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구조조정 바람"성역도, 금기도 없다"라이벌 '닛산 토요타' 이해 맞아 양도 합의…생존전략 합의도요타와 닛산은 일본 자동차업계의 얼굴이다. 닛산과 도요타는 지난 34년과 37년에 각각 설립된 이래 일본자동차산업을사실상 이끌어 왔다. 97년도에 해외시장전략의 차질로 닛산이혼다에 밀려나기전까지는 늘 업계 1, 2위를 달려왔다. 따라서라이벌의식이 어느 기업보다도 강하다. 그런 두 회사가 사업양도에합의했다. 설립이래 60여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거래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50억엔 상당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식 풍토에서 숙명의 라이벌에게 사업을 스스로 넘기기란 쉽지 않다. 구조조정을 위해 라이벌에게 사실상 무릎을 꿇는 굴욕도 감내한 것이다. 「구조조정에는 성역도 금기(터부)도 없음」을 실천해 보인 셈이다. 닛산그룹은 닛산자동차로부터 93년에 분리, 독립된 자회사 닛산테크시스의 주력인 워터제트직기사업을 오는 4월1일 도요타자동직기사업소에 양도한다. 닛산그룹이 섬유기계사업에 손을 댄것은 지난 66년 프린스자동차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자본자유화에 대비, 프린스자동차와 합병을 하면서 이 회사의 섬유기계사업까지 물려받았던것이다. 이번 양도로 닛산은 33년 역사를 가진 섬유기계사업에서 손을 떼게 된 것이다.닛산의 시라이 부사장은 『상대가 도요타그룹이라는데 따른저항감은 없다.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것일뿐』이라고 강조했다. 닛산테크시스는 97년도에 2백억엔대의 매출을 올리고 흑자를 냈었다. 그러나 지난해들어 수요가 줄어들면서 적자로 반전될게 확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장래성없는사업을 매각, 『구조조정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하나와사장)는 경영방침을 실천하고 나선 것이다.◆ 양사 ‘구조조정·사업보강’ 추진닛산이 당초 테크시스의 매각상대로 점을 찍은 곳은 직기메이커인 쓰다코마공업. 그러나 쓰다코마측이 경영부진으로 닛산측의 고용승계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렬되고 말았다. 그래서 찾아나선 곳이 라이벌 도요타그룹. 지난해 여름 고에다닛산상무와 이치무라 테크시스 전사장이 도요타자동직기의 도요타 요시토시회장에게 매입을 요청했다.도요타측은 닛산의 주력인 워터제트부문만을 인수하겠다고 제시했다. 고용승계를 관련부문의 종업원만으로 제한했음은 물론이다. 전체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테크시스의 워터제트사업을 인수, 에어제트중심의 기존 사업구조를 보강하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도요타는 세계최대규모(연산 3천5백대)의 에어제트메이커. 그러나 자동직기의 주류인 워터제트분야는 부진했다.이뿐만 아니다. 아시아의 수요감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의 뿌리사업인 자동직기부문을 보강할 수 있는 찬스를 잡은것이다. 도요타그룹은 도요타자동직기제작소로 출발했었다.도요타측으로서는 닛산의 워터제트매각 제의가 「굴러들어온떡」이었던 셈이다. 도요타쇼이치로 회장과 오쿠다 사장 등도요타자동차 최고경영진이 닛산사업 인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도요타측은 닛산의 사업인수를 계기로 자동직기부문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소가이 사장은 『5년후에는 직기부문의매출을 현재의 2배이상인 3백50억엔 수준으로 늘리겠다』고밝혔다. 자동직기사업을 라이벌에게 양도한 닛산측의 반응은한마디로 의외다. 『보완관계에 있는 도요타에 영업을 양도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는게 시라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상대가 도요타라고 해서 터부시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장기불황으로 일본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아예 업종을 바꾼 기업까지 등장할 정도다. 살아남기 위해 성역과 터부없이 구조를 조정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