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에도 다시 투자를 하겠다.』 일본기업들이 한국쪽으로눈을 돌리기 시작했다.투자상담을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쿄무역관을 찾는일본 기업인이 요즘 하루 3∼4명에 이르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의일본방문에 맞춰 지난 10월7일 열린 투자설명회 이후에만 모두84건의 투자상담이 이뤄졌다.도쿄무역관이 투자상담 및 유치창구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정부의 최대역점사업인 투자유치를 위한 전진기지역할을 톡톡히 해내고있는 것이다.주일한국대사관의 상무관실도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상무관실에서도 매주 4∼5건의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기업만 한국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들어 재일 한국기업인들의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단순히 상담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IMF(국제통화기금)관리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거래선에 자본참여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분야 진출 움직임이두드러지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실버타운을 건설하려는 기업까지등장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일부 대기업에서는 중화학분야의대형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실버타운 건설기업까지 등장투자유치실적에서도 일본의 관심도를 확인할수 있다. 일본의 한국투자는 94년의 4억2천만달러를 피크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95년에는 4억1천만달러로 2.3%가 줄어들었다. 96년에는 2억5천만달러로39.1%나 감소했다. 97년에는 4.4%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2억6천만달러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 10월말 현재 4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96%가 늘어났다.연말까지는 5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만성적인 노사분규로 한국을 떠났던 일본기업들이 다시 한국진출을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값싼 임금을 노려 동남아로 진출했던 일본기업들이 한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일본기업들의 한국투자를 늘리게 한 첫번째 요인은 정부와 업계측의 유치노력이다.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투자사절단은 지난 10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대형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1천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KOTRA와 JETRO(일본무역진흥회)에 투자상담창구를 마련했다. 한일 정부 업계의 관련인사 32명으로 짜여진 투자촉진협의회를 발족, 12월6일 서울에서첫회의를 열었다. 박태영장관과 요사노 일본통산상간에 핫라인도개설했다.둘째는 한일간 미래지향적인 외교관계의 구축이다. 한일정상회담을통한 김대통령의 과거청산의지 표명은 두나라간 벽을 허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상회담이후 일본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통산성 고위관계자들이 한국투자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재계도한국의 구조조정에 공동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제 일본투자유치를 위한 분위기는 잡혔다. 내년에는 여건이 더욱더 나아질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4백억달러 규모의 흑자로 한국의외환사정이 급속 개선될 전망이다. 기업 및 은행 등의 구조조정도올해안에는 대체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일본측의 여건도 나아질 전망이다. 3백억달러 규모의 미야자와플랜실시로 일본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활성화될 것으로 분석된다.한일간 투자보장협정도 조만간 체결될 예정이다.투자유치 전망은 한마디로 낙관적이다. 내년에는 올해의 5억달러선(전망치)에 비해 3∼4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게 상무관실의전망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사관은 KOTRA와 공동으로 투자유망기업을 직접 방문, 애로사항을 해결해 줄 예정이다. 이와함께 나고야 후쿠오카 등 10여개 지방도시에서도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김정 주일 한국기업연합회장(한화재팬사장)은 『일본의 분위기가무르익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일본의 대형투자를 어떻게 빨리 성사시키느냐 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일본의 한국투자 활성화를 계기로 한일간 새로운 경제협력시대가열리게 될 전망이다.◆ 투자유치 진행사례소프트웨어분야 최대 관심일본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쪽은 소프트웨어 분야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인력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푸테로시스템은 일본에서 수주한 소프트웨어를 한국에서 개발하기위한 현지법인을 한국에 낼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미 투자신고를마치고 현지법인설립을 준비중이다.주식회사 S를 비롯 J사이언스 T 등 소프트웨어 관련기업들도 한국측 파트너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들 회사는 단독투자로 거점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지역의 물류거점 확보도 일본기업들의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대기업그룹인 I그룹의 I익스프레스는보세지역내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타당성조사를 벌이고 있다.대형 운송업체인 (주)Y의 경우 동해안 해상물류를 관리하는 거점을 부산지역에 마련할 예정이다. 전기전자 자동차등의 부품쪽 진출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전기부품회사인 야마다케(山武)는 올해안 한국에 사무소를 낼 예정이다. 내년 4월에 현지법인을 설립한다음 하반기에는 기존 회사인수를 통해 생산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사상표로 중급에서 고급제품까지 현지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대만을 놓고 저울질을 해왔으나 결국50∼1백년 앞을 내다보고 한국을 선택키로 했다』는게 야마다케측의 설명이다. 