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에서 조리부 즉 주방은 규율이 엄하기로 소문이 난곳이다. 위계질서가 「군대 뺨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호텔 조리부에 고졸학력의 30대 최연소 이사가 탄생했다.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힐튼호텔의 프랑스 레스토랑 「씨즌스」의 총책임자 겸 조리부 총주방장으로 호텔내 1백42명의 조리부직원들을 총괄하는 박효남(38) 조리이사다. 고교재학중요리학원을 찾은 게 인연이 돼 요리사로 나선지 20년만에 호텔 조리부의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사실 박이사의 요리는 호텔업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난 사실.지난 90년 서울국제요리경연대회와 94년 싱가포르 국제요리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프랑스 요리에 관한 한 일인자로꼽힌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에 본부를 둔 세계미식가협회에요리사로서는 한국최초로 회원으로 가입하는 행운을 얻기도했다. 때문에 박이사의 손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씨즌스를 찾는 유명인사도 꽤 된다. 뿐만 아니다. 대우그룹내에서도 95년차장 승진, 97년 부장승진 등 고속으로 승진했다. 그만큼 호텔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유명인사인 셈이다.프랑스요리는 미식가들의 요리로 통한다. 그만큼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맛이 중요하고 손도 많이 간다. 왜 하필이면 그런 프랑스요리를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여성의옷이나 유행처럼 변화가 있어야 하며 요리가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는 게 박이사의 설명이다. 변화를 위해 항상연구 개발해야 하며 그런 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았다는 설명이다. 아닌 게 아니라 박이사는 틈만 나면 재래시장 등을 돌아다닌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생선을 봐도 『어떻게요리하면 손님들에게 보다 맛있는 요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생각뿐』이라고. 틈나는 대로 외국요리책을 통해 요리정보를수집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 일이다.여러 가지 프랑스요리 중에서 박이사가 가장 자신있는 메뉴는생선요리. 생선은 조리시 온도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금방 생선살의 씹히는 맛이 변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요리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요리에 속한다. 그만큼 오랜 경륜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적 소스도 박이사의 자랑거리중 하나. 『코스요리를 다 먹지 못할 정도로 헤비(heavy)한 프랑스 음식에한국적인 소스를 곁들여 내놓은 게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좋다』는 게 박이사의 설명이다.직접 서빙도 마다 않는 박이사는 식사를 마친 손님의 접시를반드시 확인한다. 「음식이 남으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한 번 찾은 손님은 무엇을 먹고 갔는지 메모하고나중에 반드시 맛이나 서비스 등을 물어본다. 다음에 더 잘해고객에게 보다 큰 만족을 주겠다는 생각에서다.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것이다. 이는 후배직원들에게도 그대로강조된다. 요리사로서는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법을 후배직원들에게 모두 공개하는 것은 물론 함께 연구하면서 철저한 프로근성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그러나 박이사는 조리부를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결코 득의양양하지 않는다. 직함보다는 노력하는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사승진후)전국 각지의 요리사들과 고객은 물론 요리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많은 격려와 축하전화를 통해 책임감을 느꼈다』는 박이사의 말에서 그의 어깨에 얹혀진 짐을 가늠할 수 있다.『요리는 끝이나 완성품이라는 게 없으며 요리에 「푹 빠져야」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배가 고파야 맛을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영업후 식사를 해온 탓에 위장병을 앓기도 했다며 들려준 말이다. 무슨 일이든 미친 듯이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맛의 달인」 박이사의 경험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