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밤에 관한 한건의 기사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서울 시내한 호텔 나이트 클럽에서 디스코 경연대회를 열었는데 젊은 남녀가 무대위로 올라와서 기어이는 걸친 옷을 다 벗어버리고 반나체로 춤을 추었다는 동아일보의 고발기사다.이 기사에 따르면 어떤 여성은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기고 반나체로 춤을 추었고 또 다른 처녀는 춤을 추면서 팬티까지 벗어던졌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들도 다를 바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종류의 기사는 그 자체로 색정적 독자들을 만족시키고 있거니와 어떻든 이기사는 우리사회의 일각이 이처럼 색정적 춤을 즐기게 되었나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그러나 돌아보면 춤이라는 것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언제나색정적이었고 욕망을 최고조로 드높이는 좋은 도구였다. 더구나장소가 나이트 클럽이었다. 나이트클럽이란 곳은 「즐기기 위해」 모인 동류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술까지 곁들인다면 벌거벗지 않을 이유도 없다.다중이 모여든 장소에서 탈선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도덕군자들은 『차마 공공장소에서까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바로 「동류의 다중」이라는 것이야 말로 탈선을 조장하는 적절한 무대장치가 된다. 관중이 없다면 왜 애써 미친 짓을 하겠는가 말이다.일본을 들르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의 하나가 신주꾸등에자리잡은 라이브쇼 술집이다.아마도 5천엔 정도를 내고 들어가는 이 극장(?)은 남자 손님들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무대에 올라가 여인들과 공공연히 그짓을 하는데 만일 그것이 공공장소가 아니라면 그렇게 인기를 끌리도 없다. 군중의 심리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섹스라고 해서예외가 아니다.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TV아침 프로에 여자들만 모여 수다를떠는 프로가 있는데(있었는데?) 언제나 넘지말아야 할 선을살짝 살짝 건드리는 진행자의 솜씨가 돋보이던 그런 프로였다.이 프로에서 멀쩡한 부인들도 내밀한 속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않게 하는 것을 보고 역시 군중심리라고 하는 것은 부끄러움을없애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동아일보가 보도한 나이트클럽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일부 상류층이 즐기는 파티들에서도 중인 환시리에 주인공 남자 하나를여러 여인들이 만족시켜주는 전문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니 섹스에관해서는 부끄러움이란 하나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를일이다.춤이란 언제나 탈선을 위한 좋은 도구였으니 어떤 춤이든 충분히사전에 고려된 색정적 동작을 안고 있고 대부분 몸짓이란 결국엔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것들이기 마련이다. 혹여 승무같은 종교형식을 빌린 춤이라면 모르지만 어느나라의 춤이든 사람의 몸을 점차 뜨겁게 데워가는 것이 바로 춤이라고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