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오래된 광고문구는 사랑에 빠진 여인들이 넋을 잃고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에 탐닉하도록 만든 대단한 히트작이다. 하지만 이 말은 한꺼풀 벗겨놓고 보면 다이아몬드를 사주는 상대방 남자들의 지출도 영원하다는 얘기다. 결국 다이아몬드장사만 영원히 배를 불린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드비어(DeBeers) 다이아몬드카르텔은 그렇게 영원할 것같지는 않아 보인다.드비어의 영향력 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수년간 카르텔을 위협하는 몇몇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중소 생산업자들이 드비어의 판매부서인 CSO의 허점을 교묘히 뚫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얼마지나지 않아 시장에 값싼 보석들이 넘쳐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드비어는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그럭저럭 다이아몬드 과잉 공급문제를 해결해 가며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드비어에 대한 지금의 위협은 아시아 경제위기 여파로 올해 5%가 하락하는 등 다이아몬드 보석류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시장은 지난 15년간 세계 소비규모를 세배나 늘리면서 수요를 선도해 왔는데 올해는 일본에서 25%나 수요가 줄어들었다.CSO도 가격유지를 위해 재고가 수십억달러어치나 되는데도 거래에소극적이다. 지난해 12월14일, 드비어는 98년 다이아몬드원석 판매량이 33억달러로 전년대비 28%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1930년대 이래 두 번째로 많이 감소된 수치다.하지만 드비어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흥청거리는 상태다. 그렇지만이 상태를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거대한 재고가 발생하고 그 유지비용도 만만찮다. 수요감소사태 이전에도CSO의 다이아몬드 재고는 40억∼50억달러어치에 달했었다.설상가상으로 다이아몬드 공급상황이 드비어에 불리하게 돌아가고있다. 캐나다는 두 건의 거대한 채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앞으로 수년내에 고급보석을 시장에 마구 쏟아 놓겠다고 벼르고 있다.또 이미 다이아몬드를 채굴중인 영국의 리오틴토와 호주의 BHP는드비어와 일전을 불사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충분하다.하지만 드비어의 중역 팀 케이펀은 이런 위협들을 애써 일소에 부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캐나다에서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면드비어카르텔을 통하지 않는 다이아몬드 판매가 지금의 1/3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HP도 이미 자체생산량의 절반을CSO를 통하지 않고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드비어가 적정가격을 유지하는데 더욱 비용이 들게 된다. 생산량의 증가가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현재의 가격을 유지하려는 드비어카르텔의의도는 뜻대로 되지 못할 것이다.◆ 독점적 공급위해 광고공세 등 총력전드비어는 다이아몬드를 아주 귀한 보석이라고 광고하는데 연간 2억달러를 쓰고 있다. 이는 백금업계가 같은 목적으로 2천5백만달러를쓰는 데 비해 상당한 액수다. 어쨌든 이 광고는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드비어가 이런 분위기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탄소덩어리」에다 그렇게 큰 돈을 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될 것이다.그러나 다이아몬드 시장에 대한 진출입이 손쉬워진다고 해도 드비어는 계속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다이아몬드 시장도 양과 비용을 앞세워 무제한적인 경쟁을 벌이는 상품시장이기때문이다. 드비어는 양과 비용, 두가지 면에서 모두 강점을 갖고있다. 드비어의 자체 광산은 세계 보석생산량의 절반을, 그것도 가장 싼값에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드비어는 여전히 고급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가장 큰 공급자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시장상태에서 드비어가 계속 재미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드비어의 회계방식은 외부인이 그 영업이익의 수치를 알아채기 힘들게 돼 있지만 영국의 증권중개사 호얼의 로저 채플린이 이를 밝히려는 시도를 했다. 그는최근 드비어카르텔에 대한 경영압박이 커지면서 회사가 벌어들이는영업이익도 급격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측한다.(도표참조) 전체매출도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보석에 자사 브랜드 새겨넣기도자사제품이 다른 회사의 다이아몬드와 차별성을 갖추도록 하고 경쟁업체들에 다이아몬드 시장에 대한 무임승차의 기회를 주지 않게만드는 한가지 방법은 드비어가 자체생산한 다이아몬드만을 특정해서 광고하는 것이다. 드비어의 브랜드는 일반소비자들이 보석의 액면가를 그대로 믿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이 시장에서 품질을보증하는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드비어는 이미 이런 추세에 발을 맞추고 있다. 자사의 보석에다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하게 로고와 일련번호를 새겨넣는 방법을 채택해 영국 일부지역에서 시험해 보고 있는 중이다.이런 방법은 소비자들에게 먹혀들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드비어의 기술과 드비어가 보증한 품질을 믿고 더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드비어의 상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있다.드비어 제품에 어떤 브랜드를 사용할지 아직 공식적인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된 뒤 처음으로 세공업자나 보석상들과 경쟁을해야 되는 상황을 드비어가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이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보석에 브랜드를 새기는 것은 별로 큰 돈이 들지 않는다. 물론 보석 한점당 수십달러가 들겠지만 보석의 판매가격에 비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액수일 것이다. 드비어의 브랜드가 신뢰의 상징으로자리잡게 되면 특히 약혼반지를 처음으로 사는 소비자들에게 먹혀들 것이다.이런 상황에서도 드비어는 CSO가 차지한 기존 시장점유율을 계속높여나가고 있다. 드비어는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적당한 광산매입을 추진하는 등 세계 각지에 있는 광산업체들과의 합병계약을 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드비어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압력단체들은 드비어가 UN의 제재방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앙골라 반군세력으로부터도 보석을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그렇지만 드비어가 지금 갖고 있는 지배적 위치도 잠식될 가능성이있다. 결국 나중에는 드비어도 경쟁시장에서 단지 큰 시장점유율을가진 하나의 업체로 남게 될 것이다. 보석업계에서의 「코카콜라」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얘기다. 드비어도 코카콜라처럼 어디에서나경쟁에 부딪히지만 여러 지역의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배급망과 판매능력을 가진 거대기업이라는 말일 것이다. 드비어 내부에서는 이런 얘기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몰릴지 모르는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해야만 한다. 우리의 전쟁대상은 다른 업체의 제품이 아니라,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의상과 고급 자동차이다.』 그의 이 말은 코카콜라의 전사장 로베르토 게주타의 말을 흉내낸 것이다. 게주타가 『코카콜라가 벌여야 할 진짜 전쟁은펩시와의 대결이 아니라 「목구멍을 통해 내려가는 모든 음료」와의 대결』이라고 한 주장은 유명하다.따라서 다이아몬드 시장의 지배자로 자리잡고 있는 드비어가 앞으로 어떤 경영을 펼쳐갈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De Beers is it」 Dec. 19th 98정리·염동현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