한국을 동북아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활용거점지로 부산 물망올라전자부품회사인 K사는 한국내 현지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경기도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키로 했다. 우선 공장건설에 1천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T사는 이어폰 현지생산을 위해 5천만엔 상당을 투입키로 하고 현재한국업체와 합작교섭을 벌이고 있다.외환위기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거래선의 인수를 위한 투자도 눈에 띄고 있다.대형방적업체인 N주식회사는 자사의 부품을 수입, 제품을 생산하다 도산한 한국기업의 건물 설비 부동산을 인수키로 방침을 결정했다. 그동안의 기술협력 등으로 축적된 한국측 협력회사의 노하우를활용하겠다는 것이다. N사는 한국측의 5백만달러를 포함해 총1천5백만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A트레이딩주식회사도 자금지원을 위해 기존 합작법인의 증자분을인수할 예정이다.버블이 빠져나가고 있는 부동산쪽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부동산회사인 S사는 경기도에 실버타운을 건설키로 하고 현재 부동산매입을추진중이다. (주)D도 한국의 합작파트너의 부동산구입을 위해6억엔 상당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수질처리분야 대형업체인 K주식회사(도쿄증시1부상장)는 반도체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초정수제조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K사는 이 공장을 일정기간동안 운영한 다음 한국기업에 무상양도할 방침이다.★ 인터뷰 / 이현재 주일대사관 상무관경계 '눈초리' 허물고 투자분위기 만든 '세일즈맨'이현재 주일한국대사관 상무관은 발로 뛰는 정부세일즈맨으로 통한다. 그는 한국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기업을 찾아다니느라정신이 없다.그는 김대중대통령의 일본방문에 맞춰 열린 투자설명회에 참석한8백개기업 가운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알짜기업 50개를 추려냈다. 집중공략대상을 50개회사로 잡은 것이다.지난 17일에는 10여번째로 도쿄일렉트로닉스와 에바라제작소를 방문했다. 『지금이 바로 한국에 투자할 때』라며 회사 관계자들을설득했다. 『한국투자지원을 위해 손발이 되어 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정부관리에 대한 일본측의 경계의 눈초리를 순식간에허물어 버렸음은 물론이다.그는 재일한국기업인의 투자유치에도 온힘을 쏟고 있다. 재일 대한민국민단의 신문에 한국의 투자개선내용을 3회에 걸쳐 내보냈다.산자부장관의 설명형식으로 투자관련세제감면 부동산취득 투자자금반출입자유화 등을집중 홍보했다.교민단체인 대한투자협회를 방문,박정회장으로부터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신용상 민단단장에게도 투자유치를 위한 협조를요청했다. 한국계 기업인들이 모국투자에 앞장서 주도록 당부했다.그는 『한국계기업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한다.한국에서 장사가 되는 품목을 알려달라는 교포기업인들이 급증하고있다는 것이다.그는 『투자유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고 지적한다. 한일간에가로놓여 있던 벽을 허물어 내 분위기를마련하는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분석한다. 준비작업은 완료됐다는 것이다.이제는 일본기업들과 맨투맨방식으로 투자유치를 성사시켜 나가야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정부 기업이 똘똘뭉쳐 투자세일즈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친김에 투자유치를 위한 모범답안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한다. 투자정보제공에서 유치, 사업화성공, 사후관리에 이르는 과정을 분석 정리해 보겠다는 것이다. 「투자유치는 이렇게 한다」는제목의 보고서를 꼭 만들겠다고 밝힌다.그는 투자유치를 위해 「발로 뛰는 상무관」 「24시간 깨어있는 상무관」이 될 것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한다.★ 인터뷰 / 김두환 KOTRA아주지역본부장김두환 KOTRA아주지역본부장 겸 도쿄 무역관장"내년엔 10억달러 투자할 듯"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도쿄무역관이 투자상담으로 붐비고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본투자유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두환 KOTRA아주지역본부장겸 도쿄무역관장을 만나봤다.한국과 일본간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고들 한다. 실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일본은 그동안 한국을 특별한 투자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노사분규 고비용구조 등으로 인해 사실상 투자기피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만을 겨냥한 투자를 검토하기시작했다.』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분위기가 이처럼 달라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김대중대통령의 일본 방문이후 한일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투자는 경제적인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비경제적인 요인도 아주중요하다. 정치적인 요소가 그동안 일본 투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다.일본의 국내외 상황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게 만든 요인이 됐다. 일본기업들은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동남아투자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이 떠오른 것이다.』일본측에서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한국의 금융기관들로부터 파이낸싱을 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있다. 투자자금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사분규에 대한 우려는 많이 해소됐다. 쓰러진업체를 인수하면서 고용도 승계하겠다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일본의 투자유치를 위한 대책은.『투자전문 일본어 홈페지를 99년초에 개설할 예정이다. 인터넷으로 투자관련 인콰이어리및 문의사항을처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정보게시판도 신설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투자유치전문인력을 채용, 보강했다.』내년도 일본의 한국투자를 어떻게 전망하는가.『내년에는 최소한 10억달러선에는 이를 것으로 본다. 올해의 두배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전체대외투자(연 5백억∼6백억달러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한국수출품의 시장점유율인 4∼5%선까지는 투자유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