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일반회계의 총재정 규모는 98년보다 6% 증가한 80조원에 이른다. 조세수입으로 62조원, 세외수입으로 0.5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13.5조원은 국채발행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세수입은 전년보다 4.5% 증가한 수치이다.이러한 정부의 조세수입 계획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세수입이 예상에 못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정부는 올해 실질성장률을 2%로 전망하고 이에 의거해 조세수입을 짰지만 2%의 실질성장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지표들이 예상외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러한 우려는 사라지는듯하다. 올해 실질성장률이 4% 내외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4.5%의 조세수입 확대계획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예상에는 두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첫번째 함정은 명목성장률에 대한 전망 오류이다. 조세수입은 명목성장률과 엇비슷한 비율로 증가한다. 정부는 실질성장률을 2%로 전망할 때 명목성장률은 4.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을 2.2%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88쪽 경제용어풀이참조)그러나 올해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자물가는 환율하락과 임금하락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수출입물가 역시 환율하락과 단가하락으로 증가율이 마이너스일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가 2~3%의 증가를 보인다 하더라도 생산자물가와 수출입물가 때문에 GDP 디플레이터는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두번째 함정은 성장률 지표의 허상이다. 최근 실질성장률이 4%대에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는 재고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즉, 작년에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는 대신 그동안 쌓아 놓았던 재고를 주로 팔았지만 올해는 지난해만큼 판매할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아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산이 늘어나면 성장률은 높아진다.그러나 기업매출에 직결되는 소비나 투자, 수출 등은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는 구매력의 감소로 작년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투자는 아예 마이너스가 불가피하다.수출 역시 잘해야 3% 내외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기업매출은 조세수입과 직결된다. 기업매출이 늘어나지 않는데 세금이 제대로 걷힐 까닭이 없다. 실질성장률이 4%대에 이른다 하더라도 조세수입은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이러한 두 가지 함정으로 조세수입이 예상만큼 걷히지 않을 경우정부는 전통적인 세수증대 수법인 쥐어짜기식 조세행정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세행정을 엄격하게 하여 탈루된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만약 두가지 함정에 의해 조세수입이 예상에 못미칠 경우 정부는 과감하게 추경 예산을 편성하여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 탈루 소득을 찾아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지만 이는 조세수입 목표의 달성 여부에 관계없이 조세행정의 개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문제이다.