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미국의 한 법원은 인터넷에서 음악을 다운받게 해주는 리오라는 휴대용기계의 도심판매를 금지해달라며 미국 음반업연합회가 제기한 소원을 기각했다. 이런 기구들은 사용되는 컴퓨터 파일의 이름을 따서 「mp맨」이라고 불린다. 많은 소비자들이 길거리를 오가면서 하나에 4백달러쯤 하는 이런 기구들을 사는 마당에 음악산업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음반사들에 더욱 곤란스러운 상황은 비록 자신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디지털혁명」이 그들의 고객인 음악팬들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세분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음악이 디지털화된다는 것은 업계로서는 기회임과 동시에 위협이다. 기회는 판매마진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음반마진은 홍콩의20%선에서 스칸디나비아 제국의 8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세계적으로는 평균 60% 정도다. 이것을 음반사들이 수요자들에게 직접 팔 수 있다면 소매상들에 가는 마진을 그대로 챙길 수 있을것이다. 아니더라도 최소한 마진을 소비자들과 나눠먹을 수 있을것이다. 음반사들은 그러나 위협쪽에 신경을 더 쓴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은 그들의 대응범위를 넘어 버렸다. 자신들이 인터넷의복제판으로부터 저작권을 보호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들은 잘안다.음악산업에 관련된 무역기구인국제레코드플레이어산업연합회(IFPI)에 따르면 매일 인터넷에서3백만곡 정도가 다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가 음반사의 사이트에서 나온 합법적인 것이지만 대부분은 해적판이다.mp맨만 있으면 해적판 사이트로부터 불법복제된 음악을 손쉽게다운받을 수 있다.대다수 음반사의 사이트가 전자주문을 통해 CD를 팔고 있긴 하지만 업계는 인터넷을 사용해 사업을 벌이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러는 동안 CD나 N2K 같은 새로운 벤처기업들이 사이버공간의 음반판매 시장을 장악했다. 그렇지만 음반사로 볼 때 인터넷에서의 불법행위의 수위는 더 이상 무대책이 상책이 아니게됐다. 음반사들은 이런 상황이 닥치고서야 인터넷을 통한 합법적음반공급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개별적인 카피도 큰 문제독일에서는 도이체텔레콤과 음반사들이 제휴해 전화선을 통해 하드디스크에 음악을 보내는 폐쇄회로 시스템을 시험중이다. 다른해결책은 루퍼트 머독이 운영하는 뉴스코퍼레이션의 한 부서인NDS가 개발 중인데 이것은 요금지불 TV와 스마트카드 기술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IBM도 음악을 소비자의 하드디스크에 바로다운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매디슨프로젝트라는것을 가동하고 있다. 모든 거대 음반사들은 다 이런 기술개발에관련돼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들의 노력들은 아주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음악을 다운받는 것에 어떤 특별한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 것은아니다. 따라서 문제는 저작권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음반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불법복사만이 아니다. 개별적으로 이뤄지는카피도 큰 걱정거리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다면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E-메일로 보내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물론 원곡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는 것은 예전부터 가능했지만인터넷상에서 파일을 복사하는 것은 더 쉽고 음질도 원곡과 똑같다.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인터넷에서의 유일한 보안시스템은 투명무늬를 넣는 것이다. 불법복사나 전달을 막아주지는 못하겠지만 복사된 곡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알아낼 수 있고 이런움직임을 감시하기에 용이하다. IFTI는 이런 투명무늬들을 시험하는 중이다.사실 이런 보안상 어려움은 충분한 돈과 시간을 들인다면 해결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의 디지털화에 따른 또다른 위협이있다. 음반생산도 이제는 음반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이처스베이브」란 자체 음반상표를 갖고 있는 미국 포크가수애니 디프랑코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디프랑코의 최근 앨범은곧바로 빌보드차트 22위에 올랐고 25만장이나 팔렸다. 그의 매니저 스콧 피셔는 애니의 성공이 디지털기술 덕분에 가능했다고 믿는다.지난 89년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부터 피셔는 그 전까지 일일이 손으로 쓰는데 여러 시간이 걸리던 우편발송 명단작성을 단 몇분만에 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음악을 오디오 테이프에 녹음하는것도 24트랙짜리 아날로그 테이프녹음에 드는 비용의 1/4 밖에들지 않는다. 또 앨범을 만들 때 노래를 디지털로 메모리시켜 가수가 직접 스튜디오에 있어야 할 시간을 아주 많이 단축했다. 이들은 장당 1달러에 CD를 만들어 우편으로 배달한다. 라이처스베이브는 현재 2백만장을 팔았고 곧 인터넷에서도 판매를 시작할예정이다.◆ 인터넷으로 음반제작 마음대로 가능디프랑코의 명성은 대부분 인터넷의 팬들에 의해 주도된다. 라이처스베이브의 공식 사이트는 없다. 그러나 누구든지 열람이 가능한 디프랑코에 관한 정보는 아주 많다. 그 첫번째 사이트는 메사추세츠주 워세스터의 한 컴퓨터광이 개설한 것이다. 지금은 70여개의 디프랑코 관련 사이트가 있다.디프랑코는 흔히 보는 보통의 스타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현재음악산업이 처한 큰 문제점을 대변하고 있는 존재다. 음악을 생산하고 보급하는 보다 값싼 수단이 출현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인터넷을 동원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음반을 만들 수 있다. 애호가들이 스스로 음반을 편집할 수 있도록해주는 사이트는 영국에서 59개, 미국에서 42개, 독일에서 8개가각각 개설돼 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몇개가 열려 있다. 이들의중요성이 과장돼서도 안되겠지만 이들이 음악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거대 음반사들은 이들 독립음반제작사들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작은 기획사들의 출현과 도태는 항상 있어온 일이기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이 업계변화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체로 큰 회사들은 허풍이 대부분인 대규모 판촉활동을 벌여 사업에 성공해 왔다. 여기서 얻은 이익 중 아주적은 부분만이 마돈나나 자넷 잭슨같은 스타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이런 빅스타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조건으로는 붙잡지못한다.결국 디프랑코같은 이들의 출현 때문에 소비자들의 취향이 나눠지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팝이나 록뮤직 음반을 사 갔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지금은 그런지앰비언트 일비앵 액시드하우스 액시드재즈 드럼앤드베이스 유로댄스 힙합 트립합 라운지 테크노 글램 인더스트리얼매틀 로파이드림팝 사이키록 라이엇그럴 등 취향에 맞는 가지각색의 음반을산다. 바로 이런 세분화를 부추기는 것이 디지털 기술이다. 이기술을 이용하면 각각의 새로운 장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맛대로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퍼뜨릴 수 있는 수단에 보다 쉽게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디지털기술의 출현 때문에 맞게된 거대 음반사들의 기술적 어려움은 소비자의 기호가 세분화되면서 맞닥뜨린 위협보다는 더 해결하기 쉬울 것이다. 음악산업으로의 진출을 가로막았던장벽이 사라진 이후 거대음반사와 독립제작사들을 구분할 잣대는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대규모 선전공세를 할 수 있는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세상은 그런 능력보다는 mp맨이 무슨 기능을 갖고 있느냐에 더 관심이 쏠리는 시대다.「A note of fear」 Oct. 31,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