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IR(Investor Relations:투자자 홍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에 자금을 대줄 투자자 확보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외자 유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해외 투자기관과 투자자를대상으로한 해외 IR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라 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도 외자 유치를 위해국제 금융 도시를 순회하며 투자설명회(로드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자본과 정보가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로이 이동하는 글로벌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외를 총괄하는 글로벌 IR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국내의 IR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가장 큰 문제는 IR를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거나 자금을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는 것.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한국은 IR를 「I need Roll-over(부채 상환 연장이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따끔한 비판의 말들도 나오고 있다. IR를 급한 돈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만 여기는 경향이많기 때문에 국내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좋은 측면만을 보여주려고 한다. 『(IR에서는) 나쁜 소식 또한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나쁜 소식은 숨기려고만 한다.』(조지 D. 군드리 ABN암로 아시아 서울사무소 화학 및 정유담당 애널리스트)◆ IR 목표는 투자자 신뢰로 기업가치 높이는 일IR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채 탕감이나 자본 유치가 아니라 투자자와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투자자나 투자분석가들은 단순히 기업의 현재 가치만을 보고 움직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업에 대한 기대 수준이 투자자를 움직이는 주요한 동인이 된다. 다시 말해 기업의 현 재무상태가 좋다고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재무상태가 나쁘다고 투자를 피하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들은 그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지금 이 기업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가 등에더 관심이 있다. 이태하 에델만 월드와이드 한국지사장은 『IR는투자자의 기대 심리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홍보 메커니즘과 달리 IR는 투자자의 기대 심리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투자자의 기대 심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정확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개리 클린튼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AmCham) 외국 투자 부문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투명성을 확보하고 외국 투자자들에 대해 일관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뱅크 오브 뉴욕 서울사무소의 한 관계자 역시 『한국 기업이 IR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의 투명성을 증진하고 더 많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고 지적한다.국내 기업의 IR 체제에서 무엇보다도 시급한게 투명성 확보라는데는 국내외 투자자 사이에 차이가 없다. 물론 이익 감소와 같은마이너스 성장이나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는다는 것이 과연 IR에 도움이 될까하는 의심이 들수도 있다. 그러나이 경우에는 현재 상황은 나쁘지만 미래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든지 아니면 재정적인 상황은 좋지 않지만 기술이나 브랜드, 이미지 등이 뛰어나 투자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방법으로접근해야 한다. 솔직하게 밝히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것이다.또하나 IR에서 잊어서 안되는 사실은 「IR를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는 실적과 기업의 장래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지 IR로 인해 크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IR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이해를 이끌어내고 기업의 긍정적인 면과 밝은 미래를 강조(절대 과장이 아니다)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거나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거나 또는 회계상의가치 외에 브랜드나 인력, 유통망 등 다른 무형의 가치를 인정받아 전체적인 기업의 시장 가치가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IR는기업 가치 상승을 보조하는 것이지 결코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IR는 결국 △자본시장의 구성원들과 정기적인 만남과 정보 교류를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투자분석가와 언론기관에 기업의 전략 및 목표 실적 비전 등을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제시하며△경영진에 그 기업이 경쟁 상대자와 어떻게 비교되고 있는지 알려 대책을 마련하며 △개별 주주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IR의 성패 여부는 이 4가지 활동을 어떻게 잘 실행하느냐에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 4가지 활동의 근저에는주주와 투자자를 중시하는 경영 철학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