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사들이 분주하다. 음악관련 기획사들도 바빠졌다. 저마다 일본의 음반사 및 인기가수 소속 기획사와의 짝짓기에 한창이다. 국내대중음악 시장조사 및 정지작업을 위한 물밑 활동도 강화중이다.일본대중음악에 대한 국내시장 개방발표에 맞춰 1탄을 터뜨리기 위한 채비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대표적인 업체는 소니뮤직 포니캐년 EMI 폴리그램 BMG 등 일본과연결된 직배 음반사들이다. 이들은 비교적 느긋한 표정이다. 일본현지 관계사들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밀리언셀러 가수들을 거느리고 있어서다.가장 강한 진용을 갖추고 있는 소니뮤직에는 비주얼록 그룹인 라캉시엘을 비롯해 퍼피, 주디 앤 메리, TM레볼루션, 티 스퀘어 등 호화라인이 포진해 있다. 포니캐년에는 퓨전재즈그룹 카시오페아가,EMI에는 드림스 컴 트루 등이 버티고 있다. 일본 역사상 최대인2천만장의 음반을 판 비즈, 단일 앨범으로 최고인 5백만장의 판매기록을 세운 글레이 등도 여타 직배사들에 소속되어 있다. 일단 국내시장이 공식개방되기만 하면 언제든 판을 찍어낼 수 있는 상황이다. 『모두들 개방시점에 맞춰 일본에서 마스터테이프와 재킷용 필름을 들여와 판을 낼 채비를 완비하고 있다.』(포니캐년 이자묵사장)이들 직배사들에 남은 과제는 사전 시장정지 작업. 대부분 일본음악 담당부서를 신설, 국내시장을 파고들수 있는 음악선별작업과 잡지를 위주로한 홍보활동을 소리없이 진행중이다. 소니뮤직의 일본음악담당인 이혁씨는 『대중음악시장이 개방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여유가 있는만큼 장르별 샘플모니터링작업에 치중하는 편』이라고말한다.일본에 연고가 없는 국내음반사 및 기획사들은 일본업체와의 짝짓기에 혈안이다. 『JVC빅터, 콜럼비아 등 일본음반사에는 한국의 관계자들이 일주일에 서너팀씩 방문중』(제이브 엔터테인먼트 이영일사장)이란다.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상호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뮤직의 경우 서던올스타스, 구와타밴드 등을 확보하고 있는 음반사 어뮤즈와 라이선스협의를 끝냈다는 후문이다. 도레미레코드는 콜럼비아와, 서울음반 킹레코드 등은 JVC빅터와의 협력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특히 록레코드는 아무로 나미에, 글로브, TRF 등을 거느리고있는 고무로 데쓰야의 에이벡스를 낚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10여개의 기획사들도 일본업체 순례를 강화하고 있다. 과당경쟁이우려될 정도다.◆ 표절시비 줄고 일본진출 기회될듯음반사 및 기획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일본 대중음악의 상품성이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가요음반시장의90%를 좌우하는 10~20대층은 이미 일본음악에 익숙해져 있다. 지난해 해체된 X저팬의 경우 그동안 불법으로 풀린 음반이 2백만장에달할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일본식 빌보드차트격인 오리콘차트도대중매체를 통해 일본현지와 동시에 유통되고 있다. 『PC통신 일본음악동호회들의 활동도 결코 장난이 아닌 실정이다.』(2클립스뮤직 임기태실장)이들은 일본음악이 국내시장에 공식상륙하면 가요시장의 20% 가량잡아먹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MF체제 이전에 7대3 정도였던가요와 팝의 시장크기가 지금은 9대1로 정착되어 있다. 일본음악이들어오면 팝 1, 일본음악 2, 가요 7의 구도가 된다』(대중음악평론가 신용현)는 분석이다. 초기엔 「그동안 금지됐던 것」에 대한호기심으로라도 일본음악에 대한 수요가 퍼질 것이란 뜻이다.신용현씨는 그러나 개방후 1~2년이 지나 호기심에서 생긴 거품이걷히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팝과 비슷한 규모의 시장을 유지하는데그칠 것으로 분석한다. 대부분의 업계관계자들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언어장벽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해외 대중음악소식 전문월간지인 지구촌영상음악의 원용민 편집장은 『알아들을 수 없는 대중음악은 외면 당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쪽에서는 한국시장을 큰 파이로 생각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신용현씨는 『한국업체와의 라이선스계약으로 몇푼 안되는 로열티를 챙기기보다 일본내수시장을 다지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음반사들이 더 많다』고 말한다.일본대중음악 공식유입은 기정사실이다. 좋건 싫건 상당부분의 가요시장 잠식은 불가피하다. 일본대중음악 전문가인 이현재씨의 우려대로 방송까지 개방된 후 철저한 스타시스템으로 무장한 일본업체들이 직진출할 경우 현재의 예상보다 더 큰 시장을 잠식당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