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급격히 하락했던 지난 여름, 일본에서는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난데없이 금투자가 성행했다. 또한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이후 러시아에서는 물물교환이 많아져 원시경제로 되돌아가는 듯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말레이시아는 경제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놀랍게도 고정환율제의 복귀를 선택했다. 세인들은 이같은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을 「카지노 경제」로 부르고 있다.이같은 양상이 표출된 배경을 돌이켜보면 그 중심에 변동환율제의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수 있다. 지난 70년대부터 도입된 변동환율제도는 시장메커니즘에 의한 자율적인 환율조정으로 인해 각국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정책 담당자들은 국제수지 불균형해소라는 무거운 짐을 변동환율제에 맡기고 자신들은 국내경제정책에만전념하면 된다고 믿었었다.그러나 80년대이후 자본 자유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변동환율제도의 기능은 눈에 띄게 약화되기 시작했다. 국제자본의 급격한 이동은 변동환율제의 가격조절기능이 미처 작동하기도 전에 각국의 금융시스템을 교란시켰다.변동환율제가 힘을 못쓰게 된 이유는 환율 움직임의 예측이 어려워진 탓이 크다. 최근의 환율은 경제이론에 의해 변동되기 보다는 말한마디로 급변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지난 10월15일에는 엔화가미달러화에 대해 하루에 무려 22엔이나 폭등했다. 미국경제의 호황이 아시아와 러시아의 경제에 영향을 받게되었다는 배경도 있지만엔화약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정책변화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대장성의 국제금융담당자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인사의 발언 한마디로 세계 주요 통화의 환율은 널뛰기를거듭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적으로 국제통화제도와 환율제도의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고정환율제로의 복귀 주장이다. 작년에 외환위기 직전까지 갔던 말레이슭틈?마하티르 총리의 독단에 의해 고정환율제로 회귀하였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안와르 부총리를 연금하는 초강수를 동원해 고정환율제를관철시켰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는 최악의 파국을 모면하고 주가도상승하는등 비교적 경제여건이 호전되었다.국제통화제도에 대한 또 다른 주장은 매우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세계 단일통화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즉 전세계가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면 환율변동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혼란만은 없을 것이라는주장이다. 실제로 그 실현이 매우 어려워보였던 유럽 단일통화가내년 1월로 정식 출범하게 되었다. 최소한 유럽 국가들간에는 환율변동에 따른 피해가 사라질 전망이다.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 변동환율제를 포기할 수는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국제통화위기의 원인이 변동환율제의메커니즘에서 야기됐다기 보다는 각국간의 경제정책 비협조와 자원및 소득의 불균형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정환율제로의 회귀는 경제개방화와 자유화추세를 감안할 때 단순히과거의 추억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말레이시아도 경제의 개방화를포기하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나 고정환율제를 고수할 수는 없다.다만 지금까지 나타난 변동환율제의 약점들을 보완할 필요는 있을것으로 본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 각국들이 정책공조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