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익을내지 못하는데도 주가가 3백달러를 넘는다.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할 대표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장미빛미래가모든 전자상거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인터넷을 통한상거래는 안정된 사업이 아니다. 전자상거래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적지않은 실패사례가 있다.인터넷으로 비디오테이프를 판매하는 릴콤(www.reel.com)은 인터넷상거래의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있는 이 회사는 97년에 출범하면서 비디오대여점의 모든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당찬 생각에 젖어 있었다.방대한 규모의 비디오테이프를 갖추고 판매와 대여에 들어갔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2~3일내에 우편으로 배달하도록 했다. 임대한 테이프는 다 보고 우편으로반송하도록 했다.◆ 주문·배달·회수·가격 모든면 불리그런데 릴콤은 사업을 계속하면서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디오테이프 임대사업이 적자의 원인이었다. 인터넷으로비디오테이프를 임대한다는게 비현실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굳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비디오테이프를 쉽게 빌려볼수 있다. 특히 비디오테이프를 빌릴 때는 둘러보고 적당한 것을 골라잡는 습성이 있다. 비디오를 보고 싶어 골랐는데 2~3일후에나 배달된다는 것도 치명적인결점이다.릴콤의 입장에서도 임대사업은 수지가 안맞았다. 재고회전률이 너무 떨어졌다. 보내는데 2~3일 다시 받는데 2~3일, 총 4~6일이 거리에서 허비되는 것이다. 동네 비디오대여점이라면 3~4번은 더 임대할 수 있는 시간이다.그러니 릴콤은 일반 대여점보다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미국에서 비디오 한편당 3달러를 받는데 릴콤은 4.95달러를 받았다. 무려 1.95달러나 더 비싸게 받았지만 릴콤입장에서는 밑지는장사였다. 낮은 재고회전율에 비싼 운송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점포라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인터넷대여점의 장점이 조금도발휘되지 않는 것이다.따라서 릴콤은 비디오임대사업을 대폭 줄였다. 판매에만 치중했다.현재 릴콤의 매출에서 판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9%다. 명목상유지하는 임대사업은 곧 중단할 예정이다.릴콤은 비디오임대사업을 완전하게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대여방식을 바꿀 계획이다. 우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다. 테이프를 직접 우송하는 대신 파일을 전송하는 것이다. 전송한 영화파일이 1회 시청후 혹은 2일후 자동삭제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인터넷속도다. 일반모뎀보다 수백배나 빠른 케이블모뎀을 사용하더라도 영화한편을전송하는데는 1시간이상 걸린다.인터넷슈퍼마켓 피파드(www.peapod.com) 역시 전자상거래의쓴맛을 본 실패사례다. 피파드는 89년 인터넷슈퍼마켓을 표방하며출범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면 주문품목을 할인점에서 구매해배달하는 서비스다. 피파드 역시 릴콤과 마찬가지로 비용문제가 발생했다. 피파드의 주문판매시스템이 너무나 많은 노동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 주문내역을 모아 피파드의 직원들이 할인점을 돌아다니며 구매한 다음 배달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피파드는 구매대행수수료를 10%나 받았다. 가격에 민감한 인터넷사용자들은 곧 피파드를외면하기 시작했다.너무 잡다한 품목을 다룬 것도 피파드의 실패요인이었다. 온라인판매는 특정품목에 특화하는게 유리하다는 포레스터리서치의 조사보고서도 있다. 이 보고서는 슈퍼마켓 매장과 전자상거래사이트를 함께 갖고 있는 슈퍼마켓들의 매출을 분석해 일반수퍼마켓에서 구하기 힘든 품목이 전자상거래사이트에서 잘 팔렸다는 사실을 밝혔다.동네슈퍼마켓에서 구하기 힘든 상품이어야 소비자들이 굳이 컴퓨터를 켜고 상거래사이트에 들어오는 것이다. 결국 피파드는 도매상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자체물류창고를 마련하는등 구매방식을 바꾸고 취급품목도 크게 줄였다.◆ 음성합성기술 등 새기법 도입온라인을 통한 주문판매로 실패한 사례가 시애틀에 있는사이버밀(www. cybermeals.com)이다. 사이버밀은 웹사이트를 통해 동네식당을 검색한 다음 메뉴를 보고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한 사이트다. 사이버밀은 주문건수마다10%의 수수료와 설치비 6백달러를 받고 음식점을 모집해 영업을 시작했다.사이버밀측은 서비스에 등록한 인원이 50만명이고 올해 1천1백% 성장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매출액이나 이익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고있다. 분석가들은 사이버밀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이다. 컴퓨터주문보다 전화주문이 더 편할뿐 아니라 대다수 음식점들이 컴퓨터나 인터넷접속환경을 갖추기 않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밀은인터넷주문의 보완책으로 음성합성기술을 이용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가맹점에 인터넷접속환경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전화를 통해 주문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함께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면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식당으로 주문내역이 전해지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판매방식으로는 줄수 없는 상당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아마존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시중 서점보다 가격이 최고 45%까지 저렴하다는데 있다. 구색도 중요하다. 백화점을 그대로 옮겨 놓는 만물상식 접근방법보다는 시중의 점포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인터넷을 통한 상품 판매가 갖는 경쟁력은 무엇보다 중간상을 거치지 않아 거래체계가 단순하다는데 있다. 가장 단순한게 중간상을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중간상을 없애지 않고 대신 중개기능의효율을 크게 높이는 방법도 있다.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사이트 홈어드바이저(www.homeadvisor.com)나 카포인트(www.carpoint.com)는 중간상의역할변화를 잘 나타내는 사례다. 두 사이트 모두 부동산과 자동차를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이 두 사이트가 중개인을 완전하게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카포인트의 경우 가격대나 모델 등 사고싶은 종류의 차량을 쉽게검색할 수 있게 돼있다. 마음에 드는 자동차목록이 나타나면 링크를 클릭해 딜러와 연결하도록 돼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수수료를받는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수 있고딜러에겐 차량을 팔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홈어드바이저도 카포인트와 비슷한 원리로 움직인다. 다만 홈어드바이저는 수수료 대신대출이나 광고매출로 수익을 올린다.홈어드바이저와 카포인트는 시간절약을 무기로 전자상거래시장에뛰어든 것이다. 집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한 다음 가격대와 모델에 대해 정확한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여러곳을 둘러볼 필요없이 한두군데만 가본면 계약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개인의 농간에 당할 가능성이 크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