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한 희망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감속 성장을 면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후퇴 정도가 당초 예상보다는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전히 올해 세계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경제전문가들은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일치된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엇갈린다. 경기후퇴 정도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과 본격적인 경기후퇴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거시경제학의 거두인 영국의 케인즈는 『저축이 투자를 웃도는데서경기후퇴는 시작된다』고 간파했다. 저축과잉 현상은 곧 소비위축을 낳고 투자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곧 기업 생산 위축→종업원 감축→수요 감소→투자 위축 등의 악순환을 일으킨다.케인즈 이론을 현재 세계 경제에 적용할 때 심각한 문제를 발견할수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저축이 투자를 크게 웃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기업의 투자 여력도 떨어지고 있다.아시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다른 지역보다도 저축 성향이 높다.이 지역 국가들은 또 과잉 생산 현상을 보이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투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럽국가들도 저축 성향이 높다. 기업의 투자를 유인할만한 경제 사회적 정책도 빈약하다. 유럽은 최근 2년동안 수요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들어 또다시 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남미 지역의 경우 저축률은 낮지만 경상적자와 재정적자 문제를 안고있어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국가모두 올해 투자 여력이 적다는 얘기다.이같은 추세와 정반대인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현재 미국의가계저축률은 마이너스다. 통계적으로 볼 때 미국인들은 세후수입이상을 소비에 쓴다. 돈을 빌려서라도 소비에 나서는 이상스러운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이같은 소비성향이 세계경제를 떠받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세계경제가 미국의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는 역으로 미국의 가계소비가 줄어든다면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초래될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아시아·유럽·중남미 ‘투자여력 없다’미국의 가계가 저축을 늘리지 않는 것은 주식시장 동향과 무관치않다. 주가 상승은 자산의 증가를 낳는다. 소비자들은 주가가 앞으로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반면 저축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소비시장이 지속적으로확대돼야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뉴욕 주가 상승이 계속돼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뉴욕 주식 시장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이 완연한 버블(거품)현상을 보이고 있다는게 문제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주가가 지금보다 30%나 낮았을 때 「근거없는 과열」이라고 경고했었다. 이는 곧 「뉴욕주가가 지금보다 절반정도 하락해야 적정선」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투자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 능력이 빠르게 증가하는것 또한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생산이 생산능력의 증가를 밑돈다면 이는 곧 순익 저하를 뜻한다. 현재 미국은지난 12개월동안 경제가 고속도로 성장해왔지만 기업순익은 오히려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미국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주가 정책을 계속하는 이유는 주가폭락에 따른 경제 급제동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FRB는 최근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때 부랴부랴 금리를 내렸었다. 「LTCM악재」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급적 줄이자는 계산이었다.향후 1년 이상 미국의 고주가 정책이 계속될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다. 미국의 임금인플레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게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경기 위축이 필요하다.◆ 미주가 폭락하면 소비 급감 의미미국의 통화증가율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3개월간에는 연율 15%에 달했다. 과잉 통화공급은 인플레를부추기게 된다.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는 시간 갭(gab)이 있다.그러나 시간 갭은 줄어든 추세다. 최근의 통화증가는 멀지않아인플레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인위적인경기위축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 순익의 급감을 불러올 것이다.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미국은 결국 인플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감속을 추진해야하고, 그런 한편으로는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미국 주가가 폭락한다면 이는 곧 소비 급감을 의미한다. 저축률은증가할 것이다. 이는 케인즈의 이론대로 투자 감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가 완연한 경기후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미국의 경기후퇴를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경제조치가 요구되고 있다.해결책은 금융 및 재정정책이다. 일반적으로 자산버블의 붕괴를 동반하는 경기후퇴는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불황이 단적인 예다. 금리 인하 등 금융정책으로는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뜻이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재정 정책 밖에 없다.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이미 재정 지출을늘렸다. 일본 정부는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98년 회계연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일본 경제는그러나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회복 가능성이 적다. 일본의재정적자를 GDP의 10% 이상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일본의 투자에도 한계가 있다. 일본은 선진 5개국에 비해10∼15%나 높은 투자율을 보이고 있다. 이로인해 투자과잉 현상이나타나고 있다. 더이상 높은 투자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여기에 저축률은 하락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가계소비가 위축된것이다. 결국 일본은 세계 경기부양에 공헌하기는 어렵다. 유럽과미국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유럽은 최근들어 재정지출 확대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독일 사민당 정권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다. 유럽실업의 원인은 수요위축 보다는 노동력의 유동성 부족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같은 재정정책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재정정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은 재정흑자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재의 재정흑자 기조가 적자로 돌아설 경우 감세정책은 후퇴할수 있다.이같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세계 경제는 경기후퇴의 고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미국의 주가 폭락이다. 주가폭락으로 인해 미국의 소비가 줄어든다면 세계 경제에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악의 경우세계 동시 대불황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경제 회복의 열쇠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정책에 달려 있다.닛케이비즈니스 신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