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참으로 큰 일이 많았다. 8·15 광복,6·25 전쟁을 거쳐 4·19의거와 5·16 쿠데타에, 가까이는 IMF에이르기까지 한 시대에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이런 큰 사건을 사전에 전혀 냄새를못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큰 변화가 오고 있었지만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늘의 외환위기마저 사전에 예측 못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하지만 그런 많은 사건들이 오기전에 정말로 사람들이 몰랐을까.아무런 사전 징조가 없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징조가있었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면서 이를 무시했을 것이다. 애써 이를 외면했을 것이다. 화산폭발 홍수 산사태 등 천재지변을 다룬 영화를 보면 하나같이 앞부분은 사전징조를 보여주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 화산폭발의 경우는 분수대의 물이 부글부글끓고, 주변에서 수영하던 사람이 죽지만 시의 책임을 맡은 자는 애써 이를 외면하다 화산폭발이 시작되면 그제서야 난리를 치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외환위기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이런 식의 사전징조 무시하기, 세상변화와 무관하게 소신껏 살기는인간의 어리석음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사전징조를 보고 변화를 할수 있다면 최선이겠으나 변화를 읽고 이에따라자신을 혹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가 눈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자신의생활에 영향을 미칠 때 비로소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지금 우리는 변화의 징조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구체적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하루하루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변하면 좋다가 아니라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보고있는 것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금융개혁을 얘기하니까 하라는 구조조정은 못하고 애꿎은 직원들을 지하철역 입구에 아침마다 세워놓고 띠를 두르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사를 한다.참 딱한 일이다. 띠를 두르고, 아침인사를 해서 나아질 것 같으면벌써 나아졌을 것이다. 차가 안 팔리니까 「퇴근 늦게하기」 「휴일 근무하기」 등 온갖 해괴한 일을 하고 있다. 늦게까지 일해서우리나라가 잘 될 것 같으면 이미 오래전에 선진국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제너럴 일렉트릭의 잭 웰치 회장은 「달리는 차의 타이어를 바꾸라」고 할 정도로 신속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왕 변할거면한 발이라도 빨리 바뀌자는 것이다. 또 도요타 자동차 공장엘 가보면 「일단 해보자」라는 구호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생각만 하느라 미적거리지 말고 변화의 필요가 있다면 꾸물거리지 말고 일단해 보라는 것이다.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길 경우 다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완벽한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궁리만 하다가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빠른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는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변화는 읽기 어렵지만 일단 변화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재빨리 변해야 한다. 사전 징조를 보고 일찌감치 변화할 수 있으면 최선이지만다소 늦게 깨달았더라도 이왕 바뀔 바에는 빠른 것이 좋다. 그저막연히 좋아지겠거니 어떻게 되겠거니 하면서 주춤거리는 것보다이것이 아니다 싶으면 빨리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