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아시아성학회가 공동주최한 성전시회며 성학술대회며 성강연회가 지난 11월말의 5일동안 1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가운데 종료됐다.주최측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일 줄 몰랐다는 것인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진지한 눈으로 전시장을 구경하고 세미나에도 청중으로 참석한다. 전시회의 많은 전시물들은 사실 한경비즈니스 독자들이라면 바로 이 페이지에서 늘보고 읽어왔던 주제들이었을 것이다.그러나 상당수 전시회 참관인들은 성이 그토록 다양한 얼굴을 하고있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가졌을 것이다. 『이게 진짜 김홍도가 그린 춘화가 맞습니까』하고 질문을 던지는 대학생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 들어 있다. 노인이 방안에 누운 젊은 여인을 향해 아예 문밖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양팔을 벌린채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으로돌진해 들어가는 장면은 사실 그림 속에 들어앉은 노인 정도의 나이가 되고서야 그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것을 미학에서는 골계미(滑稽美)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에게야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그림들이니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늙은 중과 젊은 여인의 한낮 교접이나 기방에서의 다양한 체위들 그리고 놀랄 정도로 적극적인 여자들의 손짓과 허리와 발의 동작들은 사실 오늘날 우리가 현대 포르노에서 보는 것과 진배없다.어쩌면 현대인이야말로 거대한 기계사회 속에 매몰돼 유유자적한상태에서만 진정한 멋을 느낄수 있는 성을 상실하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사실 현대는 멋이라고는 없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시대 화가들의 그림이다. 골계미가 눈에 띄는 특이한 작품들도 좋지만 「이브의 보리밭」같은 작품들은 사실필자에게 여력이 있다면 하나쯤 구입해 집안방에 걸어두고 싶은 작품들이다. 이브의 보리밭이라는 구도는 얼마나 노골적이며 도발적인가. 글쎄 화가가 직접 체험한 기억인지 아니면 화가적 상상력의소산인지는 모르지만 보리밭에서의 경험은 누구나 그 까슬까슬한거웃이며 엉켜드는 보리들이며 엉덩이에 달라붙는 작은 벌레들이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원함이란 ….얼마전 본란에서 구성애씨를 논한바 있지만 역시 그녀의 강연내용토론내용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녀가 여간 탄탄한 생각의 깊이를갖추고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수 있게 한다. 아마 성학회에 몰려든 많은 분들은 이미 대중의 스타가 되어버린 구성애씨를 보기 위해 그렇게 구름처럼 몰려왔는지도 모를 일이다.그녀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언설의 한가운데는 놀라운 문화적 통찰이 깔려 있음을 듣게 된다. 그것은 이 혼탁한(사실 역사에 혼탁하지 않았던 때는 없었다) 시대를 살아가는 필자에게 정말 청량한것이었다. 다시한번 전시회를 개최하여 동서고금의 성기구들도 한번쯤 보여주는 것이 어떨는지 모르겠다. 주최측이 기회를 만들어보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