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빛이 매우 불안하다. 실물경기의호전이 가시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가가 연이어 오른데다 상승속도 또한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들어서는 「개미군단」으로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객장에 몰리고 증시에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증시가 이제 다시 폭락할지도모른다는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예전의 경험에서 보면 보통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려들기시작하면 주가가 정점을 쳤다는 것을 예고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반영하듯 주가는4백60선을 지지선으로하여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소위 통화공급의 확대 등에 의한 유동성장세는 주변여건이 변하면 언제라도 폭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주가는 지난 11월말 4백60포인트대로 올라섰다. 9월말3백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개월만에 무려 50% 이상 급등했다는계산이다. 이 기간동안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종목도 허다하다.개인투자자의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9월말 1조8천억원에서 11월19일 2조원대로 올라선뒤 불과 1주일도 안돼 3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각종 지표로 볼 때 증시가 틀림없이 과열되고있다는 얘기다. 주식전문가들도 증시가 너무 과열된 감이 있다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최용구 대우증권 조사부장은 최근 주가가내릴줄 모르고 급격히 올라 조정을 받을 공산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한다.그러나 주가가 급격한 폭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이들 전문가들은 국내경기의 상황으로 볼 때 주가수준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급격히 하락할 공산은 적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의 최부장은 『현재의 국내경제만을 고려할 때 주가가 조정국면을 맞을 경우 3백7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겠지만전체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조정을 거친다해도 4백10포인트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해외변수에 주가 영향 더 받아그렇다면 주가는 앞으로 어떤 곡선을 그릴 것인가. 주가의 향방을 예측할 때 예전보다 훨씬 국제경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등증시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게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투자다. 외국인투자는 IMF이후 국내증시의향방을 좌우하는 주요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내경제가 구체적인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끊임없이 늘려왔다. 국내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국제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악화됨으로써 한국 태국 등 아시아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물론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달러와 엔화 등 국제기축통화의 환율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리가 변할 때마다함께 움직였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증권시장이 IMF이후 두드러지게 달라진 특징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예전의 잣대로 국내증시를바라보아서는 낭패하기 쉽다는 얘기와도 상통한다.증시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주가향방도 이같은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창희 한화증권 이사는 『최근의 국내증시는국내요인보다 해외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주가가급등하는 등 최근의 국내증시는 예전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분명히 과열현상을 띠고 있지만 새로운 증시의 패러다임을 고려하면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안이사는 외국인들이 최근들어 국내증시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늘리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라고 밝힌다. 메릴린치 골드만삭스들을 비롯한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10월이후 국내주식에 대한대대적인 매수에 들어갔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경기에 대한 전망은 지금보다 더 불투명한 시기였다.그러나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매수세는 매우 거셌다. 국내경제에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국내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두고 증시에서는 미국경제의둔화등 세계경제의 악화와 함께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동시에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외국인투자자들은경제적 요인 이외에 정치적 요인을 근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늘렸을 것이란 분석이다.클린턴 대통령은 아시아 위기에 대한 IMF프로그램에 대해 많은학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로서는 한국 태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IMF프로그램을 모범적으로 이행, 성공한 국가를 만들어낼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IMF의 프로그램에 따라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 비교적 성공적인 나라로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한국을 적극 지원, 성공할 경우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뒷받침하듯 클린턴 대통령은 아시아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APEC정상회담을 통해 천명하는한편 지난 11월20일 저녁 한국을 전격 방문했다. 이같은 클린턴대통령의 일련의 움직임과 외국인들의 한국주식매입과는 밀접한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게다가 루빈 미재무장관이 장관으로 취임하기 직전 골드만삭스에근무한 인연을 이용해 미국정부의 이같은 입장과 한국에 대한 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 미국의 투자기관들이 투자에 나섰을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최근 무디스 S&P 등 세계신용평가회사들도 시기만 차이가 날 뿐조만간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릴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도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대외부채를 앞당겨 상환한다는 방침이다.정부가 올해말 돌아올 IMF차입금 28억달러의 상환을 연장하지 않고 제때 갚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번내린 국가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뚜렷한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을 갚아버림으로써 한국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외국인들에게 분명히 인식시키겠다는계산인 셈이다.이러한 국제적인 암묵적 합의와 아시아경제에 대한 회복기대로인해 해외언론들도 아시아경제에 대해 낙관론이 일색을 이루고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주식과 채권 등 한국물증권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권하고 있다.◆ 세계신용평가사 ‘등급 상향 조정할듯’세계적인 투자전문지인 「배런」지는 최근호에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아시아가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투자자금이 불과 몇달전만하더라도 투자가들로부터 외면당한 이들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이어 『투자가들은 또한 이머징마켓 국가들 중에서도 차별적으로접근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도 한국 태국 필리핀에 대한 투자를늘리는 반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는 투자를 줄이고있다』고 덧붙였다.메릴린치도 최근의 글로벌리서치 자료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주식시장은 평균 50% 상승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대부분의 주식시장은 과매수 국면에 있다. 이는 아마도 조정국면이 조만간필요함을 암시하는 것이다.그러나 중기적인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있고 연말까지는 현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현재의강세국면이 다소 이어질 것을 암시하고 길게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결국 대외여건을 감안할 때 주가는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겠지만그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정국면이 끝나는12월말부터는 오히려 상승할 공산이 터 클수도 있다. 최부장은『기술적 분석으로 살펴볼 때 주가는 4백60선을 지지선으로 조정국면에 들어가 4백10포인트 선에서 머물다가 다시 상승, 내년1/4분기에는 6백 포인트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