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산품 안사요. 다른데 가서 알아 보시오.』『국산품 살돈이면 차라지 중고 일제기계를 들여놓지.』김형두 동양광학 사장(46)은 힘이 빠졌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벌써 열군데이상을 다녔건만 제대로 상담을 해보기도 전에 문전박대를당했다. 더욱 기가 막힌건 국산이라 안쓴다는 것. 외산이라 안 산다면 이해가 가지만국산이라 안쓴다니. 84년 회사를 창업해 2년동안 불철주야 노력끝에 완성한 자동옥습기. 김사장에겐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2억5천만원을 투자, 어렵사리 국산화했는데찾아가는 안경원마다 외면했다. 차라리 외국제품 수입이나 계속할걸 왜 이 고생을 자초했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안경원이 국산품을 기피하는데는 까닭이 있었다. 안경관련기자재라고 나온 국산제품가운데 상당수가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했다. 겉은 멀쩡해도 금방 고장난다든지 오차가맞지 않았다.◆ 국산 외면 뿌리치고 15개국수출안경원은 소비자의 눈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곳. 동시에 서비스가 생명이다. 그런데 수시로 기계가 고장나면 고객에게 어떤 인식을 심어줄지 불을 보듯 뻔했다.그러니 국산품은 찬밥 신세를면치 못했다. 그렇다고 좌절할 김사장이 아니었다.그의 마음속엔 일본 독일 등외산이 장악하고 있는 자동옥습기 분야를 기필코 국산으로탈환하겠다는 야망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경 및 안과 기자재 국산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싶었다. 첫 개발한 자동옥습기는 렌즈를 장착한뒤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깎아주는 기계. 80년대 중반만해도 대다수 안경원은 수동옥습기를 갖고 있었고 일부 안경원만 외제 자동옥습기를 보유하고 있었다.김사장은 나름대로는 첨단분야에 도전한다고 자동옥습기를 개발했지만 판로확보가여간 힘들지 않았다. 할수 없이 그전에 거래했던 안경원을찾기로 했다. 대학 졸업후 외국산 안경 및 안과관련 기자재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에종사해 아는 안경원들이 여러군데 있었다. 하지만 국산화한뒤엔 모르는 곳부터 개척하려 했는데 먹혀들지 않았던 것. 기존 거래처를 찾아가 한번 써볼 것을 요청했다. 뜻밖에 두군데서 김사장이 만들었다니 믿고 써보겠다는 응답이 왔다.그는 뛸듯이 기뻤다. 처음에두대를 납품했다.하지만 며칠 있다가 다시 연락이 왔다. 축이 제대로 안맞아 렌즈가 매끄럽게 가공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연락을 받자마자 쏜살같이 달려갔다. 사과를 한뒤 교정해줬다. 이러기를 여러번. 그제서야 현장에서 사용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하나둘씩 파악하고 후속모델 개발에 이용할수 있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고객에게 깎듯이 대했다.애프터서비스를 신청하면 한밤중이라도 만사 제쳐두고 달려갔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기존 제품의 성능을 최상으로 격상시켜줬다. 12년이지난 지금 동양광학은 자동옥습기 분야에서 국내 최대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업체로 자리잡았다. 마침내 일본 독일 등의 제품을 제친 것. 현재 시장점유율은 약 30%.2000년까지 4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15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터키 레바논 튀니지 남아공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등. 특히 중국의 베이징이나상하이 등 대도시 안경원에가면 동양이라는 마크가 새겨진 자동옥습기를 쉽게 찾아볼수 있다. 전량 고유브랜드로수출하는 까닭이다.동양광학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품질이 뛰어나고 값이 싸기 때문. 우선 절삭속도가 빠르다. 렌즈 한개를가공하는데 1분 정도 걸린다.다른 제품이 2~3분 걸리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김사장은설명한다. 또 정확한 각도로베벨링 가공을 한다. 이 작업은 안경테에 렌즈를 끼우기위해 가장자리를 경사지게 가공하는 공정. 각도가 잘 맞아야 끼우기 쉽고 잘 빠지지않는다. 또 무테용 렌즈를 가공할 때 가장자리의 광택을내주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단단한 폴리카보네이트 렌즈를 가공할 수 있는 휠도 갖고있다. 그러면서 가격은 외산보다 30% 가량 싸다.재미있는 것은 수출가격은동양광학 제품이 싸지만 중국내에서 유통되는 가격은 오히려 10% 이상 비싸다. 그만큼인기가 있다는 증거다.◆ 종합시스템 장비 등 국산화착착자동옥습기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당초 꿈대로 안경 및안과관련 기자재를 하나씩국산화했다. 검안유닛과 검안기를 잇따라 선보였다. 이중검안유닛은 안경원과 안과의필수품으로 검안기 검안렌즈세트 등을 얹어놓고 사용할수 있는 종합 시스템 장비다.내년 1월 하순 이 기계의 후속모델인 「프라우드」를 출시할 예정인데 생산이 되기도전에 홍콩업체로부터 20대의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또 검안기는 1차 모델을 출시했으나 더 고급모델을 내놓기위해 일본과 기술제휴로 내년중 신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와함께 내년중 콘택트렌즈 분석기 자동렌즈미터도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제품은 거의 시제품 제작이 끝난상태며 현장검증을 통한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 내놓을 예정이다. 이중 콘택트렌즈 분석기는 렌즈에 단백질이 낀것이나 긁힘 상태 등을 분석하는 장치. 또 자동렌즈미터는 렌즈도수를 측정하는 기계다. 후년에는 컴퓨터식 비전테스터와 차터프로젝터를국산화할 계획이다. 컴퓨터식비전테스터는 자각식 종합검사기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정확한 도수를 측정하는 장치다.동양광학은 올 12월초에는ISO9002 인증을 받아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 이를 발판으로 내년엔 올해보다 2배 가량 늘어난 1백50만달러를 수출한다는목표를 잡고 있다.김사장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27명의 직원중 4명을 연구개발인력부서에 두고 있다. 신제품 개발은 자신이 진두지휘한다. 「이왕할 바에는 제대로 하자」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는 그는 어떤제품이든지간에 고객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제품을 만든다는 품질 방침을 세워놓고있다.그는 사업 초창기 국산품이외산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알면서도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 구매해주고 후속모델을 지속적으로 구입해준 전주 신금당안경원과 건대앞아이월드와 같은 안경원이 있었기에 국산화의 첨병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하고 있다.또 내수기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안경·안과관련 기자재 업체로 도약한다는 포부를품고 있다. (02)757-3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