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수입된 일부 오락용 게임이 최근 불가판정을 받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무난히 심의과정을 통과했다. 예전 같으면 분명히 심의 과정에서 걸렸으련만 무슨 일인지 아무런 제지없이무사통과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음은 물론이다.이에 대해 심의를 맡고 있는 공연예술진흥협의회 관계자들은 기준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예전과 같은 잣대로 심의를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문화 수입개방과 관련이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아주 미미하지만 심의기준이 다소완화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다른 문화분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올해말 기준으로 약 1조6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2천4백억원 정도로 파악되는 영화에 비해 무려 7배 가까이 큰 규모다. 5천4백억원대인 음반시장과 비교해도 3배나 크다. 하지만 게임시장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국산보다는 외제, 특히 일본게임이 판을 치고 있음을 볼수 있다. 일제의 경우 그동안 일어 대사나 자막이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수입이허용됐기 때문에 국내 게임시장에서 활개를 칠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내 게임 수입업체들이 앞을 다투어 일본으로 달려가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깊다.◆ 청계천군단도 막강한 영향력 발휘게임은 크게 3가지 분야로 구별된다. PC게임, 비디오게임, 아케이드게임(오락실용 게임)이 그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아케이드게임이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있고, 이어서 비디오게임과 PC게임이 그 뒤를 잇는다.먼저 PC게임 분야는 게임쪽에선 유일하게 국산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꾸준히 기술개발에 참여해 일본에 거의 근접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일본업체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특히 신설 게임업체들의 일본에대한 기대는 아주 크다는 후문이다. 기술제휴를 받을 수 있는데다완제품을 수입할 수도 있어 잘만 하면 한몫 챙길 수 있는 까닭이다.여기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의 게임업체들이 직접 한국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일본문화의 개방이 본격화되고 게임분야도 일본업체들의 직접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라는얘기가 나오면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비디오게임 시장의 움직임은 좀더 활발하다. 현대 삼성 SK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데다 새로운 업체들의진출도 아주 활발하다. 여기에다 소니 등 일본 굴지의 게임메이커들이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어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경우 지금은 국내 업체들과 일정한 계약을 맺어 판매권을 넘겨준 상태지만 게임시장이 본격 개방되면 국내에 현지법인을 세워 직접 유통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아케이드게임은 게임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만큼 이를 둘러싼국내업체들의 경쟁 또한 뜨겁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90%에 이를정도로 아주 높은 까닭에 일본문화 개방 무드를 타고 이 분야에 관심을 쏟는 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아케이드게임 시장 규모가 더 커지기 전까지 당분간은 일본업체들이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국내 게임시장에서 또 하나 무시못할 세력은 이른바 「청계천군단」으로 불리는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다. 소매 유통망을 쥐고 있는데다 수입에도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 게임시장에 막강한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최근 들어 일본문화개방 바람을 타고 일본의 게임회사들과 개별적으로 접촉, 상당한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