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하나인 영국계 피치IBCA(PitchInternational Bank Credit Agency)는 지난 1월19일 국제통화기금 사태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등급인 「BB+」에서 투자적격 등급인 「BBB-」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로서는 경제위기 극복에 든든한 원군을 얻은 셈이다.국가신용 등급은 주로 외국투자가들이 특정국가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사업을 벌이려 할 때 계약 체결의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특히 대부분의 외국투자기관들은 피치IBCA와 같은 국제신용 평가기관이 「투자부적격 국가」로 분류하는 나라에투자할 때는 이사회의 특별결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국가들은 외자의 차입이 어려울 뿐아니라 차입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등 매우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신용이 낮은만큼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지난 97년10월 IMF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피치IBCA분류기준으로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상당히 우량등급에 속하는「AA-」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11월과 12월 수차례에 걸쳐 일제히 낮추기 시작했고 결국 투자부적격국가로분류했었다. 이는 비단 피치IBCA 뿐아니라 미국의무디스(Moody’s)와 S&P(Standard & Poor’s)도 마찬가지였다.때문에 이번 피치IBCA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에서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국제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이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국가가됐다」는 사실을 공인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피치IBCA에 이어 미국의 무디스와 S&P도 조만간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되면 그동안 상당히보수적으로 이뤄지던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크게 늘고 우리나라의 해외차입 조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 볼만하다.피치IBCA의 투자적격 분류 직후 뉴욕 자본시장에서 한국이 발행한 외평채의 가산금리가 대폭 떨어진 것이 이를 실증한다.다만 외자가 종전보다 많이 들어올 경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원화강세 현상이 심화돼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결국 수출부진에 따라 국제수지 개선목표에 차질이 생길 수있다. 따라서 외환수급 관리를 보다 치밀하게 해야할 필요가있다.그러나 이번 피치IBCA의 투자적격 등급 부여는 국가신인도 회복의 시작에 불과하다. 피치IBCA의 국가신용등급은 모두 21단계로 돼있고, 그 가운데 10개 등급이 투자적격에 해당한다.이번 우리에게 부여한 등급 「BBB-」는 투자적격중에서 가장낮은 등급이다. IMF이전에 부여됐던 「AA-」까지 올라가려면6단계나 상향 조정돼야 한다. 따라서 국가신인도 제고를 위한지금까지의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경제의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 어떤상황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실한 경제체제를 갖추는 것이유일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