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구조조정을 발판으로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겠습니다.』올해 7월 대한재보험의 사령탑을 맡은 박종원사장의 경영 포부다. 국내 보험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만큼 해외로 눈을돌려 중국 동구 중동 중앙아시아 등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세계재보험 시장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세계 유수 재보험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대다수의 금융기관들이 내실 다지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박사장의이같은 공격경영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그 배경은 간단하다. 대한재보험은 박사장의 취임과 동시에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었기 때문이다.박사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대한재보험은 미래가 극히 불투명한「부실금융기관」이었다. 지난 63년 재보험공사로 설립됐던 전통탓에 78년 민영화 이후에도 공기업 특유의 비효율성과 소극적인영업관행이 만연하고 있었다. IMF사태 이후에는 재보험을 서준보증보험사들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한재보험의 경영수지도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됐다. 97년에 이미 2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상태였다.이런 위기상황에서 7월15일 개최된 대한재보험 임시주주총회는당시 재정경제부의 공보관이었던 박종원국장을 신임사장으로 추대했다. 정부주도하의 금융구조조정에 호응하고, 보증보험사에물린 2천억여원의 부실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그가 적임자라는 판단에서였다. 행시 14회인 박사장은 사무관시절 재무부 손해보험과에 근무하면서 보험분야와 연을 맺었다. 그러나 합리적인 사고와 탁월한 리더십으로 정평이 난 개인적인 자질이 없었더라면 주주와 임직원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지적이다. 실제로 박사장은 그 흔한 「관치금융」 시비에도 자유로웠다.◆ ‘소신껏 일하되 책임지라’ 조직 새바람박사장의 구조조정 방식은 속전속결이었다. 조직을 철저하게 영업위주로 재편, 전직원의 30%에 해당하는 85명을 노사합의하에전격 정리했다. 이로 인해 연간 인건비는 48억원 가량 줄어들었으며 1인당 생산성은 수재보험료를 기준으로 37억원에서 54억원으로 높아졌다. 또 보증보험사와 성업공사간 부실채권 매입협상에 직접 참여, 성업공사가 미구상채권 1천3백21억원어치를 사들이게 함으로써 한때 70%까지 하락했던 지급여력비율을 3백15%로올렸다. 이에따라 올해 경영수지 전망은 당초 「대규모 적자」에서 「손익 제로」로 수정됐다.박사장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위기국면을 수습한 뒤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소신껏 일하되 책임은 지라」는 전 직원의 간부화와 「고정관념과 기존의 업무관행을 과감히 깨라」는 사고의 전환으로 요약된다. 연공서열이나무분별한 온정주의에 의한 인사관행은 오로지 능력과 실적에 의한 평가시스템으로 전환됐다. 해병대 출신(?)답게 매사에 적극적인 그는 불시에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회의를 열기도 한다.박사장은 요즘 원보험사 경영진들을 만날 때마다 『원보험사를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다. 재보험시장의개방으로 그동안 원보험사의 재보험물량을 「독식」해왔던 영업관행에 제동이 걸린만큼 철저하게 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으로 해외 선진재보험사들과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원보험사들에 고급보험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재보처리기법의 개선과 새로운 부가가치창출을 통해 재보요율을 낮추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