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가 주창한 「제3의 길」이 세계인의관심을 끌고 있다. 노동당 출신의 블레어 총리가 제3의 길을 처음 주창한 것은 지난 3월24일 프랑스에서였다고 한다. 블레어총리는 이날 영국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하원에서 연설하면서유창한 불어로 『21세기의 새 시대에는 자유방임주의와 국가통제의 경제정책을 아우르고 좌파나 우파의 카테고리를 뛰어넘는제3의 실용주의 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블레어리즘으로 불리기도 하는 제3의 길은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의 학장인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교수가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것이다. 기든스 교수는 최근작 「제3의 길-사회민주주의의 갱생」(The Third Way - The Renewal of SocialDemocracy)이라는 저서에서 제3의 길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정부와 시장경제라는 두 주체를 연결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며, 그것의 중요한 목적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제와 사회적틀(정부를 포함한 시장외적 영역) 사이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제3의 길이 제시하는 경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자유시장경제의바탕 위에서 국가개입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시경제의 틀은 자유시장경제를 기조로 하되 정부는 심판자역할을 할수 있도록 하고 특히 교육과 사회간접시설 그리고 지식에 기초한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부문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복지정책은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유지시켜 주는생산적 복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종래의 진보적 복지개념의 탈피인 셈이다. 그러나 종래 영국이 추구해온 대처리즘에 비해보면다소 사회민주주의의 성격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블레어총리는 지난 9월 뉴욕대 연설에서 제3의 길이 좌·우파간의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현대적 사회민주주의를 부활시키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길이라고 언급했다.제3의 길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스페인과 아일랜드를제외한 모든 서유럽 국가들에서 좌파 정부가 들어선 탓도 있지만현재의 세계경제 실상과도 무관치않다. 금융자본이 이윤을 좇아국경을 넘나들면서 경제위기를 전세계로 확산시키고 빈부격차가심화되는 등 기존의 경제구도에 대한 허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레어 총리가 IMF와 IBRD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통합해 새로운 기구를 만들고 국가간 자본이동과 금리결정 과정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도 이념적으로는 제3의 길과같은 맥락이라고 볼수 있다.지난 10월 블레어리즘의 이론적 지주를 제공한 기든스 교수가 내한하면서 한국에서도 제3의 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치유하는데 제3의 길이 하나의 처방이 될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일부에서는 통일이후의 이념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경청할만한 부분이 적지않다는 긍정적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는 먼 훗날의 얘기라고 보아야 옳다. 사실 현재의 우리 경제체제를 제3의 길에서 거론하고 있는 좌파(국가통제주의)와 우파(자유방임주의)중 어느 쪽인가를 따져본다면 오히려 좌파에 가깝다. 경제에 대한 정부 규제가 아직도지나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전세계 50개국 연구기관의 모임인「경제자유네트워크」가 발표한 경제자유도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백19개 국가중 44위로 선진국은 물론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후발국들보다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유방임 또는 시장원리가 지나친 것이 아니라 너무 모자라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제3의 길은 우리의 현실여건 자체에서 논란거리가 될수 없는 정치사회이념이라고 보아야 할 것같다.현시점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길은 오직 시장기능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 유효한 정책목표라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