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륭정밀, 진웅, 은성사, 영안모자상사, 대성금속. 모두 세계시장에서 「No. 1」소리를 듣는 기업들이다. 규모도 그만그만하다. 대기업이나 재벌 등의 단어가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하지만 품질만큼은 세계시장에서 「거물」로 인정받는 기업들이다. 당당히 「Made in Korea」의 상표를 붙이고 해외시장을장악하고 있다.대륭정밀의 경우 세계 위성방송수신기시장의 25%를, 영안모자상사와 대성금속은 모자와 손톱깎이로 각각 세계시장의 40%를차지하고 있다. 견고한 낚싯대로 미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시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 다툼을 벌이는 은성사는 올해 3천4백만달러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전세계 텐트의35%를 공급하는 진웅은 「텐트에 관한 한 라이벌이 없다」는말을 들을 정도다. 모두 세계 일등인 「작은 거인」들이다.이들이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데에는남다른 노력과 비결이 있다.중소기업으로 세계시장을 평정한 이들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으로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이 기술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지난 82년 설립돼 세계 위성방송 수신기시장의25%를 차지하는 대륭정밀의 경우 매년 매출액의 3%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연구개발인력만도 1백20여명에 이른다. 이런 연구개발투자에 힘입어 고품질의 위성방송수신기로 미국 유럽시장을 장악했다. 『수신기만으로 연간 1억달러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린다』는 것이 기획부 이찬훈씨의 말이다. 국내에만 30여 생산업체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상품주기도 3개월에 불과한 위성방송수신기시장에서 기술개발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품질만큼은 세계 ‘거물’급이런 연구개발로 쌓인 탄탄한 기술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방식을 결합한 위성방송수신기 엡실론을 개발,다시금 세계시장평정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차량속도감지기를 개발해 미국시장을 공략,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디지털 무선전화기는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도 50만대 이상을 수출했다. 앞으로도 대륭정밀은 지속적인기술개발에 주력, 기존의 위성방송수신기외에 부가가치가 높은 주파수변조(RF)칩세트부품사업을 중심사업의 한축으로 키우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낚싯대 하나로 세계시장을 제패한 부산의 은성사도 마찬가지다. 창업초기 낚시선진국인 일본측의 의도적인 따돌림을 당한기억이 있는 박보국사장은 「기술력은 기업생존의 처음이자끝」이라는 생각으로 매년 매출액의 3% 이상을 기술연구에 투자하며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왔다. 게다가 일본 등 선진국이제기하는 특허분쟁 등 조직적인 방해를 물리치기 위해서도 기술연구와 신제품개발은 절실했다.지난 93년 낚시용품연구소를 세운 것도 그런 이유이며 20여명의 연구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직접 바다와 호수를 찾아 성능시험에 몰두해왔다. 국내 최초의 카본소재 낚싯대, 낚싯줄을 끼우는 고리를 없앤 이너스루, 고탄성민물낚싯대, 무게중심을 손잡이쪽으로 둔 티탄소재 낚싯대,고기가 낚인 순간의 역전현상을 완전히 해결한 첨단 수파릴등 그동안 은성사가 내놓은 신상품이 부지기수다.이들이 가진 두번째 공통점은 중소기업이라 몸집은 작지만 고객의 수요에 즉각 부응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순발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손톱깎이로 세계를 장악한 대성금속은 외국 디자이너, 대학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공략하는 등고객수요에 대한 발빠른 대응과 바이어확보에 있어서만큼은여느 대기업에 못지 않다. 대성금속 무역부 김주환부장은 『꾸준한 시장파악으로 품질 가격 디자인 등에서 바이어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게 주효했으며, 매년 10여종 이상의신제품을 개발해내고 있다』고 말했다.은성사의 이종철 이사는 『나라 지방 계절 장소별로 용도가다양한 제품욕구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갖춰 즉각 생산·공급할 수 있는 순발력을 가진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낚싯대 제조에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가는 금형이 필수적인데 오랜 기술축적으로 금형제작의 노하우를 갖춰 주문을 받기도 쉽고 생산에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 ‘순발력 무기’세번째로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해 시장을 앞서가는 제품을 개발하고 철저한 품질관리를 하는 것도 세계시장 공략에 있어필수불가결의 요소다. 대성금속의 김형규사장은 불량품을 가차없이 폐기시키고 자신은 집에서 불량 손톱깎이를 사용할 정도로 품질관리에 꼼꼼해 품질에 관한 한 다른 어느 나라 제품보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급손톱깎이세트로다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품질제일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있는 대륭정밀은 적색경보반을 운영하는 한편 전사적인 무결점운동을 펼쳐 성과를 올리고 있다.해외생산거점에서의 꾸준한 품질관리에 주력해온 진웅은 그덕에 매년 30%이상의 생산성향상이라는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리는 한편 판매법인의 서비스기지화로 고객확보와 함께 매출증가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끝으로 해외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이들의 두드러진 장점이다. 진웅은 미국 도미니카 중국 스리랑카 등 생산우위를 가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를 가리지 않고 진출, 생산거점을 확보하면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왔다. 저렴한 생산시설투자와 비용 등으로 마케팅성과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기반을 닦은 것이다. 또한 판매법인의 현지화를 통해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이런 성공적인 해외거점의 확보는 해외시장에서 가해지는 규제를 돌파하는 전략으로도 십분 활용됐다. 그 덕에 지난 90년스위스의 국제경제분석기관인 세계경제포럼연구소(WEF)에서21세기를 리드할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외선차단 및 변색방지기능을 가진 특수원단을 이용한 텐트로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물리치고 있다.영안모자상사의 경우 종업원의 대부분이 해외에 근무하며, 저임금과 고품질을 무기로 한 경쟁력을 유지하며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은성사는 성공적인 해외시장공략으로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시에는 2km에 이르는 도로가 은성사의 낚싯대 브랜드인 실스타로(Silstar Road)로 이름을 바꿨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