구분하면 DNA의 주인을 찾을수 있다고 한다.이 시약의 시장성은 상당하다. 강력범죄가 많은 미국에서 대량으로 주문을 낼수 있고 약국이나 병원에서 친자확인용 시약으로 사용할수 있다. 게놈프로젝트에 사용할 DNA분석에도 유용하다.DNA분석원리는 실험실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DNA는 이중나선형구조다. 한쌍의 실모양의 선이 이중으로 꼬인 상태에서 연결돼있다. 일반적으로 한두개의 결함이 있어도 이중의 나선형결합은 쉽게 이뤄진다. 정박사는 여느때처럼 DNA를 합성하려 했다. 그런데어느 순간 이중 나선형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었다. 조건을바꿔주니 다시 이중 나선형 결합을 했다.즉 보통의 경우 미세한차이가 있더라도 DNA가 이중나선을 형성하지만 특정한 조건에서는 이중나선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부분에서 이중나선이 형성되지 않는 원리를 이용해 DNA의 유형을 식별하게된다. 정연보사장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인제대학교의 교수로 부임한 92년의 일이다.◆ 교수자리 내놓고 창업 결심정사장은 자신이 찾은 이 발견을 해외의 다른 과학자들도 찾았는지 확인해 보았다. 발표된 논문은 한편도 없었다. 처음엔 학술지에 발표할 생각도 했지만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학술지에 발표하게 되면 한국보다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선진국 생명공학기업들이 곧바로 상품화할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정사장은 국내 대기업을 찾았다. 그러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차라리 직접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인제대학교의 교수자리를 내놓고 벤처기업사장의 길을 택했다.DNA분석시약개발은 생물공학분야의 전형적인 틈새시장이다. 고가의 실험장비 없이도 DNA진단시약을 개발할수 있기 때문이다. 수억원 정도의 자금이면 구입할수 있는 장비들이다. 생물공학분야에선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고가장비를 사용할 일이 있지만 이때는 인제대학교의 장비를 이용한다.아이디진은 내년말이면 DNA진단시약 상품화를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