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카마수트라는 도덕의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아무런 감정의 떨림없이 냉정한 표정으로 아무 일도없었다는 듯이 노련하게 상대를 쏘아 죽이고마는 1급 살인 청부업자를 연상케 하는 그런 성의 교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를 어떻게 하면 소리없이 해치우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인도의 성전 카마수트라이다.이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인도인들이 왜 장사를 잘 하는지 그리고 수학을 잘 하는지 나름대로 짐작이 갈만할 정도다.많은 여자중 어떤 여자와 교접해도 되는지 또 어떻게 연인을끌어들이는지를 논하는 카마수트라의 길고 긴 이야기는 손자의 병법이라도 감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사례들과치밀한 전법들로 채워져 있다. 마주 싸워서는 안되는 적을 판별하고 매복해야 할 장소를 선별하는 것을 병법이 가르치듯이카마수트라는 온갖 종류의 매복과 기습, 선제공격과 적절한후퇴전술들을 가르치고 있다. 감정의 흔들림이 있을 수 없고양심의 가책같은 것은 더욱이 금물이다.필자가 언젠가 바람둥이 선배에게 여자를 유혹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 바람둥이의 권고(?)는 놀랍게도 『그냥 한번 하자』는 말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십중의 최소한 6, 7의 확률로 우여곡절은 있지만 성사가 된다는 얘기였다. 카마수트라는 이런 기술적 문제들에 대해 자세한 조언을 주고 있다.우선 교접해서는 안되는 여자의 종류를 알아야 한다. 이런 종류의 여자가 길게 나열되어 있다. 생각나는대로 옮겨본다.첫째는 미친 여자다. 둘째는 문둥병을 앓는 여자며 셋째는 무거운 죄를 지은 여자 넷째는 애인의 비밀을 폭로하여 그에게모욕을 준 여자이다. 다섯째는 공공연히 정사를 행하는 여자이며 여섯째는 성애의 나이를 넘긴 여자 다시말해 노파이다.몸이 너무 흰 여자와 몸이 너무 검은 여자는 각각 일곱째 여덟째로 교접해서는 안되는 여자다.고약한 냄새가 나는 여자(아홉째),법전의 규정으로 결혼이금지된 친족(열째)이나 처와 친한 친구(열한째)와 정사를가져서도 안된다. 비구니는 열두째 순위에 올라있고 열셋째는친족의 처, 열넷째는 친구의 처, 열다섯째 순위에는 성화(聖火)를 수호하는 자의 처가 올라 있다. 열여섯째 순위에는 드디어 일국의 왕비가 올라 있다.물론 현대의 독자들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우리나라의 비슷한 음담패설은 비구니와 미친여자를 오히려 교접해 볼만한 여자 명단에 올려놓고 있는데 굳이 카마수트라에 비기지 않더라도 부끄러운 패설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