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에 유러화 출범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유러화 도입으로 유럽에 대한 직접투자 여건은 호전될 전망이다.장·단기 금리가 안정되는 가운데 환리스크 회피(헤지) 비용이줄어들기 때문이다. 유럽 금융기관간 국경없는 전쟁이 벌어지면서 현지금융을 일으키기도 더욱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미국에 버금가는 단일시장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다.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존 국경 개념을 버린채 유러존(유러경제권)을 단일시장으로 보고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기업은 국경을 기준으로 시장을 구분해 투자를 결정해 왔다. 유러화 출범은 이같은 시스템에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 11개 EMU 참가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거점을 선택해야 한다. 하청업체 선정도 마찬가지다.참가국중 가장 경쟁력있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 국내 기업의 고민은 따로 있다. 유럽투자 가운데 상당부분은 유러화 불참국인영국 등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영국이 유러화에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영국에 거점을 둔 국내 업체들은 환리스크 위험을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유럽 단일시장의 중심지인 베를린 등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현대경제연구원양두용 박사)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유럽투자 영국 집중, 환리스크 부담영국에 복합단지를 세운 한 가전업체가 최근 2~3년간 파운드화강세 탓에 가격 경쟁력 약화로 고전했다는 사실이 이같은 주장을뒷받침한다. 반면 유러화는 출발과 함께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으론 영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업체가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이탈리아 스페인 등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일반 소비재에 대한 소비성향이 높은 나라엔 소비재 생산기지를 설립하는게 바람직하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경제개혁에 성공한 동구권 국가도 안정된 투자 지역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현지거점 뿐만 아니다. 부품이나 구매선 선택 전략에도 변화가불가피하다. 현지공장은 구매선을 현지 또는 동구권내 자회사로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생산부품을 아시아 시장에서 조달할 경우 환위험 절감기회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한국기업의 근본적인 고민은 유럽투자 진출 여력이 없다는데 있다. 유러화 출범이 주는 기회가 IMF 위기를 맞은 한국에는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신용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유러화 결제 비중을 늘려가는 한편 기존 판매 및 생산 법인을 통합, 규모의 경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SC(Shared Service Center)를 구축하라」.국내 기업들은 내년 유러화 출범을 앞두고범유럽(Pan-European) 차원에서 해외 조직을 재편하는 과제를안고 있다. 그 해법으로 떠오르는게 SSC다.SSC란 지역 법인별 공통기능인 고객지원(콜센터) 금융 회계 홍보 등 지원기능을 통합, 대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지역 법인에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프라(판매 및 생산기능)만을 남기고 나머지 지원 기능은 SSC 한군데서 도맡게 된다. SSC는 독립된 단위조직으로서 지역별 법인에 서비스를 대행해준 대가로 일정비율의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통해 지역 법인별로 중복된 조직을 줄여막대한 운영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일수 있다. 80년대 후반 SSC를 처음으로 도입한 백스터 헬스캐어사는 비용의 45%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미국 5백대 기업중 1/4이 SSC를 운영중이다. 특히 유럽 단일통화가 도입됨에따라 국가별로 흩어져 있던 금융 및 회계조직 통합이 용이해진다는 점은 다국적 기업의 SSC구축 작업에 불을 지폈다. 미국과 캐나다 기업이 유럽내 SSC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국가별로 별도의 법인을거느리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SSC를 운영함으로써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인터넷 상거래 시대에 대비, 유럽 각국에 흩어진 콜센터를 한곳으로 통합하는 일이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